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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95] 유자 왕의 굴욕? 선글라스를 벗어라.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2.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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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공연을 위해 입국한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1시간 넘게 부당하게 구금되었다는 사실을 그녀의 SNS를 통해 알리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녀는 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주여행을 위해 입국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1시간 이상 구금되며 굴욕적이고 심각한 분노를 유발하는 모욕적인 질문(구체적인 건 미 언급)을 받았다고 토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리사이틀을 무사히 치렀으며 다음 연주회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소식에 유자 왕과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은 766개의 댓글과 627회의 포스팅 공유(2월 26일 오전 11시 기준) 유자 왕을 위로하고 성원하였으며 캐나다 당국의 무례하면서 야만적인 처사를 비난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 왕, 사진 갈무리: 유자 왕 페이스북

유자 왕의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밴쿠버 공항의 조치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보인다. 뛰어난 연주 실력 못지않게 세련돼 무대매너와 자신의 개성을 확연히 부각시키는 패션 감각으로 세계 정상급 스타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는데 고국이 바이러스의 근원지요 창궐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을 위해 입국한 나라에서 이 같은 수모를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선글라스를 낀 채로 무대에 나온 그는 곧장 피아노 앞으로 가서 청중에게 짧은 인사만 한 후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를 끝내고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재빨리 인사를 하고 들어가 버렸고 아무리 손뼉을 쳐도 다시 나오지 않았다.”

캐나다 밴쿠버 독주회 이후 한 청중이 SNS에 남긴 글에 유자 왕은 처음 당해 보는 수모에 눈은 붉게 충혈됐고 퉁퉁 부어서 이을 가리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선글라스를 썼다고 해명하면서 이번 밴쿠버 입국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이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연주를 한 자체에 경의를 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만연한 동양인 기피와 경계 현상 더 나아가 인종차별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사실 유자 왕은 중국인이긴 하지만 20년 넘게 뉴욕에서 살고 있고 자신의 고국인 중국보다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대륙이 주 활동지인 흔하디흔한 동양계 클래식 연주자다. 그래서 이걸 국내 몇몇 언론이 서양인 우월주의, 서구 클래식 지상주의, 서양음악 연주하는 아시아인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건 엉뚱한 발상이자 여론몰이다. 유자 왕이 당한 처사는 유자 왕이 피아니스트라서 그런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계정세이자 경계 태세라고 보는 게 정당하다.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국 금지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0.2.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국 금지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그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여론은 중국인이라서 그들을 혐오하고 차별해서 그런 것인가?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바람이다. 현 시국에 외국에서 겯게 되고 알려오는 동양인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과 경계는 동양인이기 때문이라는 인종 구별적인 관점이 아닌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전파 때문이다. 우리도 지하철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피하고 길거리 지나가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기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해 발이 묶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전세기와 다른 항공편으로 25일 귀국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인한 아쉬움과 현지인들의 부당한 언행으로 인한 불쾌감을 함께 토로했다. 이 와중에 굳이 멀리 외국까지 원래 잡혀있던 스케줄이라고 안 그래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관광객들 사이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어 불안이 극도로 달한 시점에서 간 그들을 탓해야지 그럼 동양인이라서 클래식 연주자라서, 이스라엘이 예수님 고향이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 신앙적 우월감이 있어 입국을 거부했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 나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의 발생지이자 중심지였던 중국의 사망자-확진자 증가세가 누그러진 반면 한국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노포비아'(Sinophobia, 중국 공포증)에 이어 '코리아포비아'(Koreaphobia, 한국 공포증)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표지 캡처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주간지 슈피겔 표지 캡처, 사진 제공: 연합뉴스

현 시국에 가장 스트레스 받고 움츠러들게 하는 건 '감염 공포'다. 언제 내게도 이런 불행이 닥칠지 주변에 누가 바이러스 유포자인지 몰라 사람만나는게 두렵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의 2월 첫째 주 표지에는 방독면을 쓰고 스마트폰을 보는 인물 사진 위에 '코로나바이러스 메이드 인 차이나-세계화가 치명적인 위협이 될 때"라는 특집을 실었다. 그 기사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다.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위험의 세계화를 구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자발적 격리, 고요함 그리고 인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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