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경환의 창의융합 칼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그리고 우리의 반도체산업-②
[위경환의 창의융합 칼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그리고 우리의 반도체산업-②
  • 위경환 전문 기자
    위경환 전문 기자 ideacoaching@naver.com
  • 승인 2020.02.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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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하이테크(high-tech) 제품 도자기의 역사와 전통은 세계제일 반도체산업국으로 이어지다.

근대 이전, 우리 선조들의 대표적인 3가지 창의융합 발명품(거북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금속활자)의 역사와 전통 중에서 첫 번째로 거북선과 조선산업을 다뤘다. 이어 두 번째는 고려청자·조선백자의 첨단기술이 대한민국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반도체산업과 어떤 관련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삼성전자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하이테크(high-tech) 제품은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1974년 한국반도체(이후 삼성반도체)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198328, 이병철 선대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고 공장 후보지로 수원, 신갈저수지 부근, 관악골프장 부근, 판교 부근, 기흥이 선정됐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직접 국내외 지질·수질 전문가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조사한 끝에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에 터를 닦았다. 대개 18개월은 걸리는 반도체 공장 건설 공사를 불과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

1983년 삼성 기흥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자료: 삼성전자 제공)
1983년 삼성 기흥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자료: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샤프에서 기초 기술을 배워 그해 12월에 64K D램을 처음으로 개발하며 반도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미국·일본과 달리 4KD램과 16KD램 개발 과정을 건너뛰고 단번에 64KD램을 개발했다. 64KD램 개발에 6년 넘게 걸린 일본과 비교하면 놀라운 사건이다. 이로써 미국·일본에 10년 이상 뒤져있던 반도체 기술 격차는 4년여로 좁혀졌다.

10여 년 후, 1992년에 0.35 미크론의 초미세 가공기술을 적용해 세계최초로 개발한 64메가 D램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이후 27년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수십 년간 부침과 성장을 반복하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병철 선대회장께서 반도체 공장을 경기도 용인의 기흥에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 지명에는 천 년 이상 축척 되어 온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국 수많은 지역 중에서 왜, 경기도 용인의 기흥이었을까? 먼저, 기흥이라는 지명에 대해서 살펴보자. 기흥의 한자 지명은 器興인데 여기서 는 도자기 이고 은 일 이다. , ‘도자기로 일어서는 고장혹은 그릇이 흥하는 고장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고려와 조선의 첨단 하이테크 제품이었던 도자기, 그 원료는 흙(점토)이다. 이 점토로 제조한 요업 가공 물질이 세라믹이며 세라믹은 반도체의 원료다. ‘도자기로 흥한다.’라는 기흥의 지명은 반도체 공장입지로써 이 얼마나 적절한 매칭이며 미래를 예언한 지명인가.

삼성 이병철 선대회장은 보통학교부터 대학까지 정규교육을 받았지만 모두 중퇴했기 때문에 단 한 곳에서도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대신 어려서 동양고전 한학을 공부하여 통찰과 직관을 키웠다. 그런 연유로 선조들께서 지으신 지명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풍수를 해석하여 기흥에 반도체 공장을 세운 것으로 추론한다.

지난 2005년 용인시가 기흥(器興)의 명칭을 구흥(驅興)으로 바꾸려 하자, 삼성이 제동을 걸었다. 기흥은 그릇이 흥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데 반해 구흥은 당나귀가 흥한다.’라는 의미라서 내심 탐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개명은 없던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 하나의 반도체 회사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시에 있다. 땅이 좋은 이천 역시 쌀과 복숭아,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천의 4대 특산품 반도체, SK하이닉스 기업PR 광고.(사진자료: 구글 이미지에서)
이천의 4대 특산품이 반도체라는 콘셉트의 SK하이닉스 기업PR 광고.(사진자료: 구글 이미지에서)

 

고려와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 당시의 최고급 하이테크(high-tech) 제품은 도자기다. 양 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자기를 만들어 냈는데 제조기술과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다.

고려 삼강청자는 도자기를 가장 먼저 만들고 당시 최고의 수준이었던 중국도 못 만든 상감(중국은 양감) 기법을 구사해 만든 당대 최고의 명품도자기다. 11세기 중반부터 12세기까지 고려 순수 청자 유색이 더 밝고 유약 면이 투명하며 이미 소성에 상감한 기술을 보유했었다. 순수 청자의 제작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상황에서 유약 바르는 기술, 소성하는 수준 및 음각과 양각 등 문양 새기는 기술이 매우 잘 발달 됐다. 따라서 고려 상감청자는 계속 생겨났으며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빠르게 발전했다. 12세기 중기에 이미 절정기에 이르렀고 이후, 고려 상감청자는 한국 도자예술의 세계적 상징이 됐다.

조선백자는 중국 명나라, 베트남과 함께 3대 자기 기술국인 조선이 만든 도자기로써 고려청자와 함께 대한민국이 세계만방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1428년 명나라 황제 선덕제가 조선 국왕 세종에게 청화백자를 선물했다. 그때 조선은 청자에 흰색 유약을 바른 분청사기를 만들고 있었지만 고려 때부터 상감청자 제조 기술이 탁월했던 조선은 곧 청자보다 높은 열이 필요한 백자 생산에 성공했다. 그 우윳빛 자기에 명나라에서 수입한 푸른 안료를 덧씌우니 명나라 황제 하사품인 청화백자 제조기술도 곧 습득했다.

조선백자 말고도 자연미의 최고 으뜸인 조선 막사발과 조선의 그릇 가운데에서 가장 서민적이면서 그 신비한 기능을 인정받는 옹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도자기 선진국인 중국을 제외하고 많은 나라가 고화도(高火度) 도자기 개발에 매달렸지만 1700년대가 되어서야 독일 마이센에서 그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자기는 토기보다 굽는 온도와 강도가 높은 탓에 태토(바탕흙)의 정제와 유약 원료의 조성, 가마 구조와 크기, 번조 방식 등 고도로 숙련된 기술력이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고려 초기부터 일찍이 청자 제작에 성공해 조선 청화백자까지 유구한 도자기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도자기 하이테크(high-tech)를 보유한 우리가 세계 제1의 반도체 생산 국가가 된 배경에는 다음 세 가지 이유가 아닐까.

첫 번째, 독보적인 흙 빚는 기술로 도자예술의 꽃을 피운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을 넘어서는 데는 창의적인 예술 감각과 손기술이 가능케 했다.

두 번째,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이다. 최고급 하이테크 제품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가 된다는 확신과 판단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용기 있는 결단 때문이었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도쿄 선언을 발표한 직후 일본 미쓰비시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 취약한 관련 산업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기업의 열악한 규모 빈약한 기술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었다. 삼성은 이를 단숨에 뒤집어 버렸다.

세 번째는 흙과 불, 유약 등 첨단 하이테크(high-tech)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융합 사고력, 출중한 기예를 보유한 민족이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우리는 흙과 관련된 하이테크(high-tech) 산업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전통 그리고 역사를 지닌 민족이다. 최근 반도체 후발국인 중국을 비롯해 기술 선진국들이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집중투자하는 등 우리를 바짝 뒤쫓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첫째, 끊임없는 도전적 연구개발 둘째,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 셋째, 유능한 반도체 관련 연구인력의 배출이다. 이 세 가지 대비책을 통해서 기술적·경쟁적 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

위경환 대표 | 위경환창의융합훈련소 |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창업지원센터장 | ideacoach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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