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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88] 나비부인과 욱일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2.15 09:16
  • 수정 2020.02.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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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이 올해 여름에 무대에 올리기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에서 무대 디자인으로 욱일기를 사용하기로 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1690년 설립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오페라하우스인 브라운슈바이크 극장이 올여름 시즌 작품으로 '나비부인'을 확정하면서 포스터와 무대에 욱일기 이미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현지 교민들의 항의로 포스터 디자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무대 디자인은 예술적 자유와 미학적 개념을 들면서 유지하겠다고 밝혀 한국인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극장의 오페라 '나비부인' 무대 이미지 브라운슈바이크 페이스북 캡처, 사진제공: 연합뉴스
브라운슈바이크 극장의 오페라 '나비부인' 무대 이미지 브라운슈바이크 페이스북 캡처, 사진제공: 연합뉴스

이와 같은 사태를 작품, 역사, 맥락, 사회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첫째, 우리는 그럼 '나비부인'같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나 뮤지컬은 가지고 있는지 오페라 '나비부인'의 내용이나 배경 등에 대한 사전 지식과 다른 연출로 관람은 해보기나 했는가부터 출발한다. 근본적으로 '나비부인' 자체가 문제다. 일본 나가사키를 무대로 일본에 잠시 주둔한 미국 중위 핑커톤이 한때의 불장난으로 게이샤 쵸쵸상과 사랑하고 아이를 낳았다. 본국으로 돌아간 그를 잊지 못한다는 지고지순한 일본 게이샤의 정조와 사랑, 비운을 지극히 서양인 관점에서 이국적인 아시아와 일본을 배경으로 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충족한 제국주의와 사대주의로 범벅이 된 '구역질'나는 내용의 신파다. 후에 배경만 베트남으로 옭겨 뮤지컬로 재탄생한게 '미스 사이공'이다.

둘째,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 측면에서의 이슈 메이킹은 탁월하다. 그간 수많은 '나비부인' 공연치고 한국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공연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누가 공연하고 어떤 내용인지가 중요하지 않고 욱일기 사용 자체로 이목이 집중된다.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홍보는 상업적인 효과만 증대시킨다. 독일이 나치 문양과 거수경례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건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속죄이자 반성이다. 일본은 그와 반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뻔뻔하게 사용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의 태도에 대한 피해자들을 제외한 서양인들의 보편적인 인식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역시 작품은 자본이 만든다. 외국에 나가보면 얼마나 많은 일본 돈, 제팬 머니가 사회 곳곳에 침투되어 일본을 변호하고 보호하고 위상을 높이면서 일본을 키우고 있는지 새삼 깨우쳐져 몸서리가 쳐진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셋째, 그럼 우리도 맞불작전을 놓자! 맨날 '사랑의 묘약'이네 '라보엠'이네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로 당시 유럽인들 복식으로 나와서 하지 말고 독일 배경의 오페라 무대에 나치 문장을 놓거나 나치 문양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걸어보자. 독일 바그너의 음악극은 한국에선 하지 않으니 아쉽지만 차치하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라도 상대 빌런에 나치 군복을 입힌다던가 하는 연출로 독일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두고 보자. 극장 측에서는 욱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고 연출 중에 욱일기 배경이 부서질 것으로 절대 승리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수잔네 셰퍼 극장 대변인은 현지 매체 잘츠기터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나치의 상징이나 제복과 달리 욱일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전쟁의 공포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이며 이러한 미학적, 예술적 연출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KBS의 드라마 <각시탈>, 영화 <전우치>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서도 미학적, 예술적 연출 의도로서 욱일기의 사용이 빈번하긴 했다.

사진 갈무리: KBS 드라마 각시탈
사진 갈무리: KBS 드라마 각시탈

넷째, 이런 논란이 생길 때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사회,역사,문화, 정치이슈로 주객이 전도된다. 오페라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비록 '투란도트'와 마찬가지로 왜곡되고 무지에서 발생한 서양인이 본 당시의 아시아와 그에 따른 상상과 환상으로 군데군데 조악하긴 한 오페라이긴 하지만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푸치니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음악 본질에 대한 접근을 해보자. 전체를 다 감상하기 힘들다면 유명한 아리아라도 들어보고 음악을 바르게 인식하고 즐긴다음 갑론을박을 벌여보자. 이같은 상황을 통해 푸치니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듣고 알게된다면 이또한 감사해야 하는지, 아님 슬퍼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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