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87] 가비양 살롱 콘서트, 강소연의 가락을 다녀와서
[성용원 음악통신 187] 가비양 살롱 콘서트, 강소연의 가락을 다녀와서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2.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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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感性)이 메말라 가는 요즘, 심성(心性)을 어루만져 주는 가락(加樂)으로 얼쑤,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작은 물방울이 큰 파도가 되리

살롱음악회는 고풍스럽다. 정말 연주자를 좋아해서 그 사람의 연주를 듣고 싶어 먼 길을 마다 많고 온 진정한 관객이 있어 일심 공동체가 되어 편안하다. 가까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생생하다. 음악을 듣고 다양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맛있는 커피나 와인을 다과와 곁들이며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분당 서현동에 위치한 핸드드립 커피숍 가비양에서 열린 살롱콘서트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가락"은 사랑방이자 팬미팅이었다.

2월 13일 분당 핸드드립 커피숍 가비양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가락' 살롱콘서트
2월 13일 분당 핸드드립 커피숍 가비양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가락' 살롱콘서트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도독하여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전문연주자과정(KA - diplom)을 최우수성적(Auszeichnung)으로 졸업하고 동 대학 최고연주자과정에 진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Solistenexamen을 취득한 피아니스트 강소연은 대중들과 활발한 소통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와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주 진취적이고 의욕이 충만한 연주자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튜브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소쿨소클'이라는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정식 콘서트홀 말고도 여러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면서 음악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옛날에 커피를 '가비'라 칭했다고 한다. 커피를 의미하는 '가'와 음악의 '악', 즉 커피와 음악의 만남으로서 가락, 또한 더한다는 의미의 '가'와 즐거울 '락', 즐거움을 더한다는 '가락'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이런 시국에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 기획했다고 피아니스트 강소연은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날 음악회에는 '영화 속의 클래식'이란 주제로 영화에서 쓰인 유명 클래식 곡,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개인적인 최애곡들을 골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가비양 로고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가비양 로고

공식 홀이 아니라 카페인지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주와 감상을 방해하였지만 한편으로 그게 살아있는 현장이다. 나무판자를 끼워 맞춘 마루는 걸을 때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삐걱거렸지만 카펫으로 도배를 해 놓은 치장에만 신경을 쓴 허영보다 음악적 사운드는 훨씬 풍성했다. 강소연이 연주했다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무지크페어아인 홀 역시 나무 골판지로 되어 있고 바그너가 자신의 음악극 공연 사운드를 최적화해서 설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역시 무대와 객석의 바닥은 목재다. 음향학적인 이유를 차치하고 자연적인 어쿠스틱 악기와 나무가 그만큼 찰떡궁합이란 방증이다.

가비양만의 핸드드립 커피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입장한 관객들에게 커피 시식을 위해 한 잔씩 제공된 커피(밤이라서 커피를 못 마신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의 진한 향내가 코끝을 자극해서 오감만족이었다. 음악회 뒤에도 오신 손님들을 위해 제공된 와인과 치즈 등은 문화를 알고 즐길 줄 아는 카페 주인장의 낭만과 정신도 엿볼 수 있어 살롱 음악회의 운치를 더하였다.

가비양과 참석한 손님들의 모습
가비양과 참석한 손님들의 모습

어수선한 분위기를 환기하고 몰입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뛰어나고 집중력 있는 연주다. 3번째로 연주한 쇼팽의 야상곡 올림 다단조는 초반의 들뜨고 산만한 카페에서 음악이 주가 되는 음악회로 탈바꿈시킨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한 명에게 집중된 수십 개의 눈에서의 발광과 열린 귀의 기운은 온전히 연주자에게 전달해진다. 그 에너지로 피아니스트, 연주자가 힘을 얻는 게 아니다. 반대다. 연주자가 곡에 동화되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끄집어 내서 연주할 때, 그 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작품을 듣게 되며 몰입하게 된다. 그런 현상의 절대적 요인은 첫째, 예술성 풍부한 작품이요, 둘째가 그 예술성을 들어내게끔 일체화된 연주다. 클래식 음악, 특히 그중에 기악곡은 직접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 그 순간을 포착하기 힘든데 이날 오신 관객들은 강소연의 연주하는 쇼팽의 슬프고도 아련한 야상곡의 주제에 담긴 내용을 만끽했다.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제자 이강현 군과 브람스 헝가리무곡 5번을 연탄하고 있다.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제자 이강현 군과 브람스 헝가리무곡 5번을 연탄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의 제자인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강현 군과 함께 연탄곡으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치면서 교육자로서의 자신의 철학도 설명했다. 자연스레 음악과 예술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출세지향적이고 과시적이고 결과적인 풍토에서 피아니스트는 왜 연주를 하는가? 더군다나 클래식 음악인들은 현시대의 트렌드에 발 맞추는 게 아니라 이미 사라진 과거의 음악을 반복하고 재연하는 사람들이다. 고전은 예술이란 미명으로 보호받겠지만 일반인들과의 거리와 괴리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현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철 지난 유행가'를 복고하는거니 상업적, 경영적 이윤이 날 수가 없는 태생적인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하는 이유는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일류 대학에 진학, 유학, 교수되려는 그런 절차를 답습하려고? 고액을 들여서 공부하였는데 태반이 백수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외부인의 우려와 현실 인식에 음악인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달 밝은 겨울밤, 사랑방의 기능을 담당한 분당 서현동의 카페 가비양
달 밝은 겨울밤, 사랑방의 기능을 담당한 분당 서현동의 카페 가비양

이번 살롱콘서트는 전체적으로 클래식 중에서도 영화의 삽입곡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친숙했다. 음악을 들으며 보지 않았던 영화가 궁금해졌다. 음악인들끼리 모여 끼리끼리 자신의 사비를 들여 기획하고 끝나는 단발성, 고립과 폐쇄적인 풍토에 대한 통렬한 깨우침의 답은 현장에 있다.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성공과 갈채를 원하면서도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철저하게 소멸된 과거의 제도와 양식만 추구하는 이중적인 행동과 시각을 버려야 한다.

강소연 같은 실력을 갖춘 정통파 피아니스트의 대중친화적인 행보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비르투오소로서의 면모도 변치 않고 이어나가야 한다. 연주, 레슨, 청중과의 만남... 이 세 개는 음악인으로서의 루틴이자 평생의 업이다. 올해 계획된 많은 콘서트 중 이제 하나가 지나고 4월 21일 이번엔 미술과의 콜라보로 참신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작은 물방울들이 하나로 집결되어 큰 파도를 만들어 세상을 덮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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