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85]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시상식의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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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85]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시상식의 이미경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2.1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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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현지시각 9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분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 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한 점은 언어의 한계를 딛고 한국적인 소재와 상황으로 전 세계인의 공감과 인정을 끌어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안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의기소침, 전전긍긍해 있는 대한민국에 한 줄기 빛이요, 분위기를 환전할 수 있는 캡사이신이었다. 미국에서 날라온 낭보가 바이러스를 누른 것이다. 더구나 기생충은 아카데미가 선호해온 할리우드 주류 영화화는 달리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라는 사회 비판적 이슈를 제기하는 영화인데 이런 영화의 수상이라 더욱 특별하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 보편성의 획득이라고나 할까? 오죽했으면 날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금방이라도 좀비 세상이 도래하고 모두 다 죽을 거 같이 호도하던 언론의 뉴스가 바이러스에서 미국에서 날아온 낭보로 바뀌어 화사하고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이 기쁜 소식을 공유하고 축전을 보내며 같이 박수로 축하하자고 할 정도였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침체와 정체,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에 전해진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CJ 이미경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캡쳐).

그런데 시상식 화면을 보다가 순간 눈을 의심했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왜 같이 가 있고 단상에 올라가 있지? 다시 보니 배급, 투자를 맡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단상에 올라 기생충 제작진들과 동생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CJ ENM은 영화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 원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 칸 영화제와 미국 내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도 지원했다.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사전 홍보작업에 들인 돈만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칸을 직접 방문해 기생충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으며 수상을 위해 5개월의 캠페인 예산만 100억 이상을 투자했고 홍보비 450억으로 제작비 150억의 무려 3배를 들였다고 하니 제작사의 안목과 노력도 충분히 높게 평가할만하다.

상을 받은 건 사실이니 일단은 우리 모두 그 기쁨만을 온전히 누려야겠지만 왜 배우와 감독 대신 배급사 부회장이 단상에 올라간 사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 조금 더 심층적인 다각도의 분석을 해보겠다. 이미경 CJ 부회장이 전면으로 나서고 동생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기업의 이름을 노출한 건 이례적이다. 한국 영화계를 성장시키고 이번 수상에도 CJ의 지분이 있다는 걸 크게 어필한 거다. 수상식의 무대는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자리이고 투자배급사는 뒤에 있어야 된다. 그래도 당연히 그 수익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비시즌에 한 해 동안 야구경기를 하는 선수단을 보강하고 지원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프론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론트는 뒤에서 묵묵히 일한다. 우승 축하단상, 트로피를 목에 거는 순간 아무리 프론트의 공이 지대하다 할지라도 단장, 사장도 올라가서 메달을 목에 걸진 않치 않은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영화 출연진(사진=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영화 출연진(사진= 연합뉴스).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쾌거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와 문화를 존중한 대한민국의 기쁨이자 세계의 승리이다. 검열과 탄압, 통제를 일상화했으며 예술을 무슨 권력의 하부 유흥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입맛에 맞는 사람만 지원하고 상대방을 배제했던 암울한 시기를 극복하고 이룩한 업적이다.

작품은 감독이 만든다? 유명하고 훌륭한 명곡은 작곡가가 만든다? 세계적인 가수와 연주자는 노래를 잘하고 연주만 잘하면 인정받는다? 평생에 걸친 역작은 관객이 평가하고 알아준다? 땡땡땡!

다 틀렸다. 작품은 자본이 만든다. 그 사실을 이미경이 올라와서 알려준 거 같아 씁쓸했다. 역사를 바꾸고 새 역사를 쓰고 등등 아무리 예술가들이 잘났어도 돈이 없으면 어쩔 건데? 네가 무슨 용빼는 재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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