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간] 어떻게 살 것인가? 장폴 뒤부아 장편소설 '상속'

권용 전문 기자
  • 입력 2020.02.05 15: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자 행복의 근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가혹하지만 자신의 선택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세상에는 피할 수 없이 부딪혀 감당해야 하는 운명도 있기 마련이다.

작가 장폴 뒤부아의 2016년작 장편소설 '상속(밝은세상)'이 작년 공쿠르상 수상에 이어 드디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집중해왔고 '상속'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했다.

삶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고 숨쉬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설은 비극적이고 당황스러울 만큼 암울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폴 카트라칼리스는 가족으로 부터 받는 고통으로 몸부림 친다. 할아버지는 스탈린 주치의였고 스탈린이 죽자 뇌 조각을 훔쳐 도망친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대성당에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어머니는 차 안에서 배기가스로, 삼촌은 시속 250㎞로 목숨처럼 아끼던 오토바이를 타고 벽을 들이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와 가까운 스페인 바스크 지방 전통 스포츠인 펠로타가 폴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는 펠로타를 하며 근심과 슬픔을 잊곤 했다.

폴은 상실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고향 툴루즈를 떠나 미국 마이애미 펠로타 구단에 입단한다. 그곳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경기를 즐기며 생애 처음 행복한 삶을 느낀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가족 아버지가 옥상에서 자살했다는 비보로 집으로 돌아가 잊고 있던 불안과 상처를 다시 체감한다.

폴은 뒤늦게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며 가족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된다. 또한 자신 역시 비극적 유전자를 가진 가족 일원임을 깨닫는다.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어떻게든 가족들과 다르게 삶을 유지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부조리하고 정망적이지만 폴은 계속해서 출구를 찾는다.

작가는 폴의 시점에서 이 역시 한 사람의 삶이라는 듯 이야기를 전개한다. 폴 이야기는 세상 누구에게나 좋든 싫든 고통은 주어진다는 점에서 모두에게로 적용된다.

잔혹한 가족사가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지만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스치듯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문득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공쿠르상 최종심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다른 작품을 통해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폴은 스스로의 의지와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작가의 지난해 공쿠르상 수상작은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이다.

장폴 뒤부아 장편소설 '상속'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