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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85] 인생 디 그(dig)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02.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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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역 부근에 있는 스타벅스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2시경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많았다.

“여기야 여기”

연경이 2층에서 내려오면서 손짓을 했다.

“1층에서 찾을 줄 알았지......여기는 주로 2층에 사람이 많아, 자리 잡아놨으니까 어서 올라와”

세준은 연경이 손짓하는 2층으로 따라 올라가 연경의 앞에 앉았다.

“세준 씨 이것 봐! 종이로 만든 빨대 처음 봤지”

“으~응”

세준은 지난주 회사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종이로 만든 빨대를 봤지만, 연경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처음 보는 것처럼 보이려 했다.

“스벅은 항상 한발이 아니라 반발 앞서가 것 같아, 여기도 현금 없는 가계야 처음에 불편했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2시 15분이네...... 배구 보고 오느라 좀 늦 었 어 미안해”

“태국과 결승전 했다며, 어떻게 됐어?

“요즘 태국 애들이 좀 꺄불었잖아, 그런데 김연경 선수가 복근부상 투혼을 발휘하면서 3대0으로 셧아웃 시켰어”

“복근부상 투혼은 또 뭐야! 배구와 복근이 무슨 상관있어?”

“응~ 김연경 선수가 복근이 4cm나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거든, 그래서 대만과의 준결승전에 나오지도 못했는데, 결승전에는 진통제를 맞고 나왔거든”

“참~ 내~ 물어 보고 싶었는데, 자기는 배구 선수가 아니라 남자 치고도 키가 크지 않은 1m73cm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배구 선수를 한 거야?”

연경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응 배구에는 리베로(Libero)라는 포지션이 있거든”

대표적인 한국배구 리베로 김해경(가운데). 리베로는 옷 색깔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사진= 연합뉴스).
대표적인 한국배구 리베로 김해경(가운데). 리베로는 옷 색깔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사진= 연합뉴스).

“리베로! 그거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우어 포지션 아냐! 홍명보라든지......”

축구광인 연경이 옆 사람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축구의 리베로는 포지션이 아니라, 작전 가운데 하나이고, 배구의 리베로는 정식 포지션이야 1996년에 처음 생겼는데, 한 세트에 몇 번이라도 교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자유인 리베로라고 불리게 된 거야. 남자배구에서 스파이크 서브가 발달하면서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자 국제배구연맹이 랠리를 좀 길게 가져가려는 의미에서 리베로라는 포지션을 도입 한 거야 ””

“암튼 용어에서 풍기는 냄새는 아주 자유로운 포지션인 것 같은데......”

“그 반대야! 배구의 리베로는 오히려 제약이 많아”

“뭘 못하는 건데”

“서브나 블로킹은 물론 스파이크도 할 수 없어. 또 그리고 그 팀의 주장도 맡을 수가 없어. 리베로가 네트(성인 남자 2m43cm, 여자 2m24cm)보다 더 높이 있는 볼을 터치해서 넘기면 반칙이야”

“아니 배구는 선수들이 공중으로 높이 솟았다가 떨어지면서 상대 코트를 향해 강력한 스파이크를 퍼붓는 것이 가장 볼 만한데, 리베로는 스파이크를 못한다고!”

연경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응 스파이크도 못하면서 그 팀에서 궂은일은 도맡아서 해야 돼, 상대의 서브를 60퍼센트 가량을 책임지고 받아 내야하고, 상대 공격이 리베로와 다른 선수 사이에 떨어지면 리베로의 실책으로 기록돼 하지만 잘 막아내면 디그로 기록이 돼”

“디그는 또 뭐야?”

디그를 시도하고 있는 김연경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디그를 시도하고 있는 김연경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축구의 골키퍼와 아이스하키의 골 리도 슬라이딩 하면서 상대의 슈팅 볼(퍽)을 막아내잖아? 그런데 골키퍼나 골리는 볼(퍽)을 잡지 않더라도 처내기만 하면 되는데 비해 리베로는 그 볼을 살려내야 돼, 살려서 세터나 공격 수에 연결시켜 줘야 하는 거야”

“참~ 디그가 뭐냐니까?”

연경이 답답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아~ 디그는 배구에서 상대 팀의 서브를 받아내는 ‘서브 리시브’를 제외한 모든 리시브를 디그(dig)라고 부르지. 그러니까 상대의 스파이크나 패스 패인트 등 모든 공격을 기술적으로 또는 넘어지면서 받아내는 것을 디그라고 보면 돼, 디그는 손 뿐 만 아니라 팔, 다리 심지어 어깨나 머리로도 할 수 있지 급하면 볼을 걷어차는 경우도 있어 물론 리베로가 아니라 다른 선수가 받아내는 것도 다 디그라고 해”

“그러니까 배구 팀에서 가장 키가 작은 선수들이 디그......아~ 아니 리베로네”

“꼭 그렇지도 않아, 배구 포지션은 센터, 레프트, 라이트 그리고 세터와 리베로가 있는데, 세터도 키가 작은 경우가 많아, 그 팀에서 리베로를 구분하려면 그 팀과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를 보면 돼”

“아! 리베로는 그 팀과 유니폼 색깔이 다른 거구나, 그런데 지금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 것도 내가 만원 지하철을 타다가 사람들에 밀려서 뒤로 넘어지는 걸 당신이 받아주면서......”

“응~ 그런 걸 인생 디그라고 하지”‘인~생~디~그“

■ 랠리((Rally)

볼이 우리와 상대코트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넘나드는 것, 남자 배구는 한방, 여자배구는 랠리라고 할 정도로 랠리가 오래 계속되면 아기자기한 배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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