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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77] Critique: 소프라노 신영옥 데뷔 30주년 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2.02 09:42
  • 수정 2020.02.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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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토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신영옥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프라노 신영옥의 19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 우승하고 같은 해 11월 오페라 '세미라디메'의 아제막 공주 역으로 메트 무대에 오른지 3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데뷔 30주년 콘서트가 열렸다. 리릭 소프라노 신영옥의 음악인생을 집대성하는 자리로 지휘자 박상현이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1부에서는 헨댈의 <울게 하소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 그녀의 음색이 가장 영롱히 들어나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비교적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를 배치했다. 2부에서는 <넬라 판타지아>, 뮤지컬 'My fair Lady'의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등 뮤지컬과 팝송으로 성악 전반을 아우르는 그녀의 음악 인생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하나의 집결점이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였다.

관록의 무대, 쏟아지는 박수갈채, 환호하는 관객들

신영옥은 나이가 무색하게끔 관록의 무대와 열창을 선보였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지만 역시 그녀는 오페라 가수라는 걸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음악회도 메트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 아닌가! 그래서 1부의 끝 곡이었던 벨리니의 오페라 '비앙카와 페르난도' 중 <일어서세요, 아버지>는 하프 반주에 애절한 오보에 선율이 얹혀 있는 전형적인 이태리 벨칸토 아리아 풍의 서정성이 풍만한 노래인데 슬픔이라는 감정을 고적하게 승화시키 고스란히 감정이입이 되었다. 또한 2부 마지막 곡이었던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중 <그렇다면 떠나겠어요>와 앙코르로 선사했던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쓰디쓴 눈물을 흩뿌려라>는 역할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배역과 밀착된 수백 번 무대에 서서 부르고 녹음한 자신의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극적이면서 광적인 묘사에 녹슬지 않은 성악적 기교를 유감없이 펼쳐 보인 백미였다.

소녀와 같은 소프라노, 순수성의 발연체

가기 전부터 예상은 했다. 작품과 프로그램, 내용이 위주가 아닌 인물이 중심이 된 네이밍을 앞세운 음악회, 특히 남녀 불문 독창회는 진지하고 엄숙한 클래식 음악회와는 다른 성악이 주는 분위기로 인해 장르만 조금 다를 뿐이지 캐주얼한 열린음악회 류일 거라 짐작했고 으레 또 그렇다. 더군다나 재단 창립기념 음악회라는 타이틀로 콜라보가 되어있기 때문에 라이온스나 로터리 클럽같이 음악이 기업과 만나 돈을 끌어와야 하는 장소가 되어버려 음악회는 스타플레이어를 하나 내세운 사교장이요 온갖 스노비즘에 물든 속물들 아님 개돼지만도 못한 무례한들이 들끊는 공중목욕탕이 되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의 인생 30주년 공연에 그녀의 예술적 업적과 인생을 반추하는 게 아닌 공연 도중에도 버젓이 사진 찍어대고 핸드폰으로 카톡하고 옆 사람과 시종일관 음악회와 상관없는 잡담이나 하는 등 진정으로 한 사람의 예술가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면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한다. 이제는 세종문화회관에서까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관객을 끌어모으고 오직 '돈'을 목적으로 한 공연 중 주류 반입과 취식까지 허용한다고 하니 '한탄하고 슬퍼하고 한숨을 쉬게 만든다'

메트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연주자란 존재 자체가 무대에서의 우레와 같은 박수, 평단과 학계에서의 인정, 대중들로부터의 갈채와 환호를 갈구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중의 박수와 갈채, 관심에 굶주린 사람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큰 무대에서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선 관객들 앞에서 멋지게 들려주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며 그들의 함성과 박수는 음악인들의 가슴을 고동치게 만든다. 백발이 성성한 여자 소프라노든 80이 넘은 원로 작곡가든 나이만 많았지 조금만 칭찬해주고 감상평을 해주면 아이와 같이 좋아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 왜? 막연한 박수와 잘한다는 건성의 대답, 무지에서 오는 무례에서 탈피해 진심으로 자신의 행위에 인정과 칭찬을 받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그래서 토스카의 아리아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대놓고 성악가의 꿈과 기질을 선포한 노래도 있지 않는가? 그래서 소프라노는 소녀다. 무대에서는 여왕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한다. 규모만 큰 허황된 무대, 허상으로 가득찬 광장에서 아닌 소프라노 신영옥의 노래를 음미하고 영육간의 힐링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옹골찬 공간에서 다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다. 그게 진정 그녀를 위하고 음악가로서 그녀를 존중하며 진정어린 공감이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이자 근원인 선화예술중고등학교의 후배들과 음악회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소프라노 신영옥, 이들에게 큰 스승이자 어머니가 되어 세속적인 성공과 음악보다 더 윗선에 놓으려는 자신들만의 에고를 탈피, 오직 음악의 심원한 세계로 인도하고 함께 하는 등불이 되어주길 바란다. 

음악가들은 대중들의 박수갈채와 칭찬에 목말라, 인정을 받고 자기만족에 빠지고 싶고 그걸 또 성공이라 여기는 세간의 인식에 합류하지만 예술의 참 목적은 예천미지(藝天美地), 즉 '최고의 감동을 주는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이다.소프라노 신영옥의 앞으로의 30년은 성악가에서 예술가로 진화되어 한국 클래식 음악계 전체를 포괄하면서 우리 음악계에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후학들을 양성하고 기르면서무대에서 본인에게 쏟아지는 사랑과 갈채에 답하고 환원할 수 있는 그래서 음악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깊은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예술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다. 오늘날과 같은 극단적으로 복잡하고 인간성이 상실한 시대, 카오스의 세계에 예술가로서 성장, 아니 예술적 소양을 갖춘 사회인으로서 빛과 소금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인재를 기르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앞으로도 쭉 건승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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