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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더 스키 홀릭 #5-일본 핫코다산

김산환 전문 기자
  • 입력 2020.01.27 13:57
  • 수정 2020.01.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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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컨트리 스키의 성지

일본 혼슈(본섬)의 최북단 아오모리현. 이곳에는 일본 백컨트리 스키의 성지로 불리는 핫코다산이 있다. 백컨트리 스키는 스키장을 벗어나 산에서 즐기는 가장 익스트림한 스키 가운데 하나다. 핫코다산은 일본 최대의 수빙으로 유명하다. 수빙은 나무에 눈이 달라붙어 거대한 눈사람처럼 생겼다. 이 수빙 사이로 인적 없는 산에서 스키를 타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다.

 

핫코다산을 말하기 전에 우선 올 시즌 일본의 눈에 대한 논란부터 살펴보자. 올 시즌은 전 세계가 ‘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북미 서부 지역에 1월 중순경 폭설이 내리면서 그나마 해갈이 되었지만, 일본을 비롯한 유럽의 알프스, 아시아권의 스키장은 눈이 부족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일본의 스키장은 적은 적설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해 몇몇 신문에서 ‘일본 최악의 눈 가뭄’이라는 기사를 냈다.

아래 링크는 조선일보 1월 20일자 기사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0/2020012002301.html?utm_source=daum&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이 기사를 보면 올 시즌 일본으로 스키 투어를 가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실 것이다. 저렇게 눈이 없는데, 일부러 일본까지 스키 투어를 가야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기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우선, 올 시즌 일본의 적설량이 예년에 비해 적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여 년 간 일본 스키장을 취재하면서 체득한 경험에 비춰보면 일본 혼슈의 중부 이상부터 가장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는 겨울이면 도로변에 1m씩 눈이 쌓일 정도로 세상이 온통 하얗다. 그러나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1월 8일부터 12일까지 아오모리와 이와테 스키장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마주한 풍경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저지대는 들판에 검게 흙이 드러난 곳이 많았다. 겨울이면 솜뭉치 같은 눈이 달라붙은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를 그대로 드러낸 곳이 많았다. 스키장도 평년에 비하면 적설량이 1m 이상 적었다. 여기까지는 기사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적설량이 부족한 것과 스키를 탈 수 있는 조건은 엄연히 다르다. 즉, 예년에 비해 적설량이 적다는 것이지 스키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스 기준 해발 500m 이상 자리한 일본 메이저 스키장은 스키를 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이와테 앗피 스키장과 핫코다산에서 4일 동안 스키를 타면서 직접 확인했다. 또 최근 일본으로 스키 투어를 갔던 이들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리는 글과 사진을 종합해보면 슬로프 컨디션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슬로프는 눈을 다져놓기(압설) 때문에 적설량과 크게 상관없다. 보통 압설 기준 50cm 이상이면 스키를 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즉, 압설 슬로프 적설량이 50cm인 것과 2m인 것은 단지 숫자가 다를 뿐, 슬로프 컨디션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슬로프에서 타는 스키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본의 메이저 스키장의 스키 환경은 기사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자연설에만 기대야 하는 작은 스키장과 베이스가 낮은 곳에 있는 스키장들은 타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더, 위의 기사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한방’이다. 무슨 말이냐면, 제대로 된 폭설이 내리면 이런 눈 부족 상황은 한방에 끝난다는 것이다. 일본은 폭설이 내리면 무섭게 내린다. 하룻밤에 1m씩 내릴 때도 있다. 1m씩은 아니라도 20~30cm의 눈이 며칠만 내리면 눈 부족은 단번에 해결이 된다. 실재로 해당 기사가 나온 뒤 홋카이도의 니세코와 후라노, 키로로 등은 눈 가뭄에서 ‘해방’되었다. 또 일본의 메이저 스키장 가운데 유일하게 베이스의 일부 슬로프를 개장하지 못했던 야마가타 자오 스키장도 최근에 내린 눈으로 전면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 스키장의 눈 예보를 해주는 앱에서 체크한 1월 28일자 일본 스키장의 눈 예보 상황. 앞으로 3일 동안 내릴 적설량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으로 스키 투어를 가는 스키어들의 바람이다. 이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파우더 스키를 타고 싶은 것이다. 파우더 스키는 적설량과 함께 신설이 중요하다. 스키 투어를 갔을 때 신설이 얼마만큼 내리는 가에 따라 파우더 데이를 만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소 한두 달 전에 투어를 예약하는 상황에서 그날의 날씨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 스키 투어를 갔을 때 신설이 내리는 것은 오직 자연만이 아는 일이다. 그래서 약간의 복불복이 존재한다. 다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적어도 3일에 하루는 파우더 데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그런 기대를 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종합하면 올 시즌 일본이 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메이저 스키장의 경우 스키를 타지 못할 만큼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스키 투어를 간다고 하면 스키장의 위치와 규모, 베이스의 높이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 가급적 베이스가 해발 500m 이상인 곳, 눈이 부족할 때는 인공눈을 만들어 슬로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가 큰 메이저 스키장, 본섬 북쪽이나 홋카이도처럼 위도가 높은 곳 등을 우선 고려하는 게 ‘꽝 스키’를 피하는 길이다. 또, 스키 투어가 아닌 눈을 보러 가는 일본 여행은 ‘다른 이유’가 아니더라도 올해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다.

 

핫코다산의 너른 품으로 백컨트리 스키 투어를 떠나는 스키어들. 저 광활한 산 전부가 백컨트리 스키의 무대다.(2012년)

 

자, 다시 핫코다산으로 돌아가자. 핫코다산은 백컨트리 스키라는 신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한 곳이다. 스키장 밖에서 스키를 탄다는 것, 리프트도 없고, 슬로프도 없는 산에서 스키를 타는 경험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 크고 넓은 산을 혼자 독차지한 느낌이랄까. 또 스키로 산을 오르는 경험도 색달랐다. 일반적으로 스키는 내려가는 것(다운힐)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백컨트리 스키는 산을 오르는 것도 한다. 리프트가 없으니 자연히 스키나 스노슈(설피)를 신고 산을 올라야 한다. 이런 경험은 이전까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핫코다산의 수빙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거대한 눈사람 같은 수빙이 끝도 없이 펼쳐진 장관은 지금껏 내가 기억하는 일본 스키의 가장 명장면 중 하나다.

 

핫코다산의 명물 수빙을 바라보는 스키어. 스노 몬스터로도 불리는 수빙은 바람과 눈과 나무가 만든 걸작이다. (2012년)
핫코다산은 수빙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스키를 타는 재미가 있다.(2012년)

 

핫코다산은 일반적인 스키장과는 많이 다르다. 이곳에도 리프트가 있는 핫코다산 스키장이 있다. 그러나 달랑 4개의 슬로프와 1기의 리프트가 전부다. 이곳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핫코다산을 찾는 이는 거의 없다. 이 스키장은 아오모리에 사는 현지인들이나 훈련 목적의 자위대가 주로 이용한다. 또 다이렉트 코스 마지막 부분이 스키장과 연결되어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간 스키어들이 잠깐 이용하는 정도다. 대부분의 스키어들은 로프웨이를 타고 산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이곳에서 산을 넘어 아무도 가지 않은 코스를 찾아간다. 특히, 눈보라 같은 악천후가 많은 1월보다 일기가 안정이 되는 2월부터 4월까지가 핫코다산 백컨트리 스키의 적기다. 이때는 일본 전역에서 스키 고수들이 핫코다산을 찾아온다. 호주나 한국에서 온 열혈 스키어들 가운데는 핫코다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보름에서 많게는 한 달씩 머물기도 한다.

 

핫코다산 로프웨이를 타러 가는 스키어들. 로프웨이는 한 번에 100여명의 스키어를 산 정상까지 데려다 준다.
핫코다산 로프웨이 정상에 있는 기념품숍. 이곳에서 장비를 정비한 후 원하는 코스를 찾아간다.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스키어들. 때로 강풍이 불면 로프웨이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사실 일본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실감할 수 없다. 하지만 핫코다산을 가면 거의 100% 실감한다. 핫코다산에 내리는 엄청난 눈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902년 1월 러일전쟁에 대비해 핫코다산에서 심설 훈련을 하던 육군 제8사단 보병5연대가 조난당한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다. 이 사고로 장병 210명 중 199명이 눈에 파묻혀 죽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이 슬픈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로프웨이 승강장에 영화 촬영 당시의 스틸 컷을 볼 수 있다. 핫코다산으로 드는 진입로는 오후 9시면 폐쇄된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면 차를 탄 채 도로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도로를 폐쇄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곳의 적설량이 얼마나 많은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100여 년 전 핫코다산에서 발생한 조난 사고를 스토리로 만든 영화. 러일 전쟁을 대비해 심설 훈련을 하던 일본 육군 199여명이 폭설에 고립되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적설량만으로 핫코다산을 일본 백컨트리 스키의 성지라 부를 수는 없다. 백컨트리 스키를 즐기기 위한 충분조건이 좀 더 필요하다. 우선, 다양한 코스가 있어야 한다. 핫코다산은 주봉인 오다케(1584m)를 중심으로 모두 11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 10개의 백컨트리 스키 코스가 있다. 어떤 코스는 거의 다운힐만 이루어진 짧은 곳도 있다. 반면, 산을 몇 개씩 넘어가는 하루가 꼬박 걸리는 코스도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10개의 코스가 전부가 아니다. 같은 곳을 내려가도 출발하는 곳과 거치는 포인트를 달리하면 수십 개의 코스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한 달씩 머물며 스키를 타도 지겹지 않은 곳이 바로 핫코다산이다.

 

 

핫코다산에서 백컨트리 가이드 투어를 따라 나선 스키어들. 가이드는 스키어의 안전과 함께 가장 좋은 눈을 만날 수 있게 안내한다. (2016년)

 

핫코다산 백컨트리 스키 코스.

 

핫코다산의 백컨트리 스키 코스는 월별로 개장 시기를 달리한다. 로프웨이 종점에서 바로 시작하는 포레스트와 다이렉트 코스는 항상 개방한다. 이곳은 가이드 없이 스스로 스키를 탈 수 있다. 이곳을 제외한 다른 코스는 가이드 투어가 필수다. 핫코다산 백컨트리 스키 안내 지도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코스는 3월에 개장한다. 옅은 청색 코스는 4월에 개방한다. 4월에 개방하는 코스가 가장 길다. 각 코스에 따라 개장 시기가 다른 것은 날씨 때문이다. 바람과 가스는 백컨트리 스키의 가장 강력한 위험요소다. 한겨울에는 이런 날씨가 잦아 위험한 코스를 개방하지 않는 것이다. 몰론, 이 기준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의 기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가이드 투어를 따라 나서면 개방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탈 수 있다.

 

짙은 가스를 뚫고 산을 오르는 스키어와 보더들. 겨울에는 이처럼 흐린 날이 많아서 반드시 가이드 투어에 참가해야 안전하다.

 

로프웨이 정상에서 베이스로 내려오는 포레스트와 다이렉트 코스는 정식 슬로프가 아니다. 정설을 한 적도 없고, 정설을 할 만한 규모도 아니다. 다만, 로프웨이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핫코다산에 있는 여러 개의 백컨트리 스키 코스 가운데 하나다. 이곳을 제외한 다른 코스는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스키의 재미는 극대화시키면서 안전한 곳으로 만든 것이다. 백컨트리 스키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계곡에 빠질 수도 있고, 절벽으로 갈 수도 있다. 또 경사가 전혀 없는 평지를 만나 오두가도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코스를 만들어 놓았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코스에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나무에 동그란 이정표를 걸어놓은 게 전부다.

 

온센 코스 초입의 대사면을 내려와 하이크 업 모드로 전환하면서 잠시 쉬고 있는 백컨트리 스키 투어 참가자들.

 

편리한 픽업도 핫코다산의 백컨트리 스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핫코다산에는 산을 한 바퀴 빙 둘러서 순환도로가 나 있다. 이 도로를 이용하면 어느 코스로 내려오더라도 픽업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가이드를 따라 가는 투어를 했을 때만 가능하다. 이런 완벽한 조건 때문에 일본에서는 핫코다산을 유일하게 백컨트리 스키 전용 스키장으로 분류한다. 물론 백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이곳 말고도 많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백컨트리 스키가 선택 사항이지만, 핫코다산에서는 필수라는 것이 다르다.

 

온센 코스가 끝나는 순환도로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 핫코다산은 이처럼 코스가 끝나는 곳에서 버스로 바로 픽업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핫코다 리조트 호텔은 핫코다산 백컨트리 스키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핫코다산 베이스에 있는 이 호텔은 로프웨이 주변에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이다. 이곳은 장기간 머물며 핫코다산을 즐기는 해외 스키어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호텔의 규모는 크지 않다. 40여개의 객실이 전부다. 객실이 적다보니 2월부터 3월까지 주말에는 객실 구하기가 어렵다. 핫코다 리조트 호텔로 드는 길목에는 스키 거치대가 있가. 이곳은 다른 이들의 파우더 스키 장비를 감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허리가 100mm 이내의 올라운드형도 있지만 120mm가 넘는 딥 파우더용 팻스키도 있다. 바인딩도 브랜드와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핫코다산 호텔의 객실은 대부분 다다미실로 되어 있다. 고급 료칸이나 메이저 호텔에 비하면 시설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지트’ 냄새가 팍팍 나는 게 좋다. 저녁과 아침을 먹는 레스토랑은 한갓져서 좋다. 가이세키 코스 요리로 나오는 저녁은 푸짐하다. 밥은 자율배식이라 누구라도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다. 호텔 내 몇 곳의 휴게 공간은 저녁 식사 후에 여흥을 즐기기 좋다. 노천탕이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물이 미끌미끌한 온천도 피로를 푸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핫코다산의 베이스캠프 핫코다 리조트 호텔. 작은 호텔이지만 아지트 느낌이 나서 좋은 곳이다.
핫코다 호텔 현관에 있는 스키 거치대. 파우더를 즐기는 다양한 스키와 보드를 볼 수 있다.
핫코다 호텔의 저녁식사는 가이세키 코스 요리로 나온다. 일류 료칸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하다.

 

핫코다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핫코다산은 올 때마다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맑은 날은 기막힌 풍경으로 눈이 즐겁고, 눈이 오는 날은 마음껏 파우더를 맛보게 해준다. 이처럼 꽝이 없는 이유는 당연히 가이드 투어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가이드가 날씨에 따라 최적의 코스로 안내를 한다. 보통 4박5일 일정으로 백컨트리 스키 캠프에 참가하면 3일 정도 스키를 탄다.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면 매일 다른 코스를 간다. 핫코다산에 있는 8개의 코스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 다 가봤다. 어떤 곳은 두세 번씩 가기도 했다. 대부분의 백컨트리 스키 코스에는 항상 경사가 급하면서 나무 한 그루 없는 대사면이 포함되어 있다. 이곳에서 아찔한 활강을 하고나면 산의 경사가 완만해진다. 나무도 듬성듬성 있다. 이곳은 스피드를 내면서 파우더를 즐기기 좋다. 이곳을 지나면 숲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트리런을 한다. 핫코다산의 숲은 대부분 너도밤나무로 이루어졌다. 다른 곳에 비해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고, 경사도 적당한 편이라 트리런을 하기가 수월하다. 이런 이유로 핫코다산의 진정한 매력을 트리런으로 부르기도 한다.

 

로프웨이 정상에서 온센 코스로 가는 초입의 오르막. 30분 정도 하이크업을 하면 아찔한 대사면이 기다리고 있다.
온센 코스의 중반부 트리런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부터는 너도밤나무 숲에서 나무 사이로 스키를 탄다. 
온센 코스 하단부의 숲. 나무에 달라붙은 눈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살로몬 알파인 스쿨 소속의 가이드 마사토.

 

앗피를 거쳐 온 이번 투어는 아쉽게도 핫코다산에서 단 하루만 백컨트리 스키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루는 너무 불안했다. 바람이 세거나 악천후면 아예 못 나갈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이 포근한 겨울 날씨로 유래 없는 눈 가뭄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파우더 컨디션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오전에는 온센, 오후에는 나시자와 코스에서 백컨트리 스키를 즐겼는데, 역시 핫코다였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다. 온센 코스의 즐거움은 익히 알고 있었다. 걷는 시간은 짧으면서도 대사면과 함께 도로와 만나는 순간까지 알차게 트리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온센 코스는 예상 만큼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특히, 트리런 구간의 숲에는 나무에 달라붙은 눈이 한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포레스트 코스에서 갈라져 나가는 나시자와 코스로 갔다. 이 코스는 이번에 처음 가는 곳이다. 나시자와 코스는 살로몬 알파인 가이드 클럽 투어 참가자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코스라고 하는데, 이날 오전에 단 4명만이 이 코스에서 스키를 탔다고 했다. 그러니 눈이 하나도 깨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게다가 간밤부터 조금씩 내린 눈이 더해져 눈 상태도 아주 좋았다. 특히, 적당한 경사의 트리런이 환상적이었다. 온센 코스와 마찬가지로 하단부로 내려가면서 눈이 무거워졌지만, 최근의 일본 날씨를 감안한다면 거의 완벽했다.

 

살로몬 알파인 스쿨 가이드 투어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코스 나시자와에서 트리런을 하고 있는 스키어. 부족하지만 그래도 파우더를 맛볼 수 있었다.
한 보더가 눈보라를 일으키며 나시자와 코스에서 트리런을 즐기고 있다.
나시자와 코스의 하단부. 나무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어서 트리런을 즐기기 좋다.
나시자와 코스에 있는 숲에도 나무에 눈이 하얗게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보더를 환영하는 가이드 투어 참가자들. 가이드는 앞과 뒤에 1명씩 있어서 투어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핫코다산에서 단 하루만 허용된 시간이었지만, 며칠을 머물던 투어만큼 행복을 안겨줬다. 명불허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왜 핫코다산이 일본 백컨트리 스키의 성지라 불리는 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3월로 예정된 핫코다 백컨트리 스키 캠프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여행 정보

핫코다산 백컨트리 스키는 1월부터 5월 초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날씨가 안정되고, 적설량도 충분한 2월부터 3월이 최적기다. 이때 가야 수빙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일본스키닷컴(www.ilbonski.com)은 해마다 하코다 산 백컨트리 스키 캠프를 진행한다. 4박5일 투어 비용은 숙박(조석식 포함)과 송영 서비스 포함해 56만원 정도다. 가이드 투어는 단체로 참가하면 하루에 6천엔(약 6만원) 정도다. 여기에 로프웨이 이용 리프트권과 항공권 등을 포함해 3일 가이드 투어를 한다고 가정하면 4박5일 투어에 13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가이드 투어 참가비는 1만5천~2만엔을 받는 홋카이도나 나가노 등 다른 곳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로프웨이는 편도 1회 이용권이 1,250엔. 편도 6회권(6,100엔)을 끊어서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만약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포레스트와 다이렉트, 두 개의 코스에서만 반복적으로 탈 수밖에 없다. 다른 코스로 가면 설령 내려가더라도 베이스로 돌아올 수 있는 교통편이 없다. 따라서 핫코다산으로 스키 투어를 갔다면 최소한 하루나 이틀 정도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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