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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67] 카바레의 재림(再臨)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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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색을 갖춘 아티스트들의 '3인 3색 연말 단독 콘서트'라는 콘셉트로 선보이는 '인디학 개론'이라는 세종문화회관의 대중음악 콘서트 기획 시리즈에 선 1인당 맥주 2캔까지 객석에 반입이 허용되었으며 공연장 로비에선 수제 맥주도 판매했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땅콩 심지어는 냄새 풍기는 오징어까지 먹고 마시는 듯이 이제 엄격한 공공극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엄숙주의를 파괴하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한 3인 3색 콘서트 인디학 개론 포스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종문화회관은 8월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해리 포터 필름 콘서트'에선 아예 팝콘과 콜라를 마시는 걸 허용하며 11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OST를 KBS교향악단(게임 음악은 어찌 연주할지 무척 궁금한!)이 연주하는 'LoL 콘서트'에선 게임 유저들을 배려한 과감한 시도로 핸드폰 사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획기적인 기획을 민간극장도 아닌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도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서울 을지로 '개츠비 맨션'(그레뱅 뮤지엄 2층)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관객 참여형 공연을 '이머시브 공연'을 대놓고 표방한다.

◎ 여기서 잠깐!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re)이란? 전통적인 드라마 연극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을 무대 삼아 관객을 창작의 일부로 참여시키는 방식

서울 을지로의 개츠비 맨션, 포스터에도 이머시브 공연을 적시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포스터

 

주량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의 주취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될 터요 공연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소음과 화면의 불빛이 다른 관객과 출연진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런 시도는 장르와 콘텐츠 특성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다. 보다 유연한 공연 관람 문화 확산과 보급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돈이다.

유럽의 클래식이나 조선시대까지의 우리나라 음악공연은 규모가 아주 작거나 왕이나 귀족, 양반이 음악가(가인, 가객)을 초대하여 즐기는 예술이었는데 오페라가 탄생하고 돈을 가진 새로운 시민계급층이 성장함에 따라 대규모 관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거대한 극장과 콘서트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청중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는 음악회를 뜻하는 용어가 콘서트(Concert)다. 이런 어수선하고 난장판인 콘서트의 분위기를 바꾼 사람이 리스트다. 1839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전쟁터같이 산만하고 정신없는 음악회를 정리하고 나 혼자 출현하는 연주회를 기획했다"라고 쓰면서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들어줄 관객을 원했던 것이고 19세기 낭만파 시대의 낭만주의 예술가 상이 성립되면서 클래식 음악회는 연주자 위주, 예술가 우대의 음악회로서 격상된 것인데 한국에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몽땅 생략되고 전혀 역사적인 배경과 누적된 관객층과 향유층 없이 일방적으로 공연장 먼저 짓고 그 안에 사람들은 몰아넣고 있으니 문화적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거대한 대규모의 음악당, 콘서트홀 등이 지어지고 거기에 사람 쪽수를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자생적인 문화시장 형성과 욕구로 인해 만들어진 다수를 수용해서 돈을 벌기 위한 장소가 콘서트 홀인 것이다.

외국에 나가도 무희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있다. 이런 거 보면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떠들면서 즐기는 게 전형적인 카바레다.

그런데 술 먹으면서 공연 관람하고 즐기는 반세기 전 유행했던 흥청망청 카바레 아닌가? 사실 술, 음식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문화, 사교라는 걸 지향하는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아니더라도 천지에 널렸는데.... 라이온스, 로터리클럽, 송년회 장만 가도 널리고 널려 음악이 목적이 아닌 주객전도 양상에 항상 날서게 반응하는 필자다. 특히나 먹고 마시는데 한 맺힌 우리 민족, 오죽하면 '식사하셨어요'가 인사가 되어 버린 먹는데 사족을 못 헤어나는 우리네 모습, 모임마다 술판에 공연을 해대고 성악가가 장르 불문 트로트까지 매번 LP 판 돌아가듯 반복된 익숙한 노래만 부르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노래방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미스트롯이네 미스터트롯이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립하면서 어린이들까지 장래희망이 연예인인 우리나라.

술 먹고 음식 먹으면서 관객이 하나가 되어 같이 춤추고 노는 공연이 뭐가 새삼스러운가? 원래 우리네 놀이가 그랬다. 마당놀이나 판소리 한번 관람해보라.. 또한 공연이라는 게 고상한 지적 예술 활동이 아닌 해학과 풍자가 곁들인 서민들의 삶을 달래주고 권력층을 조롱하고 대항하면서 시원하게 뀌는 방귀다. 직접 체험과 감상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슈만의 독일 가곡과 브람스 피아노 4중주를 들으면서 핸드폰 보고 오징어를 씹으려면 차라리 집에서 감상하는 게 낫지... 그래서 이런 솔로, 실내악은 살롱, 작은 공간에서 적합한 건데 그럼 경영과 안 맞아 개런티 충당도 안되고..... 끝으로 카바레의 사전적 의미를 남기면서 글을 마친다.

카바레(Cabaret):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예능인의 쇼를 구경하는 형식의 특수 사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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