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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66] 문화역서울284 탐방기: 호텔사회 Hotel Express 284 기획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24 09:04
  • 수정 2020.01.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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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기획전시 <호텔사회Hotel Express 284>가 옛 서울역사인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3월 1일까지 진행된다.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가 도입되기 전 옛 서울역은 서울의 관문이자 얼굴이었다. 누구나 서울역에 내려야 했다. 서울이라는 동경과 선망의 도시에 발을 디디려면은. 새로운 희망을 부풀어 오게 만드는 시작이었고 전라도, 경상도 등지에서, 38선으로 분단되기 전에는 8도에서 오는 사람들로 부쩍였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마법의 문이었다. 그런 서울역이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 없어 바로 옆에 최첨단의 모던한 유리 외장의 KTX 역사에게 서울의 심장 역할을 넘겨주고 용산, 청량리, 영등포역으로 운송객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으나 역사(歷史)가 살아있는 역사(驛舍)이자 1923년부터 2003년 10월까지 약80년동안 우리나라 철도의 중앙역인 서울역의 본 역사로 사용된 문화역서울284에서 과거의 호텔을 재현한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옛 서울역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어 시민들을 반긴다.

호텔과 역은 개항기와 함께 서구 문명의 상징이다. 호텔은 외국인들이 머물며 교류했던 사교클럽으로서의 신문화를 수용하는 통로였다. 서울역이라는 장소성과 상징성이 호텔이 가진 기능적 공간으로의 생화문화플랫폼으로서과거-현재-미래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먹고 마시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융합과 사교, 만남의 장소로서 호텔을 체험해보는 전시회다. 호텔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잠드는 복합 장소이다. 모든 걸 한 군데서 해결할 수 있는 터전이다. 서울역이라는 철도 즉 이동의 속도가 중시되었던 현대사회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국의 풍미를 느끼며 힐링의 공간으로서 살롱과 같은 문화공간의 역할을 담당했다.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체크인이 시작되고 호텔의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한 여러 공간들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호텔에 대한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던 전시회 내의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모습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던 전시회 내의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모습

서울역이 서울의 관문이었다면 라운지와 로비는 호텔의 관문이다. 입장과 함께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보고 각각의 공간으로 흩어지는 입구다. 휴식과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스파와 온천, 수영장의 공간을 재현한 '오아시스- 풀. 바. 스파', 여행안내 거점으로서의 '여행'관광 안내소', 미용과 패션을 선도했던 '이발사회' 그리고 여장을 풀고 집과 같은 포근함의 사적 공간인 객실 등을 둘러보자 가장 이목을 끄는 방이 등장했다. 바로 1960년대에 시작된 호텔 극장식당을 모티브로 공연과 식문화, 즉 살롱인 '그릴 홀'이다.

우리나라 최초 양식당이었던 구 서울 역사의 대식당 그릴(Grill), 유흥과 예술 문화 그리고 그 접점의 사람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곳
우리나라 최초 양식당이었던 구 서울 역사의 대식당 그릴(Grill), 유흥과 예술 문화 그리고 그 접점의 사람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곳

식당은 단순히 먹는 장소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교의 공간이다. 술과 음식이 어우러지며 사방팔방에서 온 사람들이 교류와 사교를 한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게 음악, 공연 등의 유흥, 예술이며 여기서 서구식 살롱 문화가 전파되었을 터.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백 년 전 저런 공간 한편에 놓인 피아노 위에 앉아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과 서양인들 사이에 귀를 쫑긋하며 처음 듣는 음악에 빠져 있을 우리네 선조들의 모습을, 예전 KBS 드라마 서울1945에서 소유진이 분한 서구 클래식을 전공한 우리네 1세대 서양음악인의 모습을. 그렇게 해서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의 서구 음악이 유입되었을 터.... 호텔의 공연장과 쇼를 통해 예술교류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다해 호텔에서 활동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모습이 '살롱 도뗄'(Salon d'hotel)로 펼쳐진다.

구 서울역의 통로였던 서측복도가 Colonial Garden으로 꾸며졌다.

어린 시절, 방학을 맞아 서울 외갓집에만 간다고 하면 며칠 밤낮을 설치며 두근두근 기다렸다. 서울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면 마치 우리와는 다른 첨단 신세계 멋쟁이가 온 듯 달라붙어 서울의 생활과 유행에 대해 물어봤다. 서울에서 온 선물을 받으면 서울 스타일을 자랑했던 기억이 지금의 40대 이상에게 누구나 있을 터....

의기양양하게 첫 발을 내딛고 반겼던 서울역이 그때는 그렇게 장엄하고 압도적이더니 지금은 어른이 돼서 찾은 초등학교 마냥 줄어들었구나..... 그러나 어떠랴~~ 지금도 어둠을 헤치고 들어오고 나가는 기차들의 우리네 인생살이 희로애락의 집합소다... 이동과 숙박, 즉 여객이다. 이번 설 명절 연휴에는 문화역서울284에서 향수를 만끽해봄이.......

나가면서: 왜 284일까? 999도 아니고? 힌트는 문화상점 이문일공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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