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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살롱 165] 참을 수 없는 본능의 가벼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23 09:36
  • 수정 2021.04.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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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공연과 강연, 미술 전시회, 창업박람회, 명사초청 간담회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행사가 열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상점 이문일공칠에 일주일에 1-2번은 꼭 방문한다. 지하철 1호선 외대입구역에 내려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간판의 상점이 있다. 여길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매번 생긴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고 싶다. 가서 말하고 싶다. 참을 수 없다..... 고쳐줘야 한다.... 바로 외대 앞에 위치한 맥줏집 <비스마르크>다. 어딜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맥주집인데 뭐가 문제냐고? 간판의 비스마르크 이름, 철자가 틀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정통 독일 맥줏집 비스마르크....비스마르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정통 독일 맥줏집 비스마르크....비스마르크????

독일 통일을 이룩한 철혈 재상 Otto von Bismarck(1815-1898)의 이름에서 따온 가게다. 비스마르크란 인물로 독일 정통 맥줏집을 표방한 이 상호에 C자가 빠진 거다. 이름을 잘못 적은거다. 그래서 볼 때마다, 지나갈 때마다 거슬린다. 여기는 다른데도 아니고 외국어대학교 상권 아닌가! 그럼 분명 독일어과 학생들 또는 교수님들도 보셨을 건데 사장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괜히 내가 증뿔나게 나서서 오지랖을 피우는 건 아닌지.... 사장님도 알고 있으면서 안 고친 건가? 암튼 알게 모르고 나만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거다....

아~~정말 들어가서 말해줘야하나???? 식자우환이다!

얼마 전 방송 촬영에서, 칼럼에서 우리 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선배 원로들에게 배운 표현을 쓰다가 문맥과 맥락도 맞지 않고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으레 우리 음악계 내에선 쓰는 표현이요 단어가 잘못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내부에선 의미를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틀린 건지 몰랐지만 지적을 해준 분의 조곤조곤할 설명을 듣고 납득이 가고 쓰면 안 되겠다 다짐했다. 우리 일상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언어 구사와 본말 전도,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전파 방식으로 굳어진 행태가 많이 있는 것처럼 음악 내에서도 잘못된 방식이 현재는 옳은 걸고 굳어지고 사용되고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지고 그게 진실로 호도된다.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초연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멋대로 슈만이 적은 메트로놈 속도보다 빠르게(왠지 그래야만 곡이 더 박진감 넘칠 걸라는 확신으로) 연주한 후 다들 슈만의 악보에 적은 템포보다 빠르게 연주하고 있다. 몇몇의 연출가가 오페라에서 시도한 작법이 이제 그 오페라를 할 때마다 나와야 되는 무대지시가 되어버렸다. 카라얀의 멋지고 근엄한 모습을 커버로 내세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사실 이탈리아의 음악평론가요 음악학 교수였던 자초토(Remo Giazotto 1910-1998)의 작품인데 카라얀의 첫 녹음으로 대중화되면서 자초토는 날아가 버렸고 알비노니만 남게 되었다. 그게 진실이요 배운 게 전부이지 알고 평생 신념으로 굳어져서 살게 된다. 선술집에 들어가 맞춤법이 틀리고 이름이 잘못 표기되었다고 하면 사장님이 간판을 고쳐서 다시 다실까? 아니면 문전박대 당할까? 그래도 알려줘야 하나??? 오늘도 그 앞을 지나면서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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