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홍성 수필 [ 30 ] 덕재 9 / 모포부대

김홍성 시인
  • 입력 2020.01.22 09: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군 헌병들은 이들이 진지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모포부대라 불리는 사람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모포 부대는 남녀혼성조직이었다. 보통 여자 한두 명에 남자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는 미군들에게 대마초나 환각제를 팔았다. 여자는 성을 팔았다.

 

대규모 기동훈련에는 비행기 뿐 아니라 자주포나 탱크 또는 장갑차까지 왔다. 또한 포병들과 보병들이 따라 왔다. 그들은 덕재 고개 남쪽에 진을 쳤다. 그들 병력들이 진을 치기도 전에 무슨 레지스탕스나 첩보원처럼 나타나는 민간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미군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었다.

미군 헌병들은 이들이 진지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모포부대라 불리는 사람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모포 부대는 남녀혼성조직이었다. 보통 여자 한두 명에 남자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는 미군들에게 대마초나 환각제를 팔았다. 여자는 성을 팔았다.

미군 헌병은 이들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사격장으로 올라오는 고개를 지프를 타고 다니며 순찰하다가 이들을 발견하면 지프에 태워 고개 밑에다 내려놓고 다시는 접근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일 다시 접근하면 곧장 우리나라 경찰에 인계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그러나 그들 모포부대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생업은 법이나 윤리보다도 신성한 것이었다. 그들은 굽이굽이 이어진 고개 길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서 올라왔다.

내가 그 길 초입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는 방금 산에서 내려온 미군 헌병의 지프가 내려놓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지름길로 안내했다. 지름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로 땔나무꾼이나 나물꾼들이 다니는 길이었다.

그 길은 가끔 가팔라졌다. 최소한 사십은 넘었을 약간 뚱뚱한 여자는 쉴 때마다 손목에 질끈 묶은 노란 손수건을 풀어 굵은 목에 흐르는 비지땀을 훔쳤다. 여자를 끌다시피 하면서 내 뒤를 따라온 남자는 깡마르고 눈매가 사나웠다. 그리고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였다.

우리는 떡갈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담배를 나누어 피웠다. 그들은 의정부에서 왔다고 했다. 그들이 주로 가는 사격장은 전곡 쪽에 있으며, 덕재 사격장은 그 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다른 팀들은 주로 이 길을 이용하며 이미 미군들의 진지 가까이 접근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는 다른 팀들이 이런 지름길이 있다는 정보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분개하기도 했다. <계속>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