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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살롱 163] 히트곡 제조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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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선율은 무엇일까? 방탄소년단의 신곡 <블랙 스완>? 빌보드를 점령한 <아기상어송>, 아님 겨울왕국2의 <Into the Unknown>? 아니다! 제목과 정확한 출처는 모르지만 원하든 원치않든 하루에 몇 번은 꼭 들어야만 하는 일상의 소리, 멜로디가 있다. 그건 바로 삼성 스마트폰 S8부터의 기본 벨소리로 내장된 <Over the horizon>이다.

2014년 인사아트 갤러리에서 열렸던 동양화가 김현정의 내숭 올림픽 중

제목은 처음 들어 생소할지 몰라도 아래 유튜브를 클릭해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젊은 층들이야 자기만의 개성으로 컬러링과 벨소리도 바꾸고 핸드폰을 액세서리의 일환으로 꾸미고 기기를 잘 다루지만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구입했을 때 설정된 기본 조작과 옵션을 바꾸지 않고 쓰니 삼성폰으로 전화만 왔다 하면 너도나도 이 선율로 핸드폰이 울린다. 이 벨소리를 가장 손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에서다. 30분만 타봐라. 진동으로 해놓지 않은 우리네 아저씨, 아줌마들의 핸드폰에선 어김없이 열에 다섯은 이 소리가 나와 서로 자기 것이 울리나 주섬주섬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차에 앉아 잠을 청하면 어김없이 솔-레로 도약하는 완전 5도 음과 함께 잠들만하면 울리고 또다시 잠들만하면 울리는 완전5도 음정.... 대부분은 백날 들어도 잘 구별 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지만 필자같이 신의 선택을 받아 예민하고 섬세한 음악적 인간은 무디지 못해 둔해 빠져 전화 온 지도 모르는 반복되는 완전 5도 때문에 견디지 못할 지경이다. 이런 유의 귀에 익게 만드는 작용은 마케팅과 광고에 제격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각인시키려는 노력, 관종이 넘쳐나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좋아요와 조회수에 좌지우지되는 현 세태에 이거야말로 가만히 있어도 절로 퍼지게 만드는 파급효과로서 최고의 방법이다.

과거 9시 뉴스의 타이틀 음악으로 나왔던 구스타프 홀스트의 모음곡 <혹성>, MBC 권투 오프닝의 했다 하면 나왔던 <상브즈와 뫼즈 연대 행진곡>, 장학퀴즈의 음악으로 나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 같은 경우는 곡 제목은 몰라도 계속된 반복과 주입으로 익숙해진 대표적인 클래식 선율들이다. 그렇게 접하면서 원 곡을 콘서트나 시디플레이어로 실황으로 접하면 반갑다. 음악이나 문구 등 사람들이 외우게 하고 알게 하기 위해서는 내용의 심오함을 차치하고 꾸준한 노출과 반복적인 재생만이 척도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는 음악의 우수성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고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 무용수들이 고양이의 습성과 여러 가지 성격을 사실적인 몸짓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앙증맞고 고양이들이 공연 중에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청중들의 무릎에도 앉고 앙탈을 부리기도 하고 관객을 일으켜 같이 춤을 춘다든가 말썽을 일으킨다. 음악 외적인 화젯거리가 많은 게 성공의 요인이기도 하다.

우수한 상품, 고급예술을 어떻게 수용자에게 포장해서 전달해야 하는가 하는 마케팅이 관건이다. 자고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뛰어난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하였다.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일부러 스캔들을 만들고 다분히 전략적으로 이용한 마르셀 뒤샹이나 낸시랭, 스티브 잡스, 동양화에 팝아트와 자기애적 선정성을 혼합한 김현정의 <내숭> 시리즈 등이 양식과 내용을 기발한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전파한 경우들이다. 시간예술인 음악이야말로 찰나로 소비되니 담을 수 없는 그릇이지만 같이 마시는 큰 우물로 지속성과 보급성, 개인의 소유가 아닌 만인 공유제라는 다른 이점이 확보된다.

얼마 전에 출시한 소프라노 김정아의 <애국가> 음원이나 여근하의 <왕십리 아라리 또는 생기 넘치는 구로>, 피아니스트 장윤진의 <Cheer Up! Jiny>가 핸드폰에 내장된 벨소리라면 곡의 출처는 모르더라도 일파만파 퍼질 건데.. 예전에 기획자들이나 가수들이 막 나온 음반을 들고 방송국 PD나 백화점 홍보팀, 식당 등을 돌아다니면서 배경음악으로 틀어달라고 로비하고 다니기도 했다. 강진의 <땡뻘>, 김국진의 <타타타>, 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지금은 사랑받는 국민 노래들이 수년간 뜨지 못하고 잊히다가 부활한 계기가 뭔지 아는가? 노래 스스로의 힘으로??? 천만에... 조인성이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로 극중 인물과 적합한 장면에 부르게 해서 2차 저작물과 시너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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