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62] Critique: 이주희 피아노 독주회
[성용원 음악통신 162] Critique: 이주희 피아노 독주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1.20 08: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Infach und zart (단순하고 부드럽게), 순수성의 온화함, 1월 19일 일요일 세종체임버홀에서의 이주희 피아노 리사이틀

슈만과 브람스가 한 무대에서 쳐진다면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인 건 확실하다. 고독하게 광야를 걸어가면서 정진하는 음악가의 무대에 찾아가서 음악을 듣는 재미는 녹색 과수원의 열매를 함께 따는 수확이다. 1월 19일 일요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이주희 피아노 독주회는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스크리아빈과 드뷔시 등의 다양한 과실을 풍성하게 거둔 수확의 계절이었다.

나의 감미로운(zart) 그대, 슈만과 브람스를 껴안고 싶은 그대, 피아니스트 이주희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모음곡, 작품번호 118>은 소품(小品)인지 소품(韶品)인지 구별이 재요구된다. 통상적으로 작은 작품이란 소품으로 해석되지만 내용면에선 결코 작지 않아 한 곡당 소요되는 집중력은 스크리아빈 <비극적 시>와 맘먹는다. 형식적으로도 브람스가 가장 추구했던 균형미를 이루기 위한 가장 적합한 양식이었을 수 있는 3부 형식이면서 길이도 3-4분 내외로 브람스의 개성과 작곡 기법 그리고 말년의 고독과 인간미가 깊이 내재되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질량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내적인 면을 파헤친다면 결코 작은 곡들이 아니다.

후기 브람스 피아노 곡들은 과묵하며 진중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주희의 연주도 지극히 담백하면서도 감정의 절제를 꾀하고 고전적인 정형미를 추구하였다. 대칭적으로 균형잡힌 간결하고 압축된 내용이 우아한 투명성과 하나가 되었다. 특히나 2번 인터메쪼와 5번 로망스는 단순하고 섬세하게(Einfach und zart) 표현하여 6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전체적으로는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모음곡>은 곡들마다의 극렬한 변화와 대비 대신 평면적인 구성의 연주가 자칫 모노톤적으로 흐를 수 있으며 화끈한 응집력과 육중한 타건의 힘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중년 독신남 브람스가 아닌 이주희의 모습이 반영되었다. 낭만시대의 고집센 주관적인 브람스가 아니라 제목을 <바가텔>이라고 붙여도 좋을 모음곡집이 짜였다. 거기에 이주희의 조심스러운 페달 사용과 명확한 아티큘레이션이 고전적 작품 해석에 근거를 더해주었다.

드뷔시의 '기쁨의 섬'에 영감을 준 와토의 '키테라 섬으로의 순례'

와토의 <키테라 섬으로의 순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기쁨의 섬> 그림이 무대 뒤에 빔으로 보이며 환성적인 선율과 파도가 울렁이는 기쁨과 환희로 인도된 후 정형적이고 내적인 브람스를 연출한 피아니스트가 변화무쌍하고 변덕이 심한 슈만의 유모레스크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기쁨과 슬픔, 격렬함과 부드러움, 안정과 불안 등의 여러 감정이 교차하거나 한데 얽힌 상태로 슈만만이 쓸 수 있는 작품 유모레스크. 슈만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지극히 불안전한 정신구조로 하루에도 몇 번씩 상태가 변하면서 조울증과 집착, 플로레스탄와 오이제비우스의 혼합된 정신 분열의 집정인 유모레스크.....

이주희의 유모레스크는 그래서 조커의 광기가 아닌무한한 순수성의 온화함이었다. 슈만을 위로했다. 분산되지 않고 한 데로 모으면서 다독였다. 그건 브람스의 <6개의 모음곡>때와 마찬가지였다. 물론 슈만이 훨씬 말 안 듣고 개성 강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썽쟁이 장난꾸러기다. 우격다짐으로 제압하지 않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이 악동들을 온화하게 대했다. 브람스 모음곡의 2번과 5번에서처럼 이주희는 역시나 순수하고 부드러웠다. 오늘의 키워드는 Einfach und zart다! 단순하고 섬세하게라고 번역하고 소개했으나 '단순하고 부드럽게'가 더 어울린다. 또는 zart를 감미롭게로 변역도 가능할 것이다. 유모레스트의 처음 부분처럼 이주희는 einfach, 즉 단순성에 도달한 순수한 결말의 피아니스트다. 그녀의 설명처럼 순수한 결정체의 연주를 껴안고 싶다. 그래서 나의 감미로움(zart) 그대, 슈만과 브람스를 껴안고 싶은 그대, 대상은 피아니스트 이주희다.

앙코르로 연주한 거쉰/와일드의 Embraceable You, 이게 바로 소품이지!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컨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