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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60] 오빠라고 불러!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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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의원이 안산시립국악단 여성 단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예쁘다", "오빠라고 불러라"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해왔다는 폭로가 터졌다. 안산시립국악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일본에서의 공연 후 뒤풀이 자리에 당시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었던 정종길(더불어민주당)의원도 참석해 단원인 A씨에게 5만원권 지폐를 건네고 어려울 때 자신에게 가지고 오면 100배로 불려 주겠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으며 뒤풀이 이후에도 수시로 국악단 연습실을 들러 여성 단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 옆에 특정 여성 단원을 배석시켜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안산시립국악단 단원들과 마찰을 겪고 있는 시의원, 사진 갈무리: MBC 뉴스

여성 단원이 3분의 2에 이르는 국악단인지라 노조를 결성해 대응하려하니 주도한 남성 단원 등에 "섣불리 나오면 문화국장, 예술과장 우후죽순처럼 날아간다"라며 "감당할 자신 있으면 하라"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 의원은 A 씨가 동향이라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요 국악단 단원들이 연습을 하지 않아서 독려 차 참석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며 안산시 의회도 정 의원이 지난달 문화복지위원장을 사임했고 상임위도 도시환경위원회로 옮긴 마당에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잘못했다. 고작 5만원 가지고.....적어도 500만원 짜리 수표라도 흔들어야지....
정 의원이 잘못했다. 고작 5만원 가지고.....적어도 500만원 짜리 수표라도 흔들어야지....

일련의 일들을 겪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사자의 일탈행위요 해프닝으로 치부되고 반성을 촉구한다. 재발방지를 요구하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사람들 간의 시시비비로만 회자되었다가 끝난다. 요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예술가,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인간성의 상실 그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다. 이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건 언제 어디서나 또 다른 단체에서 일어날 일이다. 정권과 이념, 재산, 학력과는 무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 인식이자 풍토다. 필자도 한국에서 음악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점, 항상 부딪히는 벽이 대중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와 무례다.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자기들 기준과 취향으로 멋대로 평가하고 재단하면서 예술, 예술가들을 종속시키고 자기들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고 한다. 돈 있고 권력 있다고 재는 거다. 조선시대와 변한 게 없다. 티브이 사극을 고관대작들 잔치에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는 악사와 무희, 그들의 모습이 현재의 예술가다.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지 안다. 어떻게 대우하고 예우해야 되는지 모르면서 알량한 몇 푼 안되는 돈과 쥐꼬리 만한 권력으로 설치면서 그게 잘해주는 거요, 친근감의 표시요, 안타까움과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의 발로라고 멋대로 지껄이고 예술가들의 삶의 태도를 바꾸려고 한다. 그게 가장 심한 족속이 '아저씨' 관객이다. 술 먹고 노래방 가서 자신들의 감정을 배출하고 트로트나 듣는 게 음악이라고 알지 심원하고 고귀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평가한다. 염불에는 관심 없소 잿밥에만 탐내며 음악회에 왔으면 음악 듣고 알아가려고 할 시도는 하지 않고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오기 싫은데 억지 끌려와 빨리 끝내고 나가서 술 먹고 노려고 한다. 음악회가 문화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회생활이다. 그런 관객들이라도 많이 와서 머릿수 채우는 게 클래식 음악 확산에 도움과 초석이 된다고? 백날 그래봐라! 오긴 올 거다. 와서 저 안산시 의원같이 행동할 테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신념과 천고의 길!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신념과 천고의 길! 사진 갈무리: 드라마 스토브리그

예술을 무슨 하부구조로 여기는 녀석들, 예술인을 경시하는 행정관료주의적 사대주의에 빠진 녀석들, 예술에 대해 관심과 안목이 1도로 없으면서 행정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뭔가 이뤘다고 여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후진국 수준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적어지길 바란다.또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예술인들의 작태가 더 한심하다.말을 잘 들으면 바뀌나? 그렇지 않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10회(1월 17일 방영) 분의 한 대목을 발췌한다. 

권경민: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백승수: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권경민: 다르게 대하지.

백승수: 근데, 말을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

권경민: 네가 말을 잘들어본 적이 있긴 있냐.

백승수: 후회합니다, 그때를.

권경민: 지랄하네, 그런 적도 없으면서...

백승수: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의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10회 중, 백승수(남궁민)가 구단주 대행인 권경민(오정세)의 술자리 부름에 불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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