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81] 최동열의 ‘슬픈 스토브리그’와 에이징 커브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81] 최동열의 ‘슬픈 스토브리그’와 에이징 커브
  • 기영노 전문 기자
    기영노 전문 기자 kisports@naver.com
  • 승인 2020.01.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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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열은 집을 나서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오늘은 5억 원을 꼭 받아내야지......”

최동열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울했다. 지난 시즌 14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렸고, 방어율도 2.32로 프로야구 전체 투수 3위에 해당될 정도로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연봉이 ‘3억 원’ 그대로 동결이라니......

팀 내 다른 선수들은 이미 계약을 모두 끝냈고, 지금 1월 중순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제 며칠 있으면 미국 애리조나로 해외 전지훈련을 가야하기 때문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팀이나 자신이나 모두(올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분명했다.

최동열이 택시에서 내려서 구단 사무실 까지 걸어가는데, 그야말로 살을 파고드는 듯한 추위가 엄습해 왔다.

방송국의 기상정보에는 오늘이 이번 겨울 들어서 가장 추운 영하 12도라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되는 것 같았다. 더구나 팀과 유일하게 계약을 하지 못해서 무소속으로 있다 보니 마음과 몸이 더욱 추운 것 같았다.

운영부 사무실로 들어서니 운영부장과 단장이 뭔가 얘기를 주고받는 듯 했다. 최동열이 들어서자 단장이 서둘러서 사무실을 나갔다.

1983년 5월 18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사상 첫 나이터 게임에서 롯데 최동원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1983년 5월 18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사상 첫 나이터 게임에서 롯데 최동원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운영부장 ; 앉아라!

최동열 ; 네.

 

최동열은 운영부장이 손짓하는 소파에 앉았다.

운영부장 ; 최동열! 생각해 봤어?

최동열 ; 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결(3억 원)은 너무 합니다. 지난 시즌 제가 올린 승수로 보나 방어율로 보나 ‘커리어 하이’였는데 말에요. 그리고.

운영부장 ; 그리고 또 뭐냐?

최동열 ; 제 커브볼은 아직도 리그 최고라는 것은 인정하시잖아요, 故 최동원의 커브가 폭포수처럼 떨어지면서 타자를 현혹시켰다면 제 커브는 빠른 커브, 보통 빠른 커브 그리고 슬로커브 세 종류로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잖아요.

 

최동열이 운영부장 보라는 듯,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야구공으로 커브 그립을 잡으면서 말했다.

운영부장 ; 얘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고 최동원 선수는 키(1m79cm)는 크지 않았지만 팔을 높이 들어서 최대한 높은 곳에서 릴리즈가 이뤄져서 타자 입장에서는 높은 쪽(스트라이크 보다)으로 공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지켜보다가 삼진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어.

최동열 ; 또 뭐에요?

운영부장 ; 최동원이 어떤 투수였다고 생각하나? 투 피치 아니면 포 피치 등

최동열 ; 투 피치 투수 아니에요? 패스트볼과 커브.

운영부장 ; 아니야, 포 피치 투수였어, 최고 155km의 빠른 공을 갖고 있었지만 이닝 이터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평균 147~8km 정도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커브를 많이 구사 했지만 간간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섞어서 던졌어, 그 비중이 패스트볼 40퍼센트, 커브 30퍼센트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합해서 30퍼센트 정도였어.

최동열 ; 저도 패스트볼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와 너클볼 까지 던지잖아요, 아시면서 그러세요.

운영부장 ; 내가~ (최동열이) 우리 팀 선수라 이런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커브도 타자가 던지는 타임을 알면 얻어맞는 경우가 많아,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 팀 알지, 최지만 선수가 뛰고 있는.......그 팀의 좌완 에이스이고, 201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블레이크 스넬(당시 21승5패, 방어율 1.89) 선수는 타자들이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라는 타이밍에 약 130km 정도 속도의 커브를 던져서 농락하지, 아마 그 커브를 요요 커브라고 하지, 그러니까 커브는 타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할 때 던져야해, 류현진이 2019년 시즌까지 뛰었었던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그런 커브로 재미를 많이 보는 유형이지. 그리고 또 자네의 커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최동열 ; 아니 제 커브가 어때서요?

운영부장 ; 자네 커브는 이제 ‘에이징 커브’라는 얘기지.

1984년생, 36살 쥐띠로 투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의 최동열은 ‘에이징 커브’라는 말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3억 원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와 탬파베이 경기에 나선 블레이크 스넬의 모습(연합뉴스=AP).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와 탬파베이 경기에 나선 블레이크 스넬의 모습(연합뉴스=AP).

P.S

에이징 커브(Aging Curve) ; 스포츠맨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전성기가 지나면서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체력의 하양곡선을 말한다. 대개 축구선수는 30대 초반, 야구 선수는 타자는 30대 초반, 투수는 30대 중반부터 하향곡선을 타게 된다.

릴리즈(release) ; 릴리즈 포인트라고 하는데, 투구를 할 때 릴리즈 포인트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의 궤적을 그릴 때 공을 놓는 지점이다.

이닝 이터(ining eater) ; 선발투수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德目)이다.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를 말한다.

선발투수는 최소한 5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되는데, 매 경기 선발로 나와서 5이닝 이상 던져 주는 투수다. 9이닝 까지 혼자서 완투를 해 주면 팀으로서는 불 팬의 힘을 아낄 수 있어서 더욱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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