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56]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아도 내겐 그냥 남의 일
  • 후원하기
[성용원 음악통신 156]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아도 내겐 그냥 남의 일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1.14 09: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년 주기로 음악 부분에 수여되는 독일 예술원(Akademie der Künste)이 시상하는 2020 베를린 예술대상(Großer Kunstpreis Berlin)에 재독 작곡가 박영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동양인으로선 최초의 수상이라는 영예다. 베를린 예술대상은 1848년 독일 3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1948년부터 예술인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서 음악, 순수미술, 건축, 문학, 공연예술, 영화 등 6개 부문 중 1개 부문에 대해서만 6년 주기로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동시에 6개 부문에 대해 '예술상'을 선정하는데 올 해 음악분야애 작곡가 박영희 선생이 뽑힌 것이다.

작곡가 박영희,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작곡가 박영희,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작곡가 박영희는청주중앙초, 청주여중, 청주여고 출신으로 서울대 작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4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로 유학길에 올랐다. 1978년 스위스 보스빌 5회 세계 작곡제 1위, 1979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작곡 콩쿠르 1위 등 상을 휩쓸며 국제 무대에서 현대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작곡과 주임교수·부총장 등을 역임했고, 독보적인 창작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통합청주시 출범 당시 청주시민의 노래를 작곡했고, 통합청주시 1호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이런 세계적인 작곡가도 한국에 오면 절망한다. 그저 몇몇의 현대음악 작곡계 사람들 안에서만 진가를 인정받고 알아주지 존경과 권위는 내팽겨처진다. 젊은 연주자의 콩쿠르 입상 소식이라도 전해져야지 관심이 쏠리지 이런 학문적 업적은 좁디좁은 학계를 벗어나면 알아주지도 않는다.

위촉 작곡가로서 초대하고 마련해 놓은 초대권 봉투에 적인 내 이름, 기획사 입장에선 연주자가 무슨 곡을 하든 사람이 적게 오든, 많이 오든, 작곡가의 이름 등은 관심도 없다. 그저 돈 받고 일해 주는 대행사에 불과하니 자신들에게 돈 주고 일 맡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최근 연주회의 일이다. 원로에 속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이 역시 한국의 TOP 오케스트라 중 한 군데서 연주했는데 편성에 꽹과리가 들어가 있었다. (크로스오버, 국악적인 요소의 차용, 동서양의 만남 등 서양 관현악 편성에 국악기 또는 특수 악기가 들어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그 관현악단의 타악기 주자가 꽹과리를 쳐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작곡가가 합리적인 선에서 악기가 없다면 본인의 것이라도 빌려주던지 어려우면 쉽게 고쳐 주던지 정 안되면 심벌즈로 대체해서 연주하라고 제안을 하였는데 악보와 작곡가의 지시를 무단으로 거부하며 그 부분에서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리어 외국에서 연주할 시 꽹과리를 알지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최대한 유사한 악기를 구하고 최대한 작곡가가 의도한 음색과 성격에 맞게끔 동분서주한다고 하는데 필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시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첫째, 작곡가가 합리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고 곡을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았다. 이를 방치한 지휘자와 타악기 수석에게도 연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마디로 직무유기다.

둘째, 타악기 수석도 아니요 일개 단원이 선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묵살한 건데 이건 공산당, 노동조합이요 그토록 부르짖은 공정과 민주화의 결과물인지 묻고 싶다.

셋째,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작곡가(타악기 주자에게도 음악계 원로이자 선생님 뻘이 될)의 작품도 그렇게 재단한다면 다른 무명 작곡가들의 작품은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예측이 되어 심히 분노가 치민다.

넷째, 그런 식으로 가르치고 기른 우리 음악계 전체의 반성과 전면적인 학교 시스템의 전환 및 마인드 개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그냥 입시를 통한 기계, 할 줄 아는 것만하는 로봇을 만들었을 뿐 음악인, 예술인이 아니다. 특히나 지금 원로의 연배에 속하는 음악인들 그리고 그 밑의 세대들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다섯째, 권위와 전문성이 이렇게 훼손되고 하향평준화와 평등이 심화되는 무질서한 세상이 도래하는 거 같아 두렵다. 이제 배려와 이해, 존중이 아닌 어른, 아이 할거 없이 유아독존의 막무가내 이기적인 세태가 더욱 가시화될 거 같아 무섭다.

여섯째, 안 배웠어요, 못 배웠어요. 안 쳐봤어요. 어려워요. 못 쳐요. 못 불러요......

입시와 학창시절에 배운 정말 새 발의 피 정도의 지식과 레퍼토리로 평생을 풀어먹는 게으른 작자들. 그래서 유학 갔다 와서 수백 번 풀어먹고 선생 되고 교수돼서 그저 또 답습하면서 부리는 아집, 돈이나 몇 푼 쥐여줘야 연주하는 악사. 능동적으로 평생 공부하면서 음악과 예술에 대한 탐미를 하는 대신 부족한 능력과 성숙하지 못한 인성으로 꼰대(전혀 나이와 직책과 상관없다)가 되어가는 작자들이 태반이다.

MBN 뉴스와이드 7월 26일 금요일 차에 출연한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이 쓴 판넬, 사진 갈무리: MBN 뉴스와이드 방송
MBN 뉴스와이드 7월 26일 금요일 차에 출연한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이 쓴 판넬, 사진 갈무리: MBN 뉴스와이드 방송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입시경쟁, 스쿨 클래식이 아닌 진정 음악이 주는 행복을 연주하는 당사자부터 느끼고 그 사랑하는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파, 음악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과 숭고함을 같이 공유하길 바란다. 좋다는 말, 박수갈채와 맹목적인 환호와 인정에만 목말라 자신의 악기, 자신의 밥벌이, 자신의 영역에서의 성공에만 매몰되어 전체적인 상황과 큰 그림을 그리고 보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자기 돈으로 음악회 개최하면서 몇 년에 한번 올리는 독주회엔 무슨 큰 벼슬이나 한거 같이 예민하고 마치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은 초조해서 벗어나 프로페셔널한 연주자의 자세를 원한다. 일당 받는 오브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브랜드를 형성해서 자립하고 당당한 주체로서 독립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제대로 공부하고 전략을 세우고 대비해면서 배운 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할 줄 하는 악기가 있으면 꺼내서 연주하고 다른 이와 즐겁게 합주하면서 즉흥연주도 하고 화음도 바꿔가며 이조도 하고 현란한 카덴차나 시나위를 할 줄 하는 연주자가 되어야지 몇 개의 연마한 곡들을 들들 외워서 치고 선보이는 건 예술가의 반열이 아닌 그저 악사다. 작곡가도 마찬가지로 어떤 악보를 줘도 전조도 척척하고 악기 하나를 편하게 다뤄 반주도 하고 즐기면서 기존 알려진 곡들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학습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베토벤 소나타나 바흐 평균율 푸가는 적어도 3-4개는 외워서 칠 줄 알고 어떤 스타일의 장르와 편성에도 시간 안에 편곡을 쓱쓱 해내면서 요즘 필수인 레코딩과 미디어기기 활용법도 알아야지 작곡가라 할 수 있지 음악대학을 졸업했다고 몇 년 음악을 전공했다고 음악가가 아니란 뜻이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직책과 위치가 자신의 실력이라고 그리고 올바른 음악관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그러니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은 생존하는 작곡가의 작품도 관심 없고 연주하라고 하면 귀찮을 뿐이다. 왜? 자기에게 돈이 되지도 않고 명예가 얻어지지도 않고 어렵고 까다롭기만 해서 오랜 시간 시간 들여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니... 먹고사는데, 내 앞길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면 득과 실만 따져 권위와 성취에 대해 머리 숙이지 않는다.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콘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