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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54] 문화예술인 신년음악회 이모저모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12 09:54
  • 수정 2020.01.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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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및 신년음악회'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소리의 어우러림, 희망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이뤄졌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작가 조정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안숙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설치미술가 이주요, 도예가 김시영, 건축가 한양규, 만화가 이수인,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 국악인 송소희, 배우 유동근. 정보석, 손현주, 문소리, 예능인 엄용수, 송은이, 가수 양희은, 김종진, 홍진영, 황치열, 디자이너 이상봉, 홍은주, 의수화가 석창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예술계를 빛낸 사람들이 같이 했다. 정부에서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의 성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김은선, 한국이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명민 씨 등의 활약을 언급하며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셨던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에 성큼 다가가 한 해였다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또한 문 대통령은 "문화체육부 박양우 장관과 점심을 같이 했는데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때문에 문화예술의 자유에 대해서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일 때문에 문체부 내부도 굉장히 많이 침체가 됐는데, 이제는 많이 벗어났다고 한다"고 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또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안정 그리고 창작을 지원하고 복지수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서는 정치용의 지휘로 KBS교향악단이 임동혁, 조진주, 양성원과 함께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연주하였다. 서곡으로서 이영조 작곡의 관현악곡 <여명>과 피날레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창작 칸타타인 '동방의 빛' 마지막 악장 제3부 판 중 '희(希)'가 국립합창단의 대합창으로 연주돼 2020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시작의 의미를 전달했다.

신년 음악회 후 커튼 콜, 사진출처: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신년 음악회 후 커튼 콜, 사진출처: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새해 첫날 또는 모든 일의 새 출발을 의미하는 동터오는 첫 햇살이라는 뜻의 여명(黎明)! 현의 트레몰로 천천히 멀리서 돋아나는 태양의 모습을 그리며 목관 악기에 의해 한국의 민속적 선율을 신호로 호른에 의해 밝은 첫 하늘이 열린다. 현악기의 유려한 민족적인 선율에 이어 오보에의 가락이 가미되면서 8분 30초라는 연주시간이 순삭 되는 이영조의 작곡의 <여명>은 연초에 한민족을 위한 곡으로 제격이다.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에서>교향곡을 신년음악회라는 제목 하에 연주하는 관습 아닌 관습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만의 국민적 정서와 얼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작품이 이제는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우리 오케스트라도 적극적으로 연주해서 알리고 보급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이영조의 <여명>을 그 중 하나로 제안한다. 다만 이영조 특유의 혼합주의 대신 <여명>만큼은 좀 더 노골적으로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직접적인 화법이라면 어떨까 건의해 본다. 선율의 파편과 분산 그리고 간헐적인 트롬본의 출현은 작곡기법적인 측면이다. 교향시라는 형식에 함축적인 음악 내용을 담고 있고 또 하나의 큰 전체라기 보다 부분적인 구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청자의 상상력을 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에선 그걸 소화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기 때문이다.(2018년 6월 오스트리아 빈의 빈 무지크페어아인 홀에서 연주된 <여명> 영상을 첨부한다.) 

그런 의미에서 탁계석 대본 & 오병희 작곡의 칸타타 <동방의 빛>은 음악적인 면보다 가사 자체가 굉장히 단도직입적이고 대중 영합적인 감정 과잉의 직설화법으로 되어있다. 선명한 국뽕 수준의 메시지 앞에서 관객은 해석의 부담 없이 듣고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면 된다. 그래도 신년, 대통령을 비롯한 고관대작들이 참석하는 음악회에 모양새나마 문화예술인을 초대해서 대접하고 창작곡을 서두와 피날레로 배치한 노력은 칭찬해 마땅하다. 한 번의 요식적인 행위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이 진정 바라는 건 지속성이자 제대로 된 예우일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연주되는 작곡가에게도 행정상의 명문화된 규정으로 초대권 1장 운운은 무식을 넘어 창피할 지경이다. 작곡가든 일반 청중이든 다 같이 표 사고 들어오고 김영란법 들먹이며 똑같이 취급하는 게 평등이고 공정인가? 또 그렇게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집단적인 사고로 끌어내기식 하향평준화와 나눠주기를 하는 건 절대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창작력을 고취시키지 않는다. 재미와 대중성에 대한 일방적인 추구보다 시대정신을 확보하면서 획일적이지 않은 우리만의 창작 작품만이 소통의 최상의 대안이 될 터이다. 그래도 이번 신년음악회 녹화분이 19일 일요일 오후 5시 40분부터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고 하니 집에서 편안히 그날을 체험할 수 있겠구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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