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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46] 유진목공소 탐방기, 윤종현 개인전시회 '그녀에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03 13:18
  • 수정 2020.01.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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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금요일까지 홍은동 유진목공소에서 윤정현의 개인전 '그녀에게 Her' 개최

미술 평론가 반이정이 디렉터로 있는 홍은동의 갤러리 유진목공소에서 목수 윤종현의 첫 개인전이 열린다고 해서 다녀왔다. 홍제역 4번 출구에 내려 홍은사거리를 건너면 통일로의 길가에 위치한 목공소를 만날 수 있는데 목공소 맞은편은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어느샌가 조성되어 있었다. 30미터 전부터 드릴 소리와 함께 흩날리는 나뭇조각들이 보이고 '유진목공소'란 대형 간판 아래 오른쪽에 작업실이 왼편에 갤러리가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왼쪽엔 화랑, 오른쪽에 작업실이 유진목공소란 한 지붕아래에 위치해있다.
왼쪽엔 화랑, 오른쪽에 작업실이 유진목공소란 한 지붕아래에 위치해있다.

12월 13일부터 2020년 1월 10일까지 목수 윤종현의 <그녀에게>란 제목의 개인전이 열리는 원래 수도와 보일러를 수리하던 설비업체가 있던 자리에 그들이 철수하며 남긴 그대로를 전시장 벽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랑을 혼자 둘러보았다. 먼저 목수 윤종현의 생년도를 보고 오타인가 했다. 1983년 생이면 현재 37살인데 37살의 목수가 왠지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목수라 하면 으레 중장년의 건장한 남성분이 연상되는 마당에 인테리어 시공업자, 작업자도 아니고 목수라는 직함과 짝지어진1983년생이 희귀하게 비쳐졌다. 그 방면에는 흔한 일을 필자의 무지와 선입견으로 침소동대 하는건 아닌지.... 그러다 보니 목수 윤종현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10대 후반 고교를 자퇴하고 충무로 영화계로 뛰어들어 5년간 조명팀으로 일하다가 수행자의 뜻을 품고 해인사와 불국사에서 1년 반가량을 보냈다는 윤종현, 절에서 내려온 후 전통 창호 목공 전문가 아버지 윤대오 유진목공소 사장과 함께 목수의 길을 걷고 있는 윤종현, 목수로 입문한 2010년, 5개월가량 연애하다 헤어진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침을 잊으려고 그림을 시작한 것이 또한 미술과 만난 계기로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그녀'는 창작의 근원이다. 그래서 화랑 곳곳에 '그녀'로부터 탈피, 탈출, 도주, 망각을 위한 작품들이 '그녀에게'란 명확한 대상과 지칭으로 채워줘있다. 그녀는 윤종현의 미술 창작의 원점이고 원형이며 전부인 것이다.

강렬한 색감의 그림들

강렬한 색감과 원색으로 그린 페인팅은 직접적으로 다가왔고 폐부를 예리하게 찔렀다. 네 차례나 조울증으로 폐쇄 병동에 입원한 윤종현이 그 당시에 그린 그림일까? 원색의 강렬함이 마치 반 고흐 같다. 그러고 보니 반 고흐도 색을 극단적인 고음까지 올린 작가니 빨간색의 해바라기와 태양과 같은 타오르는 빨간색과 맨 밑의 그 반대점이라 할 수 있는 하얀색 사이의 형형색색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실로폰? 가야금? 음악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빨래판과 같은 이 조작품은 도대체 뭐지? 스님 눈에는 스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음악가 눈엔 실로폰으로만 보인다. 밑에서부터 낮은 저음에 올라갈수록 넓어지며 고음이 되는 형태의 실로폰 또는 가야금과 같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현악기... 윤종현에게 이 물체는 살아있는 현물로서의 그녀의 현신이 아닐까? 마치 다시 그의 무릎 위에 살포시 앉혀 놓고 언제든지 곡조를 타면서 그녀를 회상하고 같이 즐기는 그런 풍류로의 승화같은.

윤종현 개인전 리플렛

홍은동 목공 거리는 목공소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2019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방한한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만찬을 즐긴 상춘재의 전통 문창살 99짝을 교체, 설계를 담당했던 장소가 유진 목공소이자 작가 윤종현의 아버지인 윤대오 목수라고 한다. 14세부터 55년간 나무와 함께 한 삶을 아들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전시회는 작품만 배치되어 있는 게 아닌 시간이 담겨 있었다. 부자 목수가 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일을 하고 주문 상품이 아닌 자신만의 직접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투박한 아버지의 목수 손길에 목수 일을 하지만 그림만을 꿈꾸는 아들의 숨결이 오로시 배어있었다. 과정과 시간 자체가 작품 및 공간에 담겨 있었다.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진가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미술가를 발견하고 전성기를 누렸으니 세월의 흐름으로 잊혀 가는 중년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부여하는 공간이 되고자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이민재, 윤종현과 공동 운영하면서 디렉터로 있는 곳이다. 갤러리의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게 목공의 미학을 조명하고 사라져 가는 홍은동 목공거리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전시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기다려진다.

윤종현의 <그녀에게 Her>는 1월 10일 금요일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여자가 뭔지.... 남자라면... 사랑의 아픔과 실연의 고통에 몸부림쳐본 남자라면 꼭 가봐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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