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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74] 마동석 씨와 클로저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01.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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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에서 마동석 씨 별명은 ‘가마술’이었다. 술이 워낙 세서 말술을 넘어 가마니 째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름이 ‘마동석’인데다가 생긴 모습도 미국(美國) 교포출신의 영화배우 마동석 씨를 닮았는데, 하는 행동도 마당쇠처럼 굳을 일을 도맡아서 하곤 한다.

“어제 얼마나 마셨는지, 깨어 보니까 집이더라고”

고 부장이 점심을 먹은 후 커피타임을 하면서 어젯밤 회식 때 일을 아직도 술이 떨 깬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요! 엄마가 그러는데, 제가 술이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서 백을 목에 걸고 집에 들어오더래요”

미스 경이 고 부장 말을 맞받았다.

“히힛! 나는 노상 방뇨를 하다가 경찰에 걸린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걍~ 집에 들어와 있더라구요”

미스터 조도 어젯밤 일을 마치 무용담(武勇談)처럼 말했다.

“이게 다~ 가마술 때문이야, 아니지 가마술 덕분이야! 아마 우리 회사에 가마술 없었다면 사고도 몇 차례 났을 걸, 가마술이 입사하기 전에, 그러니까 뭐냐, 재작년에 정 대리, 음주운전으로 돌아가셨잖아, 가마술이 있었다면 (음주운전을 하도록) 그냥 뒀겠어?”

고 부장이 ‘음주운전’에 힘을 주며 말했다.

영화 ‘백두산’에 등장하는 배우 마동석의 모습(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에 등장하는 배우 마동석의 모습(사진= CJ엔터테인먼트).

평일상사는 지난해 마동석 아니 가마술이 입사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마동석은 정수기 물을 갈아 넣는다든지, 시키기도 않은 화장실 청소를 한다든지, 회식이 있을 때는 끝까지 남아서 술에 취한 동료들이 집에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야 자신도 귀가를 하는 솔선수범(率先垂範)한다. 그렇다고 마동석이 스펙이 짧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가마술은 고려대학교 조치원 캠퍼스를 나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원에서 ‘국제행정학’을 전공해 석사학위까지 딴 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월드컵이라고도 불렸다)인 ‘프리미어 12’를 텔레비전 중계로 보다가, 한국이 캐나다에 5대4로 1점을 리드하고 있는 박빙의 상황에서 9회 말에 한국대표팀의 마무리 (키움 히어로즈)조상우 투수가 나와 시속 158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깔끔하게 한국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박사’로 통하는 조 차장이 동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국 투수 조상우가 역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국 투수 조상우가 역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저~ 조(상우) 투수 좀 봐. 마치 우리 마동석 씨 같지 않아, 깔끔하게 한국 팀의 승리를 매조지 하잖아, 전형적인 마무리 투수야, 그 뭐냐 전문용어로 ‘클로저’라고 하지”

“그래 맞아 클로저, 우리도 마동석 씨를 이제 클로저로 불러야겠어, 멋있잖아 가마술 보다는 클로저! 후 훗”

고등학교 때 까지 야구를 했다는 김 대리가 조차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조 차장이 말을 마치자 여기저기서 조 차장의 의견에 동의 한다는 듯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박수소리가 끝나자마자

“잠깐 만요!”

라는 소리가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

“저~ 할 말 있어요”

며칠 전 백을 목에 걸고 집에 들어갔다는 미스 경 목소리 였다.

“그러면 저는 이제부터 셋업 맨 할래요.”

미스 경이 셋업 맨 운운하자,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부터는 제가 클로저 앞에서 셋업 맨 역할을 하겠다구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셋업 우먼인가요?”

미스 경의 ‘간접 프러포즈’를 조상우 아니 마동석이 기꺼이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그해 늦은 가을 아예 한 팀이 돼서 한 집에서 출퇴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P.S

■ 클로저

야구에서 9회(또는 그 이전에 나오기도 한다)에 마운드에 올라서 자신의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투수를 말한다. 만약 성공을 하면 세이브가 주어진다.

여기서 세이브는 루상의 주자, 상대하는 타자, 다음 타자가 득점을 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3분의1이닝 만 던져도 세이브가 주어진다.

또한 3이닝 이상을 던지면 스코어 차에 상관없이 세이브가 주어진다.

■ 셋업맨

셋업맨은 9회 마무리 투수 이전인 7~8회, 자신의 팀이 점수를 앞서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투입되는 투수를 의미한다.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 기록을 얻는 것처럼 리드 상황을 잘 지킬 경우 홀드라는 기록이 주어지게 된다. 여기서 홀드는 뒤에 동점이나 역전이 되어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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