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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은 여성에게 태어난 신에 대한 모독

최형미 전문 기자
  • 입력 2020.01.02 09:20
  • 수정 2020.02.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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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손을 잡아당긴 여성에게 불같이 화를 낸 교황
다음날 신년에 정중하게 사과,
폭력의 정의를 넓혀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수 있어

갑자기 교황의 손을 낚어챈 신도와 그의 손을 손바닥으로 치며 손을 빼고 있는 교황바티칸 뉴스 영상 캡쳐
갑자기 교황의 손을 낚어챈 신도와 그의 손을 손바닥으로 치며 손을 빼고 있는 교황바티칸 뉴스 영상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83)은 지난달 3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던 중 갑자기 화를 냈다. 이 모습은 SNS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악수를 하고 이동하려는 순간 한 여성이 그의 손을 세게 잡아당겼기 때문이었다. 교황은 심지어 그 여성의 손등을 손바닥으로 두번이나 내리쳐 손을 빼 자리를 떠났다.

평소 아이들, 난민,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온유한 교황이지만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교황도 인간' '본능적 반응' '무례한 여성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저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갈 일이었다.

그러나 교황은 다음날 1일 정중하게 자신의 행동에 사과를 했다. "우리는 인내심을 잃는다. 그건 내게도 일어난다". 심지어 새해 첫 미사에서 교황은 "여성을 향한 모든 폭력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어땠든 손등을 슬쩍 치는것은 하지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에서 올해 찾아올 평화의 기운을 느낀다.

"취약하다(vulnerable)" 라는 뜻은 상처받기 쉽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외부의 폭력이나 압력에 똑같이 고통받지 않는다. 가난할수록, 주변화될수록, 차별당할수록 사회적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된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방어기제가 적기때문이다.

그래서 폭력의 범위는 더 세심해지고 넓어져야 한다. 신체적 폭력이외에도 성, 언어, 감정, 눈빛으로도 폭력이 가능하다. 지난 70년간 페미니즘연구가 한 일들이다. 교황은 빠르게 사과하며 더 부드럽고 온유한 방식의 행보로 돌이키고 있다. 

교황이 SNS에 올린 성탄 카드 그림
교황이 SNS에 올린 성탄 카드 그림

 

뿐만아니라, 지난 성탄절, 교황은 '요셉이 아이를 안고있고, 힘겨운 해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이 담겨있는 그림을 사회관계망에 올렸다. 이 그림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역할 분업과 이에 따른 위계에 도전하고있다. 동시에 남성들이 오랫동안 놓쳤던 돌봄의 특권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바쁘신 교황님도 페미니즘을 배우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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