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당나귀 신사(212) - 미인은 왜 못난 남자를 택하는가

서석훈
  • 입력 2014.07.20 09: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영창(소설가, 시인)
미인은 왜 못난 남자를 택하는가


우리의 감독이 블루로얄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화려하고 세련된 국내외 여성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미모와 뇌쇄적인 자태를 뽐내며 소파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고 뿌듯함과 함께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저 정도의 여인이 자신처럼 왜소한 몸매에, 어디를 보나 그다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났거나 부유한 상태에 있거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처럼 보이지 않는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미리 나와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감이 잘 안 들고 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 전개해나가야 하는 우려가 잠시 일었던 것이다. 아마도 호텔의 투숙객이나 약속 따위가 있어 온 이들이나 종업원들은 이 왜소한 안경 쓴 자가 실모습을 감추고 변장하고 있거나 또는 IT 천재이거나 지나치게 부유하다 보니 겉모습에 신경 쓸 필요조차 못 느끼는 자임이 틀림없다고 여길 터였다.
장화자가 감독을 향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을 때,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를 향해 그녀가 환호하는지 어리둥절하였는데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왜소하고 못난 남자인 걸 보고 상당히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그 다음에 그들은 알지 못할 감동을 받는 것 같았는데, 그 이유는 저러한 미인을 얻는데 있어 외모가 결정적인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희망을 가진 때문이었다. 또는 저 사내가 갖고 있는 무한한 능력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특히 그녀가 화장을 고급스럽게 하고, 누가 봐도 문화나 예술이나 연예계 쪽 인물에 속하지 유흥가나 음식점 주인이나 뚜쟁이처럼 보이지 않는 데서도 그들은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아무튼 감독은 장화자의 미소와 손짓에 화답하여 조용히 미소를 띠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일찍 나왔네요. 우리 어디 가서 저녁이나 하죠."
감독은 비록 주머니에 복권 탄 돈이 넘치도록 있었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세금 내고 수십만원짜리 식사를 하다간 체하거나 설사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음식예절에 대해 눈총을 받는 것도 마땅찮은 일이었다. 이 근처에 얼마든지 좋은 음식점이 산재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돈을 쓸어 담고 있는 호텔에 뭐하러 보태겠는가. 서민경제에 한 푼이라도 보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까요?" 장화자는 두말없이 감독을 따라 나섰다. 호텔을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는 남자의 센스를 높이 사고, 그 센스를 확인하였으니 이제는 순대국밥이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장화자의 눈에는 감독이 오늘따라 그 왜소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작아 보이지 않았으니 머리와 어깨 위에 아우라가 떠 있는 것 같고 심지어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하였다. 장화자는 이 낯선 감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