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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42] 안타까운 연말의 숙연한 소식, 거장들의 타계를 애도하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2.30 09:01
  • 수정 2020.01.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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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택에서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향년 76세를 일기로 지휘자 마리안 얀손스가 서거하더니 크리스마스 날 독일의 테너 페터 슈라이어가 84세로 별세했다. 한 세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타계 소식이 저무는 2019년과 맞물려 숙연하게 만든다.

1972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의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역으로 연기하고 있는 페터 슈라이어. 사진: AFP 자료 사진
1972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의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역으로 연기하고 있는 페터 슈라이어. 사진: AFP 자료 사진

1943년 발트해 연안의 라트비아에서 지휘자였던 아버지와 성악가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마리아 얀손스는 이웃나라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유럽 정상급 악단으로 격상시키고 세계 최고 지휘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19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와 처음으로 내한한 후, 96년에 오슬로 필하모닉, 2010년에는 네덜란드 로열콘서트헤보우와 그리고 그 뒤 2년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방문했으며 2018년 11월에도 오고 싶어 했으나 공연을 한 달 앞두고 건강 악화로 인해 지휘자가 주빈 메타로 교체되기도 했었다. 1996년 오슬로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마지막 소절을 지휘하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20여 년간 심장에 제세동기를 달고 살았는데 역시나 지병인 심장질환이 거장을 우리에게서 뺏어갔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마리아 얀손스...그는 인상만큼 따뜻한 음악인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마리아 얀손스...그는 인상만큼 따뜻한 음악인이었다.

페터 슈라이어는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프리츠 분덜리히로 이어진 독일 예술가곡의 계보를 이은 자존심이다. 피셔-디스카우의 중후하고 기품 있으면서도 독일 가곡의 교과서적인 해석, 분덜리히의 미성과 재기 발랄함, 슈라이어는 청명하고 부드러웠으면 지적이었다. 문학적 텍스트와 음악적 맥락을 정확히 일치시키면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문학과 음악의 일체를 꾀한 학구적인 가수였다. 옛 동독 출신으로 드레스덴에서 활동을 시작한 슈라이어는 독일어로 된 모든 노래, 즉, 가곡, 종교 음악, 오페라 등을 두루 섭렵한 독일인성 음악의 거장이다. 냉전시대였던 1968년 동독의 Berlin Classcis라는 음반사에서 녹음/출시된 슈라이어가 예수를 맡고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가 지휘한 드레스덴 성십자가 교회합창단의 하인리히 쉬츠의 오라토리오 '십자가 위 예술님의 일곱 말씀'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슈라이어의 음반이었다. 워낙 오래된 LP 판이다 보니 Youtube에 없어 올해 5월 한국에 왔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반주로 노래하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첨부한다. 아~~너무 애절한 선율과 음색이 고인의 죽음과 맞물려 눈에 눈물이 고일 지경으로 만든다...

다시 마리아 얀손스로 돌아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손자인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Eduard Strauss)가 작곡한 '프랑스풍의 폴카'를 지휘한 2006년의 빈 신년음악회에서 유쾌한 지휘자 마리아 얀손스의 면모가 기억에 남아 소개한다. 한창 폴카가 무르익고 지휘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 음악회장에서 어딜 가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짜증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마리아 얀손스는 그것까지 유머로 승화시켜 연주의 일부분으로 만들면서 신년 첫날을 즐겁게 하면서 클래식 음악회장에서의 매너를 일깨우는 퍼포먼스를 한다. 백 마디 잔소리보다 더 큰 경종을 울렸을 터... 마리아 얀손스는 그런 지휘자였다. 이제 경자년 새해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빈 신년음악회에서 이젠 이런 마리아 얀손스를 더 이상 못 보다니 안타깝다.

다시 한 세대가 저물었다. 감사합니다. 페터 슈라이어 그리고 마리아 얀손스 (wieder eine Epoch kommt zu Ende, Da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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