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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72] 100승 투수와 200승 투수 차이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19.12.26 13:39
  • 수정 2019.12.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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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송진우 선수가 2006년 8월 29일 광주 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00승을 달성했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는 각종 기록으로 선수를 평가하게 마련이다. 200승은 이제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나온 어떤 기록보다 뛰어난 기록이다. 원조 괴물 투수 선동열도 146승에 그쳤었다.

송진우는 ‘200승, 100세이브’를 달성한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를 포함해서 세계 프로야구 두 번째 선수가 됐다.

2006년 8월 29일 한국 프로야구 투수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사진= 연합뉴스).
2006년 8월 29일 한국 프로야구 투수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100승은 누가 가장 먼저 달성했을까?

프로야구 6년째인 1987년 국내 프로야구는 77승으로 다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과 75승으로 2위인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투수 가운데 과연 최초의 100승은 누가 먼저 달성할 것인가로 관심을 끌고 있었다. 출발은 김시진이 좋았다.

김시진은 4월에만 4승을 보태 81승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동원은 개막전에서 청보 핀토스 팀에게 안타를 10개나 얻어맞으며 완투패(1대3)를 당하는 등 4월에만 겨우 2승(4패)에 그쳐 김시진에게 4승이나 떨어졌다. 당시 프로야구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뉘어 있었는데, 전기리그가 끝났을 때 김시진은 12승 4패, 통산 89승으로 100승까지 11승을 남겨 놓고 있었다. 후기리그에도 전기리그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100승은 무난했다.

최동원은 전기리그를 9승 7패로 마쳐 통산 84승으로 100승까지는 무려 16승이나 남겨 놓아 사실상 1987년 시즌 100승 돌파가 어렵게 됐다. 문제는 김시진이 과연 11승을 더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제 김시진은 1987년 10월 3일 벌어질 삼성 라이온즈 대 OB 베어스의 후기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 놓고 99승을 올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김시진의 100승 제물이 되지 않으려고 OB 베어스 팀의 타자들이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100승을 향한 김시진의 의지가 더욱 강해 안타를 얻어맞으면서도 실점은 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 타자들은 착실히 점수를 올려 7점이나 내서 가장 먼저 100승 고지에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김시진은 그로부터 24승을 더 올려 통산 124승을 올리고 은퇴했다.

최동원은 1987년을 89승으로 마친 후 11승을 더 보태는 데 무려 2년 반이나 더 걸려 1990년 7월 12일 OB 베이스와의 경기에서 100승을 올렸다.

최동원은 결국 103승을 기록한 후 은퇴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선동열의 100승 제물도 OB 베어스였다는 사실이다.

선동열은 1990년 9월 2일 OB 베어스를 상대로 100승 달성에 성공했다.

1987년 가장 먼저 100승 고지를 밟은 김시진과 1990년 100승을 돌파한 최동원(사진= 연합뉴스).
1987년 가장 먼저 100승 고지를 밟은 김시진과 1990년 100승을 돌파한 최동원(사진= 연합뉴스).

이제까지 1982년 프로야구 이후 통산 100승이 넘는 선수는 외국 투수 더스틴 니퍼트(102승)까지 포함해서 모두 30명이 탄생했다. ‘100승 클럽’ 회장은 사상 처음으로 100승을 달성한 김시진이 맡고 있었다. ‘100승 클럽’ 김시진 회장이 회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회의 시간이 되자 김 회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이강철 총무에게 물었다.

“이 총무, 누가 빠졌나?”

“네, 정민태, 정삼흠, 정민철 3명이 아직 안 왔습니다.”

“정 씨들이 속을 썩이는구먼. 그리고 송진우는?”

“송진우는….”

“송진우는 어떻게 됐냐고?”

“네, 그~ 저~.”

“말해 보라고.”

“제 입으로 말하기가 좀 뭣해서….”

“괜찮아, 해 봐.”

“진우는 이제 100승 애들하고 안 논다는데요.”

P.S 메이저리그 최다승은 우완 투수 사이 영의 511승(316패)이다. 1890년대 활약하던 사이 영은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 팀 등에서 뛰면서 퍼펙트게임(1904년 5월 5일)도 했었고, 1903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우승반지도 끼었다. 세 번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고, 76번의 완봉승을 올렸었다.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어메리칸리그에서 각각 최고 투수에게 사이 영상을 수여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좌완투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 이름 김경홍, 2019년 10월 6일 86세로 사망)가 꼭 400승(298패)을 달성했다. 가네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 등에서 뛰면서 최다승뿐 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최다 탈삼진(4,490개), 최다 완투(365회), 최다 이닝(5,526과 3분의 2이닝)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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