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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71] 이중호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기영노 전문기자
  • 입력 2019.12.23 11:40
  • 수정 2020.02.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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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사거리를 돌아서자 멀리서 빨간불의 경찰봉이 보이는가 했더니 자동차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이중호 선수는 자동차 줄 맨 뒤에 차를 세운 뒤 운전대를 놓고 재빨리 뒷자리로 가서 잠든 척을 했다.

윤창호법으로 인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에 소주 2병을 맥주에 말아 마신 중호는 최소한 면허취소일 것이었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는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또한 음주운전 처벌 상한도 현행 '징역 3년, 벌금 1천 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천 만원'으로 상향했다. 음주단속 적발 면허취소 기준도 종전 3회에서 2회로 강화했으며,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낸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살아야 한다.

어쨌든 한번 걸리면 끝장이라고 봐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한 ‘제2윤창호법’이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했다(사진= 연합뉴스).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한 ‘제2윤창호법’이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했다(사진= 연합뉴스).

얼마나 지났을까 차 밖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앞문이 열렸다.

“운전자 없습니까?”

“......”

“아저씨 운전자 어디 갔어요?

“......”

“아저씨 운전사 찾잖아요. 어디 갔어요?”

“글쎄요. 대리했는데, 난 모르겠는데요?”

(이중호가 금방 잠에서 깬 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경찰이 어이가 없다는 듯 따져 물었다.

“아저씨 운전자 어디 갔냐고요?”

“보시다시피 난 깜박 잠이 들었고, 대리가 어디 갔는지 내가 알게 뭐 요?

사실 중호는 회식을 끝내고 대리를 불렀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이내 포기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고 음주운전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을 보고 재빨리 운전석에서 뒷자리로 가서 잠든 척을 한 참이었다.

“그럼 일단 내리세요”

“아니 운전도 하지 않은 내가 왜 내려요?”

“지금 차 안에 아저씨밖에 없잖아요. 내리세요, 빨리”

“참~ 내~ 아니 대리 아저씨를 잡아 오든지, 아님 내 차를 옮겨 주든지, 길도 아닌 차도에서 내리라면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이중호가 차에서 내리지 않자, 음주 단속을 하던 경찰이 동료 경찰을 불렀다.

“이 순경~ 이거 어떻게 하지, 대리 운전사가 도망을 간 것 같아”

“요즘 ‘음주 대리’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로 술을 마시고 대리를 뛴 모양인데. 그럼 이렇게 하지, 차를 일단 옆으로 빼 드리고 다른 대리를 불러주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중호가 큰 소리 쳤다.

“경찰 양반! 나~ 대리비 미리 줬다고, 또 다른 대리 부르면 이중으로 물게 되잖아욧”

“대리비 얼마 줬어요? 참~ 어느 회사 대리예요? 휴대폰 좀~ 줘~ 보 세 요”

“뭐~ 끄~ㄱ~ 포렌식인가 뭔가 하려구? 해 볼 테면 해 보라지”

중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게 주었다.

“어디 보자 조금 전 1시 22분에 1577-1577이 찍혀 있네, 아저씨 회사가 어디에요?

“나~ 광화문에서 근무해요"

“그럼 집은요?”

“집! 화곡4동!”

“그럼 대리비 3만원 줬겠네요.....또 대리 부르면 3만원 드리면 6만원에 가는 셈이네요, 그럼 대리 불러요?

“맘대로 하라고 끄~ㄱ”

중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눈을 감았다. 중호가 잠시 자는 척을 했더니 경찰들이 주고받는 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내 생전에 대리(운전자)가 음주운전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도망가는 대리운전자는 처음 보네”

“그러게...... 음주 대리(운전자)가 정말 있는 모양이야. 누구 신셀 망 칠 려 구”

롯데제과 동호인 야구팀에서 1루를 보고 있는 중호는 “이런 경우를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라고 하는 거지 아마”라고 읊조리며 입가에 알 듯 모를 듯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무사 또는 1사에 1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헛스윙을 했을 때 포수가 공을 포구하면 스트라이크 아웃 이지만 포수가 공을 놓치거나 뒤로 빠트리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가 돼서 타자가 1루까지 공보다 먼저 도착하면 살게 된다(사진= 연합뉴스).
무사 또는 1사에 1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헛스윙을 했을 때 포수가 공을 포구하면 스트라이크 아웃 이지만 포수가 공을 놓치거나 뒤로 빠트리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가 돼서 타자가 1루까지 공보다 먼저 도착하면 살게 된다(사진= 연합뉴스).

P.S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Strike out not out)

무사 또는 1사에 1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헛스윙을 했을 때 포수가 공을 포구하면 스트라이크 아웃 이지만 포수가 공을 놓치거나 뒤로 빠트리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가 돼서 타자가 1루까지 공보다 먼저 도착하면 살게 된다.

그러나 2사 이후에는 1루에 주자가 있어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 성립된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은 타자에게는 삼진으로 기록되지만 만약 홈까지 들어오면 자신의 득점으로 인정된다.

P.S 지난 6월 13일 잠실에서 벌어진 LG 트윈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프로야구 38년 만에 처음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끝내기가 나왔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이 3대3으로 맞선 연장 10회 말 LG의 공격, 2 아웃 1-3루 기회에서 타석에는 오지환 선수가 섰다.

롯데 투수 구승민이 오지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는데 원 바운드된 공이 포수 나종덕을 맞고 튀면서 낫아웃이 됐고, 그 공을 잡은 나종덕이 악송구를 범하는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경기가 끝났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경기가 끝난 건 프로야구 38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폭투로 인해 공을 놓친 포수 나종덕(사진= 연합뉴스).
폭투로 인해 공을 놓친 포수 나종덕(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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