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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의 기록만리②]‘신동엽 시인 50주기’ 12월 행사 2題 참관기

최희영 전문기자
  • 입력 2019.12.21 22:03
  • 수정 2020.02.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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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서울 성북구 ‘공간 민들레’에서 있었던 신동엽 시인 서거 50주기 기념행사 모습. ‘좋은 언어로’라는 타이틀로 개최된 이날 좌담회는 성북문화재단의 '문인사 기획전 5-신동엽 ‘때는 와요’ 사전 행사 형식으로 치러졌다. ⓒ최희영
▲12월 16일 서울 성북구 ‘공간 민들레’에서 있었던 신동엽 시인 서거 50주기 기념행사 모습. ‘좋은 언어로’라는 타이틀로 개최된 이날 좌담회는 성북문화재단의 '문인사 기획전 5-신동엽 ‘때는 와요’ 사전 행사 형식으로 치러졌다. ⓒ최희영

 

지난 시기 먼발치서만 봤던 이를 열흘 사이 세 번 만났다. 처음은 상하이 국제문학포럼(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주최 ․ 2019. 12. 7~9)에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4일 충남 부여 신동엽문학관 행사와 16일 서울 성북구 공간 민들레에서 있었던 신동엽 좌담회 자리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 부여에서 있었던 ‘신동엽 50주기 가을문학제’ 때도 그와 조우했다. 문학평론가 김응교 씨(숙대 교수) 얘기다.

“신동엽 시인은 참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저항시인 신동엽으로만 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보다 대중적으로 스며들도록 하려면 선생님의 따뜻했던 면면이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신동엽 선생님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러브레터를 쓴 로맨틱한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했던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언어로’라는 타이틀로 12월 16일 성북문화재단이 주최했던 좌담회에서 김 평론가는 이렇게 강조했다. 신동엽 시인을 다시 보자는 취지였다. 그는 스무 살부터 신동엽에 깊이 빠져 평생 선생의 삶을 연구한 이 분야 권위자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선생의 서거 50주년을 맞았던 그의 지난 한 해 역할은 묵직했다. 해야 할 일 또한 많았다.

 

▲신동엽 시인을 재조명하는 좌담회에서 선생의 맏이이자 시인인 신좌엽 서울대의대 교수가 따뜻했던 ‘아버지 신동엽’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신 교수의 왼쪽 옆은 평생 신동엽을 연구해온 김응교 문학평론가(숙대 교수)이고, 오른쪽은 신동엽학회장을 이끌고 있는 정우영 시인이다. ⓒ최희영
▲신동엽 시인을 재조명하는 좌담회에서 선생의 맏이이자 시인인 신좌엽 서울대의대 교수가 따뜻했던 ‘아버지 신동엽’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신 교수의 왼쪽 옆은 평생 신동엽을 연구해온 김응교 문학평론가(숙대 교수)이고, 오른쪽은 신동엽학회장을 이끌고 있는 정우영 시인이다. ⓒ최희영

 

이날 좌담회에는 신동엽 선생의 맏아들이자 시인이기도 한 신좌섭 서울대의대 교수와 신동엽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우영 시인이 패널로 참석해 신동엽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맛깔스레 풀어냈다.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진솔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 한마당이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저항시인이란 틀에 갇혀 바라보지 못했던 선생의 여러 인간적인 체취를 느꼈다. 그러면서 그가 ‘과거 시인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예언자적 지성을 펼쳐 보인 미래 시인’(김응교 저 《신동엽 평전》 264쪽)이란 속뜻에 공감했다.

상하이에서 돌아와 김응교 평론가를 부여에서 다시 봤던 날, 신동엽문학관에서는 여러 행사가 있었다. 1부를 통해서는 우즈베키스탄 작가초청 강연 자리가 있었고, 2부는 1959년생 작가들의 시와 그림과 글씨와 사진이 어우러진 특별전이 열렸다. 특별전은 김형수, 송찬호, 신좌섭 시인이 시를 쓰고, 서예가인 김성장 시인이 글씨를, 사진작가인 이강산 시인이 사진작품을, 임희수 화가가 그림을 또 김필중 길 전문가가 스마트폰으로 기록한 부여 ‘저녁노을’로 문학관 기획전시실 벽면을 채운 행사였다.

“1959년은 신동엽 선생에게 있어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그의 데뷔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그해 1월 발표됩니다. 그리고 첫 아들 좌섭을 본 해이기도 했습니다. 김형수 관장이 기획하는 일은 이렇듯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해 태어나 올해로 회갑을 맞은 1959년생 작가들의 기획전이라 여러 면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전합니다.”

 

▲1959년 생 작가들의 글과 글씨, 사진, 그림들이 어우러진 ‘저녁빛 속에 길을 보았다’ 특별전과 송념음악회를 마치고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강혈철 이사장이고, 그 옆 목도리를 두른 모습이 문학관 관장인 김형수 시인이다. ⓒ최희영
▲1959년 생 작가들의 글과 글씨, 사진, 그림들이 어우러진 ‘저녁빛 속에 길을 보았다’ 특별전과 송념음악회를 마치고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강혈철 이사장이고, 그 옆 목도리를 두른 모습이 문학관 관장인 김형수 시인이다. ⓒ최희영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강형철 시인은 이날 행사 인사말을 통해 이로써 신동엽 선생 서거 50주기 행사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돌아봤다. 마침 문학관 관장인 김형수 시인이 25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도 출판사(문학동네)로부터 이날 도착해 기획전의 의의를 더했다. 또 부여 지역 3인조 노래패 ‘동네삼춘스’의 특별공연까지 보태져 알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 전반을 지켜본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포질 파르호드(Fozil Farkhod) 씨는 “한국문학의 힘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고 간다”면서 “실크로드 길목에 한국문학과 신동엽 문학을 널리 알리고, 계속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적고, 한국작가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우즈베키스탄과 한국 작가 교류의 첫 계기가 된 신동엽 시인 서거 50주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엽 시인의 서거 50주기를 맞이한 2019년은 전국에서 <신동엽 르네상스>가 일어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관심과 새로운 조명이 있었습니다.(중략) 지난 4월과 5월에만 3,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신동엽문학관>을 찾았고, 10월 한 달 동안 무려 2,000명이 넘게 다녀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신동엽문학관이 자체적으로 펴내는 ‘뉴스레터’ 2019년 마지막 호(8호)는 ‘신동엽 시인 50주기를 되돌아보며’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지난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랬다. 지난 1년 동안 실로 많은 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면서 수많은 문청들에게 제2의 신동엽을 꿈꾸게 했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신동엽 문학의 ‘알맹이’가 스며들도록 만든 소중한 시간이 됐다.

 

▲12월 14일 부여 신동엽 문학관 송년행사를 앞두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러 문인들이 신동엽 생가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 끝에서 네 번째가 이번 행사에 초청된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포질 파르호드(Fozil Farkhod) 씨다. 사진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는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강형철 시인. ⓒ최희영
▲12월 14일 부여 신동엽 문학관 송년행사를 앞두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러 문인들이 신동엽 생가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 끝에서 네 번째가 이번 행사에 초청된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포질 파르호드(Fozil Farkhod) 씨다. 사진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는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강형철 시인. ⓒ최희영

 

그중 굵직한 행사만 살피더라도 4월 5일과 11월 22일 창비 50주년 기념홀에서 있었던 ‘학술심포지엄’(신동엽학회)이 눈에 띄고, 문학기행도 4월과 6월, 9월 등 서울과 부여에서 세 차례나 이어졌다. 특히 4월 20일부터 21일까지 펼쳐졌던 전국 교사들의 ‘부여 인문기행’은 신동엽문학관이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 속에서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또 9월 1일부터 22일까지는 ‘신동엽과 동학’을 주제로 하는 특별 기획전(문학관 전시실)이 펼쳐져 서사시 <금강>을 집필하기 위해 신동엽 시인이 취재한 기록들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고, 9월 6일과 7일에는 서울 한성대 입구 여행자극장에서 입체낭독극 <석가탑>을 5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귀중한 시간도 마련됐다.

신동엽 선생 50주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9월 28일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있었던 공식 기념식이었다. 김응교 평론가와 김성규 시인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이경자 작가회의 이사장과 이광복 문인협회장,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 영화예술인인 문성근 신동엽문학관 홍보대사 등 전국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했다.

 

▲9월 28일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있었던 공식 기념식 모습. 이날 기념식에는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이광복 문인협회장, 문성근 배우,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 박정현 부여군수 등 여러 문인들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희영
▲9월 28일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있었던 공식 기념식 모습. 이날 기념식에는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이광복 문인협회장, 문성근 배우,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 박정현 부여군수 등 여러 문인들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희영

 

또 기념식에 이어 대전작가회의와 충남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주관한 전국문학인대회가 선생 서거 50주기를 기념해 1박 2일 일정으로 부여 일대에서 열렸으며, 기념식을 즈음한 9월 24일부터 10월 30일까지 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는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강경구, 김선두, 박동진, 박영근, 정현주, 최영 화백 등 ‘유명화가들의 신동엽 시 그림전’이 열리기도 했다.

2019년 한 해는 이처럼 사뭇 풍성했던 ‘신동엽 재발견’의 해였다. 시간적으로는 1년 내내였다. 공간적으로는 전국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기록만리> 2회치 글을 쓰는데 페이스북에 또 다른 소식이 올라왔다. 신동엽학회를 이끌고 있는 정우영 시인의 글이었다.

 

▲12월 16일 ‘좋은 언어로’ 좌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가운데 줄 왼쪽 첫 번째) 등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앞줄 왼쪽 두 번째는 본지 전문기자인 최희영 작가 모습이다. ⓒ최희영
▲12월 16일 ‘좋은 언어로’ 좌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가운데 줄 왼쪽 첫 번째) 등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앞줄 왼쪽 두 번째는 본지 전문기자인 최희영 작가 모습이다. ⓒ최희영

 

‘신동엽 시의 창조적 변용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지구 세상, 금강과 부여, 부드러운 장벽들. 그리고 여기의 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때는 오는데.’ 그의 짧은 글 뒤론 12월 20일부터 새해 1월 17일까지 서울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열리는 ‘때는 와요 : 문인사 기획전 5 신동엽 전’ 행사 소식을 알리는 안내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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