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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31] 콘서트 프리뷰: Piano On -한국의 소리, 삼모아트센터 피아노 페스티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2.18 08:39
  • 수정 2019.12.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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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삼모아트센터 라비니아홀에서 열려

가곡이나 합창곡 같은 가사가 있는 인성 음악, 작곡가들끼리 모여 그들의 잣대로 선발한 작품들만 7-8곡 모아 발표하는 구 시대적인 협회, 악회, 포럼 류의 음악회, 지원금이나 기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 이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하곤 한국 클래식 작품들이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술성과 시장성이 선곡과 연주의 기준이 되어야 되는데 어차피 돈 내고 오는 유료 관객은 한 줌도 안 되니 시장성은 물 건너 갔고 연주자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런 자율성과 학습 능력을 가진 연주자는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어렵고 복잡한 현대곡보다 당연히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곡할 것이니 무명 작곡가의 창작곡은 밀려난다. 창작곡이 포함된 독주회의 이력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도면 연주자와 발표하는 작곡가가 학연이나 지연, 혈연 또는 직장 관계 등으로 얽혀 있는 작품이 아닌 아는 사람 관계에 의한 선택이란 것도 알 수 있다. 예술작품의 선택도 상거래 유통인데 물건이 좋다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요, 입소문 마케팅이 통용되는 것도 아니요, 아예 귀 막고 눈 막고 관심도 없으면서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유일한 비정상적인 세계가 클래식 음악계라 할 수 있다. 이런 판국에 인성곡도 아닌 순수 기악곡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연주되는 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아직 극소수지만 서술한 관계가 아닌 그저 작품만 보고 찾아주고 탐구하려는 미적 호기심과 책임감이 강한 예술가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수십 년간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앙대학교 기악과 교수인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그가 이끌고 있는 피아노 온이 12월 26일 목요일, 한국의 소리라는 주제로 한국 창작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발표회를 갖는다.

12월 26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삼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피아노 온의 한국의 소리 발표회
12월 26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삼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피아노 온의 한국의 소리 발표회

첫 곡으로 연주되는 강순미 작곡의 <네 개의 노래>는 익숙한 동요와 민요의 선율을 차용하였으며 90세의 원로 작곡가인 김국진의 <한국의 소리> 작품 중 '한강수 타령' 역시 유사한 악풍의 곡이다. 김국진과 동갑이지만 2010년에 타계한 <한국민속조곡>의 박은회는 음대 작곡과를 졸업했지만 동국대 영문과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따고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를 역임한 분이라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때도 음악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문자 그대로의 <공부>를 병행해 작곡이 아닌 타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작곡은 부수적이었을 터. 40년대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이영조의 <엮음 아리랑>과 한국의 여성 작곡가 중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많이 차용하고 그걸 서양악기에 전환하는 데 관심을 갖는 작곡가라 할 수 있는 김은혜의 <아라리 9> 그리고 1986년 생으로 이날 발표되는 작곡가 중 가장 어린(그렇다고 해도 34살이다!) 유승하의 'Travel around the world- Asia'까지 1930년대 생부터 1986년생까지의 작곡가의 작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피아노 온 음악회 프로그램
피아노 온 음악회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2가지 공통점을 알 수 있다.

첫째, 한국적인 소재라 함은 일단 익숙한 민요의 차용이요 그중에서 아리랑이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다.

둘째, 창작곡에 대한 애정과 보급이라는 시대정신을 가진 연주자의 위촉이 지속적인 창작곡 발표의 자양분이다. 연주자가 존재하는 건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다. 보존과 계승은 연주자의 막중한 숙명이며 책임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성용원과 박은회의 작품이 한국도 아닌 일본 연주자에 의해 위촉되었다. 비록 서양악기인 피아노와 서양음악기법을 답습하고 있지만 '동양의 혼과 미'를 담은 우리의 정신을 승화한 작품이 세계인이 궁금해하고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띤 진정한 한국의 얼과 소리가 될 터이니. 한국에 이렇게 지원금이나 운영비 지급을 위한 수단말고 창작곡에 깊은 관심과 사명을 가지고 위촉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가 과연 몇명이나 있는가. 그래도 이혜경이란 피아니스트가 있어 한국 음악계가 자존심을 세우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녀의 위촉을 통해 이영조의 작품이 탄생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의 소리 음악회 작품 해설
한국의 소리 음악회 작품 해설

그녀의 제자들인 중앙대학교 출신 피아노 온(Piano On) 멤버들, 양수아, 유지현, 최민혜, 문보미에게 마지막으로 감사를 전한다. 별로 그들의 캐리어에도 도움이 안 되면서 연습만 많이 해야 하고 까다롭기만 한 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고생이 작심할 터. 현대곡이나 한국 창작 피아노 곡에 개인적인 흥미 유무를 떠나 프로그램의 구성과 멤버로서 힘을 합해 추운 겨울 땀이 나도록 노력하고 있을 모습이 선하다.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12월 26일 피아노 온 연주회에 바라는 작곡가들의 소망이다.

12월 26일 피아노 온 정기연주회 피아니스트 출연진
12월 26일 피아노 온 정기연주회 피아니스트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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