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24] Critique: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2번
[성용원 음악통신 124] Critique: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2번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19.12.11 09: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용의 큰 그림, 루빅스 큐브와 같았던 다각적인 조합, 하지만 귀결은 마침내 하나 - 부활

12월 10일 화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2번 연주회는 한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였다.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2번이 유달리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유기적으로 따라갈 수 있으며 그래서 무대와 장면이 없지만 부활이라는 주제를 가진 일종의 극음악 같은 전개다. 그걸 정치용은 입체적으로 그려나갔다. 여러 개의 정육면체가 모여 만들어진 루빅스 큐브 (Rubik's Cube)가 돌면서 생기는 조합은 마술 큐브는 별명답게 셀 수 없이 많지만 큐브를 다 맞출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하나뿐인 것처럼 정치용의 말러 2번 역시 경우의 수가 많지만 하나로 귀결되었다. 그건 바로 부활이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2번 연주 후 지휘자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2번 연주 후 지휘자 정치용과

1악장은 무거웠다. 급격한 템포 변화와 느린 템포의 육중한 진행 그리고 의도적인 감정의 억제와 제어(Control)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불편했다. 거기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소리들이 더욱더 목을 조르듯이 옥죄어 왔다.

2악장에서는 한결 가벼워졌다. 1악장의 꽉 죄인던 사슬이 눈 녹듯이 사르르 풀어지면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나가는 하나의 세레나데였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편성이지만 말러는 그리고 정치용은 이 큰 무리를 자그마한 실내악처럼 다룬다. 인원이 많아졌다 뿐이지 실내 협주곡 같은 아기자기한 구성과 음색을 뽑아내려고 하였다. 큐빅의 다 어떤 조합이 또 만들어질지 예측불허였으며 1악장의 팽팽했던 긴장을 완화한 일종의 간주곡이었다.

3악장 스케르초는 말러 자신의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를 관현악으로 개작한 것인데 온갖 물고기들이 저마다 활개를 치는 물가의 물고기들의 모습처럼 위태로운 질주였다. 정치용이 성 안토니우스가 되어 오케스트라에게 열심히 설교했지만 오케스트라는 미꾸라지, 송어, 산천어가 되어 제각히 활보했다. 군데군데 호흡이 가팔랐고 질주가 버거웠다. 양측의 팽팽한 낚시는 자칫 잡았던 낚싯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초조도 엄습했다. 1악장에서 풀린 영겁의 사슬이 1악장만큼은 아니었지만 다시 폐부를 찌른 악장이었다.

루빅스 큐브와 같았던 정치용의 다채로운 조합
루빅스 큐브와 같았던 정치용의 다채로운 조합

풍부한 음량과 말러 음악에 적합한 음색의 메조소프라노 양송미는 이 혼란을 극복하고 정리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였다. 4악장 인성의 출연은 문자 그대로 한 줄기 빛이었으며 절절하면서 안정적이었다. 그래서 정작 제일 드라마틱 하면서 다양한 큐빅의 조합으로 구성된 5악장이 도리어 제일 차분하면서도 지속되었던 영겁의 사슬이 풀리면서 평화로웠다.

그렇다. 1악장의 고통은 5악장, 종악장에 와서야 풀리는 구원을 위한 복선이었고 의도적이었다. 개별적인 악장들은 루빅스 큐브를 구성하는 하나의 정육면체로서 어떤 방향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 큐브를 돌려 맞춘 사람은 정치용이다. 그는 자신만의 해석을,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 한국 음악계 현실에서 정치용, 임헌정 같은 대가나 되어야 그리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나 되어야 그리고 충성스러운 마니아들이 이미 확보된 말러나 되어야 음악 외적인 요소들 고려하지 않고 음악만 가지고 집중하고 들을 수 있는 음악회 다운 음악회가 된다. 그래서 외국 연주자 한 명 없이 순 우리나라 음악인들이 들려준 오늘의 말러 교향곡 2번은 올 2019년의 대미를 장식한 음악적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2019년이 저물어간다. 2020년까지 20일 남은 시점 자연의 계절이 바뀌고 날마다의 삶이 바뀌듯이 항상 흐르고 변하는 게 살아 있다는 본질임을 일깨워준다. 1악장에서의 고통이 있기에 우린 종장에 와서 삶에 대해 감사하고 희망을 가지며 내 노력으로 얻어낼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고 한다.(Mit Fluegeln, die ich mir errungen, werde ich ertschweben) 거저 얻은 구원이 아닌 날마다 부활하는 우리의 모습이며 그래서 우리는 승리한다. 정치용은 부분이 아닌 전체 큰 그림을 그리면서 나아갔다. 영원한 축복의 삶에 이르기 위해 우리를 인도한 것이다.

말러 교향곡 2번의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리고 안양시립합창단
말러 교향곡 2번의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리고 안양시립합창단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컨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