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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신사(204) - 여배우의 결핍의 눈동자를 보며

서석훈
  • 입력 2014.05.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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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여배우의 결핍의 눈동자를 보며


한때 주연도 한 적 있고 그 뇌쇄적인 몸매와 심상치 않은 용모로 인해 일부 트집쟁이 인간들로부터 연기력 논란도 일으킨 바 있는 장화자는, 한 번 영화작업을 한 바 있는 40대 영화감독과 깊은 밤 술자리를 하며 행복에 대한 주제를 놓고 담화 중이었다. 행복이란 걸 느껴본 지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는 여인의 말에 감독은 동정심과 함께 야릇한 애정 같은 걸 느꼈는데, 한편으론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여인이 결핍의 눈동자를 하고 뭔가 갈구하는 것 같은가 하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감독에게는 물론 영화를 만들고 그 치열한 작업과정과 구름 같은 관중들, 연말 시상식에서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 주연상 촬영상 등을 휩쓸고, 은행계좌에는 미리 책정된 감독료 외에도 두둑한 보너스가 억대 단위로 들어와 있는 걸 말하는 것이며, 덧붙여 수많은 인기 여배우들이 함께 작업할 수 없냐는 청을 본인이 직접 또는 매니저를 통해 또는 다각적인 통로를 통해 넣어오는 바 그걸 거절하고 거절하는 쾌감을 느끼며, 여기저기 명사 대우 받으며 초청에 응하느라 하루를 12단위로 쪼개서 다니며 전화통에 불이 나고 그 대다수는 받지 않으며, 어느 하루 휴대폰을 꺼버리고 조용히 모 여인과 레스토랑과 휴양지와 밤의 침대 속에서 며칠을 보내며 지친 심신을 충전하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남자에겐 행복이란 게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니, 돈만 있으면 뭔들 못하겠냐 싶은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주머니에 복권 탄 돈이 있었다. 현찰 오백, 그리고 통장에 몇 억이 꽂혀 있는 바, 이걸로 뭘 해야 할지 목하 즐거운 고민 중에 있는 바, 맞은편의 이 가련한 여인을 위해 어느 정도 희사할 용의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많은 것을 제공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 많은 것은, 여인이 마음만 먹으면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자존심만 좀 버리면 혹은 즐거워서라도 응대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어디 휴양지에서 한가하게 맥주나 마시며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있고요." 감독은 매우 웃기는 말을 했는데 여인은 그 말을 인상 깊게 들은 것 같았다. "그럴 여유가 있어야지요." 여유란 무엇인가. 결국 돈으로 여유를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런 말은 하지 않고 "여유도 두 가지가 있겠죠. 마음의 여유, 경제적 여유." 이것은 정확한 표현으로 어떤 위대한 철학자도 더 이상은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죠. 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뭐가 받쳐줘야 생기는 것 아닌가 싶고요." 뭐가가 뭔가? 돈 아닌가? 내가 많이 갖고 있는. 감독은 조용히 웃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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