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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21] 노재현의 광주, 메르켈의 아우슈비츠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2.08 08:45
  • 수정 2019.12.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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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53) 변호사가 지난 8월에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에게 직접 사죄를 했다. 사전 통보 없이 광주시 오월어머니 집을 방문하며 정현애 이사장 등 오월어머니집 관계자 2분과 환담을 하고 돌아갔으며 김대중컨벤션센터도 방문하여 1층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 전시실 등을 둘러봤다. 노재현 씨의 참배와 방문은 12.12.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합한 신군부의 주역이었던 아버지 노태우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동안 암과 폐렴 등으로 투병 중인데 임종이 가까워지니 일말의 양심을 있는지 조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죄를 털고 가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유 불문하고 노태우의 절친이자 또 다른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끝까지 국민을 기만하고 분노케 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처신이다.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가운데 광주를 찾아 사죄한 이는 노재현 씨가 처음이다. 노재헌 씨 측에 따르면 현재 거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노태우 씨가 "5.18 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라는 말을 여러 차려 장남인 노재현 씨에게 언급하면서 "아들로서 아버지 대신 이곳을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고 사진 등으로 이곳의 모습으로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5.18 묘역을 찾았다"라고 전했는데 만약 지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이 정상이라면 그가 직접 내려와서 진심 어린 사죄와 추모를 하였을까?

오월 영령 앞에 무릎 꿇은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 사진제공: 뉴시스
오월 영령 앞에 무릎 꿇은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 사진제공: 뉴시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홀로코스트 만행의 상징적인 장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 희생자를 기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독일 DPA 등에 따르면 폴란드를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현지 시간 6일 금요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안내로 아우슈비츠를 방문하였는데 독일의 총리가 아우슈비츠를 방문해 다시 한번 과거 독일의 잘못을 사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처형당한 '죽음의 벽'에 헌화하고 묵념하였으며 유대인들을 수송한 철로와 열차, 희생자 화장터 등을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보고 독일이 저지른 야만적 범죄 앞에서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치 홀로코스트 만행을 사죄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나치 홀로코스트 만행을 사죄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런 노재현과 메르켈의 사과와 방문은 철면피 전두환과 일본, 아베의 행동과는 너무나 다르다. 광주 5.18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노재현 씨를 거부하고 문전박대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을 환영하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우리 민족성이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면 정에 약한 우리 민족은 어떤 일도 용서하고 덮어준다. 인정에 약한 우리 민족인데도 일제 시대 친일파 후손이나 전두환이나 일본이 사죄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어리석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클래식 노래가 없음을 안타까워해서 작곡한 이승원 작시의 <바람이 잠든 곳>은 이제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하는 더 큰 대승적인 차원으로 불린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복합적 모순과 부조리로 일어난 참사들을 기억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념과 갈등을 초월할 우리 민족을 하나로 통합하고 화해시킬 핀란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같은 곡이 꼭 있어야 한다. 이 노래가 많이 불리고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위로가 되길 바란다. 같이 손잡고 듣고 부르고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그러면서 서로 뜨겁게 포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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