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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202) - 돈이 말한다

서석훈
  • 입력 2014.05.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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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돈이 말한다


40대 영화감독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에게 “요즘 뭐 어려운 일 있습니까?” 하고 물었고 장화자는 “사는 게 다 그렇죠 뭐”라고 답하였는데 감독은 “그래도 살기 나름이죠.”라고 묘한 대답을 했다. `살기 나름이라`, 하긴 살기 나름이다. 꾀죄죄하게 살아도 사는 거요, 떵떵거리며 살아도 사는 거요, 미움 받으며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사랑받으며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울면서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웃으면서 사는 것도 사는 거였다. `어떻게 사는냐`는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한 방에 귀인의 도움으로 팔자가 펴는 경우도 있다. 헌데 여배우 중에는 영화 한편 뜨고 벼락 스타가 되거나, 스타가 되어 광고가 물밀듯이 들어오거나, 차선책으로 귀인의 도움으로 아파트와 통장을 하나 받고 명품 쇼핑과 해외여행에 돈을 뿌리는 삶을 은근히 꿈꾸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그렇게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감독님은 사는 게 어떠세요?” 장화자는 즉답을 피하고 은근 떠보듯이 감독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저요? 허허 저야 뭐 놈팽이가 뭐...” 이러한 대답은 의외로 반전이 숨어 있는 바 장화자도 그러한 낌새를 눈치 챘다. 사실 주머니에 복권 탄 돈이 5백만 원 들어 있지 않은가. 그 5백의 100배도 더 되는 돈이 통장에 있고. 이러니 놈팽이 운운 대답으로 허로 실을 감추는 방법을 저도 모르게 삼국지의 책사들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놈팽이가 부러운 사람들 많은 거 아시죠?” 이건 또 뭔 말인가. 모두들 열심히 뼈 빠져라 돈 몇 푼 벌자고 발품을 팔고 있는데 놈팽이로 지내며 이렇게 숨 쉬고 있으니 상팔자 아닌가 하는 뜻인가. `놈팽이 놈팽이 하지 마라. 자랑처럼 들린다` 이런 뜻인가? 아무튼 이러한 말장난보다는 핵심은 장화자의 살림이 어떠한가였다. 그 살림살이가 나아질 기미가 있는가. 그 기회를 감독이 제공할 수 있는가. 이것이 관건이었다. 그 나머지는 모두 핵심을 빙빙 도는 소리일 뿐이었다. 하긴 감독이 보기에 이토록 뇌쇄적이고 출중한 미모에 나이도 적당한 39세의 여인이 어째서 팔자가 펴지 못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연기자로서 연기력이 빠진다고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다면 날마다 제공받는 것이 적잖이 있겠다 싶었다. 심지어 쌀쌀맞음과 튕기는 것까지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았다. 이러한 여인이라면. 비리비리한 감독이 어디 어울리기나 하나. 허나 그건 돈이 때로 말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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