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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영 씨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0.08.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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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영 씨
윤 한 로

간밤 늦게 왔나보다
여덟팔자 걸음
달영씨
신발 두 짝
조동 산판 가서
돈 많이 벌어라
쫙 벌켜놨구나

빨갛게 약오른
딸기코
쿨쿨쿨
모개(木瓜) 동생
꼭 껴안고
잘도 주무시네

고르뗑 갯주머니 속엔
오늘도
담뱃가루 잔뜩 묻은
동전 세 개만
짤랑짤랑


시작(詩作) 메모
우리 아버지는 쪼만하셨는데 팔자걸음을 걸었다. 우리는 아버지가 밤늦게 오셔서 벗어놓은 팔자걸음 신발짝을 보고 그렇게 앞이 쫙 벌어져야 돈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걸음 때문에 날마다 어머니한테, 당신 제발 걸음걸이 좀 바꾸라고, 쿠사리를 얻어먹으셨다. 아버지는 산판에 빠지셔서 거의가 충청도 조동이나 심천 산 속에 들어가 살다시피 했는데, 집에는 겨우 몇 달에 한 번 오셨다. 그때마다 골덴 양복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동전은 전부 내 차지였다. 동전을 꺼내서 담뱃가루를 털어내고 슬며시 냄새를 맡곤 했는데 그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 냄새를 ‘아부지 냄새’라고 했다. 오남매 가운데 아버지는 나도 좋아하셨는데 못난이 내 여자 동생을 ‘모개야, 모개야’ 하면서 더 귀여워했다. 아버지는 아무리 화가 나도 우리를 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자식들을 때리지 못하는데 자꾸 아버지 옛날 그런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참 좋으신 분이셨다. 물론 사업은 하는 족족 실패했지만 서도..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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