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18] KBS교향악단은 어부지리? 고양시 교향악단 선정에 따른 다각도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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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18] KBS교향악단은 어부지리? 고양시 교향악단 선정에 따른 다각도 접근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19.12.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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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교향악단의 상주단체 계약이 올해 31일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고양시 교향악단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KBS교향악단에 연 6억 보조금 지급안'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안도 의회에 제출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공모를 하여 오케스트라를 선정하거나 아님 공모 없이 고양시 관내 민간 오케스트라를 지정, 예산을 지급하는 두 가지 방법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은 최근 고양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KBS교향악단에 1년 7회 공연에 6억 원 보조금 지원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 상임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양시 교향악단의 지난 10월 공연 후 커튼콜 장면
고양시 교향악단의 지난 10월 공연 후 커튼콜 장면

① KBS교향악단 입장:

KBS교향악단은 국내 TOP 수준의 클래식 연주 단체이다. 이미 KBS교향악단이란 고유 명칭과 브랜드가 확고한 마당에 고양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고양에서 연주한다고 고양에 오면 그들이 '고양시 교향악단'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고양시 문화예술과 관계자에 따르면 "고양시에서 KBS교향악단에 '고양시 교향악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그럴 수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라고 언급했는데 이건 그냥 고양시에서 돈 받고 하는 KBS교향악단 고양시 연주 지방 투어에 불과하다. 이미 짜인 KBS교향악단의 정규 스케줄에 맞춰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 개최한 연주회를 보너스나 옵션으로 고양에서 한 번 더 하는 꼴 밖에 안 된다. KBS교향악단이 지정될 경우 2020년 총 7회 고양에서의 공연은 모두 고양에서의 연주 전 며칠 사이를 두고 서울에서 하는 곡과 똑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과 며칠, 몇 달 전에만 하더라도 고양과 자신들이 엮일 거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양을 위한 기획연주나 스페셜 한 프로그램을 짜기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빡빡하다. 그냥 돈 받고 고양에서 와서 하는 KBS교향악단 초청연주회나 마찬가지다.

② 고양시 입장:

그럼 왜 갑자기 KBS교향악단이란 카드가 불쑥 튀어나온 건가? 그건 고양을 비롯한 지방의 해묵은 헤게모니 싸움이다. 이미 고양에는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고양지역 음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오랜 기간 고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활동해온 민간단체가 있었다. 2018년의 공모에 그들 대신 서울에 기반을 둔 '뉴서울오케스트라'가 선정되어 고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립교향악단'의 형태로 활동하다 보니 관내 음악인들의 반발과 탄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양시 교향악단으로 선정된 뉴서울오케스트라는 고양시 아람음악당에서 총 9회 공연을 진행해 고양시의 위상을 높이고 말러, 라흐마니노프, 레스피기,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 등 좀처럼 듣기 쉽지 않은 레퍼토리를 수준 높은 연주로 들려주고 문태국, 신지아, 양인모 등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들을 고양에 진출시킴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음악, 문화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난 음악적, 예술적인 평가일 뿐 자체 예술단 운영을 하지 않고 하청식으로 고양필하모닉이냐 뉴서울오케스트라랴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어느 카드를 뽑아도 잡음이 나올 건 불 보듯 뻔하다. 시와 공무원 입장에선 양쪽을 다 무마할 수 있고 행정적인 업무에 가장 수월하며 정치적으로도 생색낼 수 있는 KBS교향악단은 적시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조커다. 기존의 두 카드와는 급이 다른 고차원의 조커로 양쪽을 다 누르려는 지극히 행정 편의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 아닐까 싶다.

③ 고양시민, 음악 애호가 입장:

고양시민들에게는 명성 높은 KBS가 와서 하든 뉴서울필하모닉이 깊이 있고 영적인 클래식 음악의 진가를 발휘하는 곡들을 꾸준히 들려주든 관내 음악인들의 고양 필하모닉이든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고양에서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실연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고양시민으로서의 향토심은 내팽개치는 거다. 인구가 106만이나 되는 대도시이자 서울에 초 인접한 도시 중 도시의 이름도 붙어 있지 않은 관현악단은 고양시에 불과하다. 고양 시민의 세금으로 타 단체의 초청연주만 감상하는 격이니 한순간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장기간의 문화예술 발전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고 후속세대에게 전해줄 문화유산도 없다. 그리고 저번 10월 고양시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만난 것처럼 멀리 신내동에서 고양시 교향악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온 중년부부 같은 외부 관객이나 관광수입은 요원하다. 서울의 음악 애호가가 서울에서도 들을 수 있는 단체의 연주를 굳이 고양에 가서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④ 문화예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극소수를 위한 음악적 고양(高揚)과 고상에 전념할 것인가 어디서든 연주되고 수도 없이 접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고민 없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윌리엄 텔이나 헝가리 무곡을 하는 단체로의 회귀냐는 딜레마에 빠진다. 내부 계발이 아닌 외부에서 지명도 있는 단체를 끌어와 송가인 같은 유명한 트로트 가수도 나오고 팝페라에, 국악, 그리고 성악가들이 나와 아리아 2-3곡을 부르는 열린 음악회, 팝스 콘서트 류의 음악회가 버젓이 '송년','시민을 위한', '추모', '기념', '문화제'라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 성행한다. 그렇게 버무리면 누구나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이며 환호한다. 그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무슨 곡을 하든 누구를 임명하든 어떤 작품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그저 관심 없고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잡음 없이 '행사'가 치러졌으니 시 관계자도 좋고 의회도 좋고 찾아온 관객들도 연예인도 보고 아는 노래 들으면서 흥겨우니 좋고 연주자나 성악가들도 공부하고 연습할 필요 없이 맨날 하는 우러 먹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다 돈 줍는 격이다.

⑤ 진정한 문화정책 집행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행복도시로의 지향:

예술은 포퓰리즘과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에서 벗어나 독립해야한다. 순수예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당장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지지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대안 중 하나인 사회적 관계 회복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다. 당장 인기가 있어서 문화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메커니즘이 지탱될 수 있는 대중예술과는 달리 단기적 대중성이 낮고 성과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순수예술은 그 자체의 사회적 중요성과 명분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공감과 존경이라는 선의에 기반한 도움과 기여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런 토대에서 시민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고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원 목적이 달성된다. 가치창출 면에 선의 예술은 촌각을 다투는 경쟁과 속도전이 아니다. 2년? 사람에게 비교해도 걸음마를 떼기도 힘든 짧은 시간이다. 이탈리아의 한 도시 오케스트라 악단은 근속 연도가 40년이 넘은 사람이 넘친다고 한다. 베르디만 40년 넘게 연주했다고 하니 어떤 경지일지 눈에 훤하다. 그리고 나태와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한 우물만 판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문화력도 대단할 터.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시민회관에 가서 들은 어린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자녀와 함께 문화예술회관을 다시 찾고 그 도시의 악단 단원과 길거리에 우연히 만나도 알아보고 서로 인사를 건네는 도시, 그게 바로 진정한 문화가 숨 쉬는 도시다.

고양시 교향악단과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난 10월, 2년 계약 마지막 연주회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고양시 교향악단과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난 10월, 2년 계약 마지막 연주회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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