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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12월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12.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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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잠에서 깨어보니 구학산 정상에 흰 눈이 쌓였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풍경이 당혹스러워

옷깃 세우면

한 장 남은 달력 힘없이 펄럭인다

올해의 마지막 날짜 들에 눈도장 찍고

찬바람 맞으며 산책 나선다

마른 잎 몇 개 달고 있던 느티나무도

휘익 찬바람 한줄기에

남아 있던 마른 잎 모두 떨어뜨리는구나

산 길 따라 좀더 높은 곳에 오르니

바람의 세기는 더욱 강해지고

푸르던 시절 찬란했던 나무들 매운 바람의 채찍에 휘갈겨

알몸으로 내동댕이 쳐지는구나

눈꼽만큼의 배려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이기심과 탐욕만 가득한 나라

앙상한 가지에 버티고 앉았던 산새들마져

나무들 버리고 숲을 떠나니

겨울 공화국은 더욱 춥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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