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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16] 번아웃 증후군 해결책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2.02 08:55
  • 수정 2019.12.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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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때는 오직 원하는 대학 진학만, 시험 때는 오직 성적만, 방학 때는 오직 스펙만, 취업 전에는 오직 합격만, 결혼과 출산 후에는 오직 자식에게만... 평생 이렇게 순간의 집착과 목표만 세우고 소진하다 보니 문자 그대로 다 타버려 재만 남은 듯한 탈진을 경험하는 현상을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라고 한다. 평생 업무과 노동, 불안과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며 산다. 결말은? 아무것도 남은 거 없는 재 (ash)만 남는다.

사진갈무리: KBS2방송
사진갈무리: KBS2방송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처지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알지만 쉽게 극복하거나 회피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증상을 겪는 20대의 비율이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배경에 20대 청년들이 아예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실업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연령대를 떠나 우리 국민들이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놀이터에 나가도 노는 아이들이 드물며 유치원/초등학교 때부터 짜인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다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고 거기서 살아남아 대학에 들어가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여 버텨내다가 좋은 기업에 입사하면 이제 끝날 줄 알았는데 거기도 별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내 인생의 주체의식도 없고 목표의식도 없이 대학, 취업을 주입 당하면서 살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이 오는 건 당연하다. 나 왜 이러고 살고 있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멘틀 붕괴가 온다. 나이 들고 나서 좋아하는 일, 자기계발에 투자하자니 자기 주도하에 해본 적이 없어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맞게 하고 있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옆 사람과 비교하면서 의타적이다. 무리에서 이탈하는 걸 못 견뎌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잘나가고 포장된 모습이 일상화되고 그걸 SNS에 과시하는 풍토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심해졌고 비교군도 많아졌다. 번아웃의 가장 큰 요인, 아니 인생의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인간관계이며 거기서 파생되는 스트레스가 업무나 일의 강도보다 사람을 더 지치고 어렵게 만든다. 사회가 경쟁이 심화될수록 조직 내에 사이코패스가 많아지고 그런 기류로 흐르는 건 필연적이다.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일이 많으며 한 명의 사이코패스에 의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제기되고 꼬투리 잡히면 그걸 해결하는데 온갖 사회적 비용이 집결된다. 오해와 입방아에 시달리는건 다반사다. 정작 착하고 정 많은 사람은 이리저리 치이기만 한다. 사회가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즉 이건 어느 일정한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숙명적으로 겪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고행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럼 어떻게 해아 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가? 예술의 존재 이유는 감성과 이성, 육체와 영혼이 조화를 이룬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영위이다. 경쟁과 성공의 수단이 아닌 더불어 하는 유희이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교양으로서 인문학의 한 방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영육 간의 조화를 꾀한 지덕체를 갖춘 인간상의 구현으로 학원, 입시, 지식에 함몰되지 말고 쉬라고 하면 반박하지 말고 쉬어라.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는 명제로 가치와 목표를 이동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Erich Fromm)은 자신의 저서인 <자유로부터의 도피>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사를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용기와 강인함을 가지고 자아를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다."

프롬의 지적대로 개인의 자아와 교양의 강도에 의해 삶이 결정된다. 예술이든 인생이든 사는 게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건 똑같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두문자어인 욜로(Yolo)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 태도 일컫는 신조어이다. 캐나다 드레이크의 2011년 노래 'The Motto"의 가사로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게 아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욜로족이 되든 골로족이 되든 인생의 답이 자신이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이 아닌 '두 번 산다'를 꿈꾸며 007 you only live twice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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