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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89) - 음악이 흐르는 여자들

서석훈
  • 입력 2014.01.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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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음악이 흐르는 여자들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거리의 많은 여자를 보고 매우 신선한 감동을 받고 있었다. 역시 한 여자에 집착한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리의 많은 여자들이 다들 나름대로의 매력을 뽐내며, 보기 좋게 웃으며, 때로는 미간을 아름답게 찡그리며 오가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예술품이요 조각이요 회화요 음악이었다. 여자를 보며 음악이 흐른다고 생각하는 건 신선한 발견으로 거의 진실에 가까운 것이었다. 모습 자체가 예술이기에 그토록 예술과 가까운 것이 여자였다. 수많은 그림, 음악이 있듯 여자 또한 하나도 같은 모습이 아니면서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었다. 감독은 흐뭇한 기분으로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귀가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선 낮의 모습과는 다른 약간의 걱정과 취기와 서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밤에는 술집에서 주로 밝게 피어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는 여자를 볼 수는 있지만 감상하는 데 그쳐야 하고 직접 대화를 하거나 대면을 하려면 특별한 장소에 가야 했다. 이를테면 바 같은데서 옆자리의 여성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거나 나이트 같은데 가서 부킹을 해야 하는데, 바로 말하자면 가운데에 여자 하나를 세워 놓고 사내들이 무슨 먹이를 기다리는 불쌍한 짐승처럼 모여 있는 게, 한 마디 말이라도 붙여주기를 기다리는 게 매우 초라해 보였다. 그렇다고 혼자 나이트 가서 부팅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저 안마시술소나 접대부 있는 술집 외엔 특별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돈이 넘쳐나는 지금 굳이 그런 곳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새 여자를 불러내는 게 좋을 듯싶었다. 미나는 가고 또 새로운 타입의 여자 좀 더 공격적이고 요염하고 도발적인 마력을 풍기는 여자가 없을까 머리를 굴려보았다. 많은 생각 끝에 한 여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주연 여배우로 한 번 출연했으나 영화는 쫑치고 사기꾼 같은 놈한테 시집을 갔다가 이혼하고 아들 하나를 키우며 혼자 살아가는 여자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 말아먹고 이제는 새롭게 드라마에 출연해보자고 줄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여자와는 한 때 술을 좀 먹었고 사기꾼놈이 채가는 걸 아쉽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쓰라린 기억이 있었다. 감독은 일단 커피숍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놓고 여자를 휴대폰 명단에서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장 화자 씨?” “누구세요?” 여잔 이미 감독의 번호를 지워 놓고 있었다. “아 나 김 감독입니다.” “네?” “김인식 감독입니다.” “아....네. 어쩐 일이세요?” 전화 받는 목소리가 영 시원찮았다. 감독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말이 있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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