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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신사(188) - 여자와 헤어지면 자유가 찾아온다.

서석훈
  • 입력 2014.01.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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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여자와 헤어지면 자유가 찾아온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감독은 여배우 미나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 미나가 영화 출연 제의 같은 기대를 품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다. 가볍게 상대하고 어디 가서 오랜만에 욕망도 충족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자칫 엮어들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돈이 있다 보니 자칫 엮여들어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돈을 뺏길 수도 있었다. 하룻밤 잘못된 욕구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봤는데 예전이면 결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 정도일 텐데 돈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도 하고 호기롭게 하기도 하는 반면 쫄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이, 안 해도 되는 걱정들을 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돈이 없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염려는 추호도 없었다. 걱정을 해도 돈은 있고 봐야 했다.
감독은 미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걸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좀 전에 “저 이제 그만 갈게요.” 하고 미나가 말하자 “가야지.” 하고 그만 대꾸한 것이다. 감독은 미나에게 차비조로 주려고 꺼낸 돈마저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서 손장난이나 쳐야지 하고 생각하였으나 이상하게도 그곳이 위축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미나가 가겠다고 하는데도 말리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못하고 멀거니 보고 있었고 차비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차비야 돈 10반 원 쥐어줄 수 있었고 그래야 좋은 인상을 남기고 차후를 기약할 수도 있건만 그것마저 잊을 정도로 그곳이 위축되어 있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 먼저인지 그것이 심리를 위축시킨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미나를 보내고 나니 묘하게도 자유의 느낌이 찾아왔다. 여자란 때로 구속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돈이 있는 상황에선 그 생각이 더욱 사실로 다가왔다. 미나를 보내자마자 세상여자가 다 신선해 보였고 새로운 여자들이 저토록 신선하게 거리를 오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감격하기까지 하였다. 역시 여배우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인기여배우라면 정복했다는 그런 쾌감이라도 있겠으나 무명 여배우는 사실 여배우라기보단 그냥 한 여자일 뿐이었다. 말이 여배우지 세상 누가 알아주나. 사실 얼굴 보고 몸매 보는 거론 거리의 여자들이 더 보기 좋았다. 스크린에 나와 봤자, 몇 만도 안 보는 영화의 여배우가 오죽 하겠나. 천 만명이 봐도 거리에 세워놓으면 못 알아보는데 몇 만은 백번을 봐도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든 법이다. 그러니 괜히 여배우랍시고 자의식 내세우는 여자 찜할 거 없는 것이다. 감독은 여배우를 영화 배역이 아닌 단순히 육체를 가진 존재로 보고 있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역시 복권 탄 돈이 큰 작용을 하였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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