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기자들이 되돌아본 한국 현대사 "『기자와 PD, 세상을 기록하다. 내 인생의 취재기 』 유숙열 외 지음(2019), 자유언론실천재단" 서평
진보 기자들이 되돌아본 한국 현대사 "『기자와 PD, 세상을 기록하다. 내 인생의 취재기 』 유숙열 외 지음(2019), 자유언론실천재단" 서평
  • 최형미 전문기자
    최형미 전문기자 choihyungmee@hanmail.net
  • 승인 2019.11.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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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통곡과 관에 못박은 소리가 밤 늦도록 울려펴지는
최류탄으로 숨진 3건의 사건
산업재해 원진레이온은 지속되고
마광수, 감용욕, 김지하 ,마손톱, 김동양, 김생명 으로 불러

백전노장 베테랑 기자들이 함께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서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만 가지 이유가 동시에 작동할 때, 이것을 ‘직감’ 이라고 부른다던가. 그렇게 책을 펼쳤다. 책은 재미있었다. 명쾌하고 분명한 표현들은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한다. 역시 소통의 전문가들이다.

박래부(전 한국일보 기자)의 ‘금기와 감금의 시대’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왜 이 책을 보고 싶었는지 구체적인 이유 알았다. 기자들은 나의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사회 속에 나를 되돌아가 보게 했다. 그 사건을 보는데 나의 사회적 정체성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경제발전을 핑계로 한 독제의 시대가 여공을 착취하는 정책을 펼쳤다고만 여겼지 그들이 얼마나 더 공부하고 배우고 싶은 열망에 가득 찼는지를 짚어보지 못했다. 박래부는 야학 교사가 아니라 그곳의 여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성호(전 한국일보기자)는 ‘보도되지 못한 기사’ 들을 통해1980년대 광주 모습을 한편의 그림처럼 강렬한 이미지로 기록하고 있다. ‘공수부대 발포이후 통곡과 관에 못 박는 소리가 밤늦도록 울려 퍼졌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모두 기록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대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다. 김준범( 전 중앙일보 기자)는 ‘그날 광주에 있었다’ 고 전하며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계엄군이 시민을 지켜주고, 시민이 모금을 해서 계엄군을 위로했던 순간을 전하며, 사람들의 선한 의지를 뒤틀어 놓은 것이 무엇인지 묻게 한다. 당시 김대중의 웃는 얼굴조차 내보내지 말라고 했던 보도지침을 언급하며 언론통제의 암흑의 시대를 되돌아보게 했다.

‘영화속 1987, 현실속 1987’을 쓴 조병래 기자는 성고문을 했던 당시 부천 경찰서 모든 경찰은 문귀동이 사건당시 출장중이며 경찰서에 없었다고 잡아 땠다고 밝힌다. 검찰은 주변 모든 다방을 뒤져서 문귀동이 주문한 커피주문 전표를 찾아내 그날 사건 현장에 있음을 밝혔다는 것을 기록한다.

‘노동자의 권리 찾기와 언론의 민주화’를 쓴 윤승용(전 한국일보 기자)는 우리나라에서 최류탄으로 숨진 사건은 3건이 있는데, 4.16의 김주열, 이한열(1987) 그리고 김주열(1987)이라고 언급한다. 중학교를 나와 용접기술을 배워 대우조선에 취직한 사망한 사건을 전하면서 이런 사건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언론의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언급하고 있다.

‘세상을 바꾼 직업병 참사’를 쓴 안종주(전 한계레 신문기자)는 1988년 원진 레이온(1962-1993) 참사를 전하고 있다. 산업발전 뒤에 있었던 그 많은 피해노동자들이 비로서 자신의 문제를 세상에 내놓게 된 사건이다. 미디어가 어떻게 사회를 바꿀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안종주는 문을 닫은 원진 레이온의 인견사 방적기계가 1994년 중국 단둥으로 수출되었다고 전하며 여전히 지속되는 산업재해를 암시한다.

‘ 여기자에서 페미니스트 기자로’를 쓴 유숙열(1997년 페미니스트 저널 if 창간)은 어떻게 개인의 서사가 사회적 서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편집자는 ‘페미니즘에 관한한 한국 사회는 유숙열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고 언급한다. 적절한 표현이다. 그는 재지 않고, 척하지 않는다. If 창간호에 그가 쓴 <웃자! 뒤집자! 놀자!>처럼 그의 스피릿은 유쾌하고 파워풀 하다. 자기만의 방에서 남성 권력에 그의 위트 있는 공격, 마광수, 김용옥 김지하를 마손톱, 김동양, 김생명으로 묘사한 그의 표현은 기발하고 강렬하다. 이 글을 통해 그는 여성이슈를 신변잡기적으로 다룬 언론을 노예선언서 같다고 비판하고, 학자들은 대중과 괴리되었다고 비판한다. 여성들의 구체적인 삶의 해방을 고민했던 그의 세계에는 대중과 학문의 세계를 모두 아우른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 마초 천국 대한민국- 남아선호 의식 바꿔야 평등’ ‘쾌락에서 성차별이 있다, -술 담재 성문화까지 2중 잣대’ ‘정치에 치마를 입히자’ 여성주의가 얼마나 유쾌하고 파워풀하게 정치적인가를 보여주는 그의 글을 보면 한국 여성운동의 갈레를 볼 수 있다.

‘혐오와 거짓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를 쓴 이채훈(전 mbc PD)은 미국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졌을 때 연방법원이 무죄를 선언했고, 한국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졌을 때 1년 6개월의 실형이 내려진 것을 비교하며 미국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는 기록하고 해석하며 독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개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쓴 김보근(한겨레신문기자)는 한반도 긴장의 시기 미군 학살 자료 전시장 <신천박물관> 취재를 하여 어떻게 남북의 문제를 볼것인가를 이야기 한다. 그는 전쟁 저널리즘이 아니라 평화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으로 언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과 성숙의 방향이 무엇인가에 관한 증언들이다. 빠르고 읽혔지만 여운이 깊다. 사람들은 이런 걸 진실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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