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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76) - 오늘밤, 당신에게서 스타의 일부가 보여요

서석훈
  • 입력 2013.10.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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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오늘밤, 당신에게서 스타의 일부가 보여요


식욕과 섹스(고상하게 `관계`라고 하기도 한다)에 대해 고찰하면 할수록, 현대의 남녀는 자신도 모르게 식욕을 채워 관계에 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영상매체와 각종 문화행사가 일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엔 밥만 먹고 바로 무너지는 단순무식한 여성은 많지 않다는 데 남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일부 여성은 문화적 감성뿐 아니라 스포츠 관람에서 욕구를 채우기도 한다. 스포츠 하면 머리를 흔들던 여자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가. 역동성, 스타들, 멋진 포즈, 엄청난 몸값이 주는 선망감과 흥분 그리고 엑스타시 같은 열광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승리뿐 아니라 패배에조차 아름다움이 있고 감동과 눈물이 솟구친다. 여자가 오늘밤의 남친에게서 그 스포츠 스타들의 어느 부분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남편에게선 불가능하다. 남편이란 존재는 스포츠 오직 그 자체에 열광하는 자들로 스포츠와 여성 또는 스포츠와 아내를 연결시키는 머리는 전혀 없다.
성욕이란 건 채워졌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재차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이 식욕처럼 하루 두세 번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처럼 하루 한번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는 열흘에 한 번 누구는 한달에 한 번 누구는 하루에도 두세 번 발동한다는 데에 개인간 차이와 통계적 불규칙성이 있다.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유전적 여건 또는 심리적 요인까지 합쳐져서 서로 다른 빈도와 강도로 발동하는 바 남자들은 그렇다 치고 여자들은 어떠한가. 흔히 색녀라고, 대단히 밝히는 여자들이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여성의 내밀한 욕구를 지나치게 까발리거나 분석하는 건 실례가 된다. 차라리 여자들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낫다.
동영상 감독이 여배우 미나를 매우 섹스어필하다고 생각하고 도저히 그 생각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미나 또한 남자의 그러한 흥분된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풀어진 눈 하며, 침이 고인 것 같은 입 모양 하며, 벌어지는 코 하며, 헛기침 하며, 팽팽한 앞바지 하며, 조금씩 다가오는 기척 하며, 이 모든 것들이야 말로 발정난 남자의 일반적인 현상인 것이다. 여자라면 이러한 사태를 이용하여 무엇을 챙길까를 주로 생각하게 된다. 심지어 부부 사이라도 ‘오늘 좀 잘해주고 내일 옷 한 벌 사달라고 해야지.’ ‘사이팡 가서 오늘 같은 밤을 한 번 더 보내자고 해 봐야지. 여행 좀 가게.’ 하며 자기도 모르게 기브 앤 테이크 식의 계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처녀라면 이 남자의 아이를 가져도 좋은 지, 좋다면 결혼을, 아니라면 돈이나 다른 대가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주면 받는다. 이것은 우리도 모르게 습성화된 것으로 특히 성을 매개로 할 땐 보다 노골적이고 상당히 큰 걸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감독과 미나는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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