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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밤 산행

서석훈
  • 입력 2013.10.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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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행
윤 한 로


남들한테 온 것 고스란히
나한테도 옵니다
허리 좀 씻어보려
자식 새끼 이기는 장사 없구나
마음 좀 고쳐보려
동네 뒷산 아스팔트 타고 오르는 망해암 길
마누라 큰처남 이렇게
당뇨 얘기 성당 얘기 중국 얘기
군대 얘기 보증선 얘기 테레비 얘기
맨 아프고 쓰잘데기 없는 얘기
말아먹은 얘기 하고 또 하건만
우리들 마치 처음 듣는 듯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오릅니다요, 뻑적지근해도
어제도 갔으니 오늘도 가고
오늘 안 가면 내일 혹 빼먹으랴
으슥한 수풀 둥그런 달밤
셋이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고
애법 혼자 가도 좋습니다
재미 쏠쏠 들려



시작 메모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복잡해지면서 큰처남과 같이 밤마다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떻게 죽이 맞았다. 중국에 몇 년 나갔다 온 큰처남은 도통 모르는 게 없다. 정치면 정치, 역사면 역사, 종교, 법률, 스포츠. 주방 기구니 조명이니 청소 용역 그런 데까지도 뛰어난 기억력에다 뚜르르 꿰고 있었다. 이제 머리 허얘지고 집에 들어앉아보이 그 많은 것들 결국 쓰라림이겠구나. 내 무엇을 말하랴. 하루하루 밤 산 빠먹지나 말며, 국으로다 들어만 줄 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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