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지면>
푸르른 날에 이루고자 했던 일들 이루지 못한 채
사소한 적폐조차 청산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는데
울긋불긋 옷 바꿔 입으면 뭘하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의문을 품는 동안
푸르던 짙푸르던 날들은 가고
적폐의 시퍼런 칼들 다시 살아나
청산의 희망을 베어버리는구나
살아남은 이파리들 몸서리치고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살려고 발버둥칠 때
푸두득 산새 한마리 숲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산새의 날개짓에 놀란 단풍 우수수 지면
산새 날아간 하늘가 저녁노을 붉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