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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74) - 최후의 만찬을 하는 건가요

서석훈
  • 입력 2013.10.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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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최후의 만찬을 하는 건가요


몸매 되고 끼 있고 재능도 있지만 아직 뜨지를 못한 여배우 민아는 40대의 동영상제작자 즉 영화감독이란 자가 내일 자살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감독이 이러한 고급 일식당에서 이 정도의 음식을 누구에게건 사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살을 앞두고 주머니를 털어 비싼 음식을 드시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민아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자살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는 건 지나친 추측이었다. 신문이나 방송 또는 선정적인 주간지에서조차 자살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즐긴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후의 만찬이 된 경우가 역사적으로 없지는 않다. 먼저 저 중국의 시성 두보가 음식을 거하게 먹고 탈이 나 그로 인해 사망하였다는 설이 있는 바, 평소에 워낙 굶었다가 그만 대접을 너무 잘 받아 위가 이를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났다고 한다. 두보보다 850년 뒤의 사람인 서양의 천재작가 셰익스피어도 과식으로 탈이 나 죽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먹고 살만한 이도 위 기능이나 내장 기능이 좋지 않을 때는 과식은 조심하여야 한다는 걸 말하는 거라 하겠다. 인류의 두 천재가 과식 때문에 죽었다니... 과연 사실일까?
그런데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자기가 뭐라고 음식 때문에 사망한단 말인가. 죽어봤자 신문에 한 줄 날까말까 한 위인이긴 한데, 갑자기 죽는다면 가족은 부검을 하자고 할 것이고 부검 결과 사망 전에 비싼 정찬을 드셨음이 명명백백 드러날 것이다. 물론 카드 결제 한 것만 봐도 죽기 전의 행적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경찰은 식당을 찾아와 누가 감독과 무엇을 어떻게 얼마 동안 처먹었는가를 조사해 갈 것이다. 자칫 그녀가 용의선상에 오를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음식에 뭘 타서 죽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내연의 관계인 여성이 돈 문제 또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분개해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인은 한을 품으면 곤란한 것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게 이 사회의 통념인 것이다. 미나는, 얻어먹는 건 좋지만 감독이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니 이렇게 의심스러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감독이 복권당첨금을 탄 사실을 알면 모든 게 간단하게 풀릴 테인데 그걸 숨기고 고급 일식을 사고 있으니, 이 자가 이걸 다 처먹고 돈은 낼까, 가다가 뒈지겠다고 발광하지나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민아는, 이 자가 그녀를 보며 섹스어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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