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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91] 따뜻한 남쪽나라, 강한옥 여사 별세를 애도하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0.31 16:01
  • 수정 2019.10.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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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10월 29일 향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3일간 가족장으로 치르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강한옥 여사는 남편 고 문용형씨(1978년 59세로 별세)와 함께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에서 전쟁을 피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 고향을 떠나 부산을 거쳐 거제도에 온 실향민이다. 젖먹이였던 큰 딸을 데리고 월남 후 2남 3녀 중 둘째이자 장남인 문 대통령을 거제도 피난살이 중 출산하였다. 함경남도 흥남을 떠난 실향민이었던 강한옥 여사에게 거제도는 "따뜻한 남쪽 나라'였다. 어디 가나 하얀 눈 천지였던 고향 흥남에 비해 온통 초록빛인 것이 그렇게 신기했고 상록수림에 푸른 보리밭인 고향과 너무 달랐다고 강 여사는 회고했다.

외신기자에 의해 찍힌 흥남철수 당시 배에 탑승한 피난민들
외신기자에 의해 찍힌 흥남철수 당시 배에 탑승한 피난민들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가 28세 때 북부 유럽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대본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바그너가 빚쟁이들을 피해 러시아에서 도망쳐야 했고 밀수꾼들의 도움을 받아 낡은 범선으로 런던에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천신만고 끝에 3주일에 거쳐 런던에 도착한 체험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였다. 오대양 육대주를 영원히 떠돌아다녀야 할 운명의 네덜란드인이 생사를 같이 할 여성을 만나면 저주가 풀리고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을 주로 한 이 오페라의 서곡은 망망한 해상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폭풍우의 모습을 가장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게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분명 대한민국은 강한옥 여사의 말마따나 따뜻한 남쪽 나라일진대 아직도 미개한 시민 의식과 분열, 그리고 배려와 공감이 상실된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노소와 젠더 갈등이 심한 복마전이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버린 맹목적인 찬사의 어용 정치인과 지식인
반대를 위한 반대, 무조건 발목잡기만 하는 야당
시청률과 조회수를 올려 금전 수입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종편과 유튜버들이 내뱉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발언들과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
품격을 잃은 막말과 궤변, 상식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증오와 미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쫓아 이합집산하면서 세상의 아픔과 상처를 이용하는 무리들
화합이 아닌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언론과 편가르기

강한옥 여사 별세에 비감이 잠긴다. 우리 민족은 이념에 의해 깊게 배인 상흔 속에서도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치고 지켜와 이게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지고 있다.

어디선가 꿈결같이 들려오는 음악소리, 감각과 의식을 무아지경으로 빠트린 선율,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목가적인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흘러넘치는 악상, 제목의 지크프리트(Siegfried)는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연작 시리즈의 세 번째 날 공연작품명이자 바그너와 코지마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이기도 한 천상의 음악 바그너의 <지그프리트 목가>(Siegfried Idyll)로 그녀의 소천을 애도하며 영면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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