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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84] '태도가 작품이 될 때'와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0.22 09:54
  • 수정 2019.10.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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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연남동 진부책방에서 작가 박보나와 북콘서트 열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바다출판사)는 미술가인 박보나 작가가 2016년 중반부터 일 년 반 가까이 <한겨레>에 연재했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을 소개하면서 동시대 미술작가들을 통해 세상을 읽고 바라본 글들이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미술을 다르게 읽으면서 이전 체제와 규칙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담고 있다. ‘예술의 역사는 예술에 대한 재정의의 역사다‘라고 할 만큼, 예술의 대가들은 앞뒤가 꽉 막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타계하고 예술의 흐름을 바꾸었다. 사회가 자유분방해졌지만 오직 돈만 아는 일원화가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가 되려고 전 세대가 혈안이 되어있고 그런 욕망을 두려워해서 삼가기보다는 조작되고 상품화 된 심각한 세태에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요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작은 버팀목이 있으니 그게 바로 예술인데 박보나 작가의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읽으면서 음악가로서 각각의 항목에 해당하는 음악예술작품을 주석으로 달아본다.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연남동의 진부책방에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작가 박보나와의 북 콘서트 개최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연남동의 진부책방에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작가 박보나와의 북 콘서트 개최

① '익숙한 것이 살짝 어긋날 때', 로만 온닥(Roman Ondak, 1966~) <좋은 때 좋은 기분>(Good Feelings in Good Times): 존 케이지 4분 33초

존 케이지를 20세기 최고의 전위음악가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4분 33초〉는 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그냥 퇴장한다. 제1악장 33초, 제2악장 2분 40초, 제3악장 1분 20초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4분 33초는 존 케이지가 의도적으로 구획 지어 놓은 시간이다. 그 의도적인 시간 안에 들려오는 모든 우연한 소리들. 그것이 소음이든 사람의 웅성거림이든 새소리든 바람소리든 모두 음악이 될 수 있다. 각각의 상황이 다르니 이 곡은 연주할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서 감상자는 이번에 연주되는 〈4분 33초〉라는 곡이 어떤 곡이 될지 확실하게 예견하지 못한다. 그 불확실한 우연이 바로 이 곡의 본질이다. 1930년대 후반, 존 케이지는 '소음도 음악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기존 음악과 소음을 동일한 영역에 놓았다. 악기 대신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플라스틱, 새털, 장난감 인형, 항아리에서 물을 쏟아붓는 소리 등을 음악으로 끌어들였다. 〈부엌에서 나는 27개의 소리〉는 소음을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제목 그대로 설거지하는 소리, 도마 위에서 음식물을 써는 소리, 커피 머신이 작동하는 소리, 컵에 물을 붓는 소리, 통조림 캔을 따는 소리 등 부엌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을 모아 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줄 서는 문화가 익숙한 런던에서의 아트 페어 VIP 앞에 줄 서 있는 퍼포머들을 행위를 통해 미술의 본질에 대해 묻게 만든 로만 온닥과 같이 전통적인 미술과 음악 어법을 흔들고 듣는다는 음악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존 케이지는 일상적인 상황을 음악 안으로 슬며시 가져와 음악과 일상생활의 분리를 거부했다.

② '실재는 무한하다', 오스카 산틸란(Oscar Santillan 1980~ ), <덧붙이는 글>(Afterword)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저명한 철학서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의거한 니체의 사상을 작곡가의 감정의 움직임을 통해 하나의 환상적인 교향시로 만든 곡이다. 니체의 철학 사상, 즉 의지에의 표상, 초인, 영원성 등의 집약체로서 주인공인 짜라투스트라가 10년 동안 동굴에서 머문 뒤 득도하여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한다는 어찌 보면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하고도 비슷한 작품이지만 함축적이고 온갖 문학적 장치로 빙빙 꼬아 나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책이다. 그래서 니체의 원고는 독자에게 미완이며 산틸란은 이 원고를 아주 조금 가져와서 영매에게 보여주며 니체의 영혼과 접신하여 니체가 생전에 추던 춤을 추면서 상반되는 관념들을 뒤섞어 또다시 세계를 증식시키면서 니체의 원고를 완성해 간다.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주(Einleitung)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명한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 음악으로 삽입되어 제목은 몰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그 강렬한 인상에 한 번쯤 경이로움을 맛보았을 부분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 내용이 인류가 초월적인 존재를 모노리스와의 재회와 진화다. 니체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이 대신해보며 산틸란의 <덧붙이는 말>처럼 독차(청자)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무한한 실재를 제공한다.

③ '우리 안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법',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Felix Gonzalez-Torres, 1957~1996), <무제>(Untitled, Perfect Love) : 역시나 동성애자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비창교향곡> 4악장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역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처럼 동성애자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라 여기기 쉽지만 그는 9살이나 어린 음악원 제자였던 안토니나 미류코바의 결혼을 요구로 한 자살 협박에 못 이겨 혼인하였다. 결국 석 달을 못 버티고 도망쳐 버렸다. 아내가 동성애 사실을 폭로할까 두려워 끝내 이혼하지 못한 차이코프스키는 미류코바가 정신병으로 숨지면서야 자유를 찾았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으며 1893년 자신의 최후 작품인 교향곡 6번 비창을 작곡하고 초연 후 불과 9일만인 11월 6일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을 등졌다. 공식적으로는 끊이지 않은 물을 마셔 콜레라로 죽었다고 보도되었으나 당대의 실권자인 스텐본크 톨몰 공작의 조카와 동성애 관계를 맺었고, 이것을 알아차린 공작에 의해서 자살을 강요당해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또한 다른 주장으로는 공작이 황제에게 차이코프스키를 고소했으며 러시아에서 동성애는 죽음의 죄, 혹은 최소 종신형에 처해졌기 때문에 이 고소장을 넘겨받은 검찰 부총장이자 차이코프스키와 법률학교 동창인 니콜라이 야코비가 동창들과 소규모 비밀 명예 재판을 연 다음 독극물에 의한 음독자살을 종용했다는 증거도 여럿 있다. 아무리 차이코프스키가 위대한 작곡가 일지라도 낙인을 뜻하는 '스티그마'가 박혀 버리면 사회적 관점에서 오염물로 여기고 '정상'으로 간주되지 않아서 그걸 미연해 방지하기 위해 자살을 한 것이다. 동성애자 토레스가 간절하게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로스와의 자고 난 침대의 흔적을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하면서 우리 안에서 살려내는데 차이코프스키의 비탄과 탄식이 같이 흐른다.

10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마포구 연남동의 진부책방 스튜디오에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저자 박보나 미술가와의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의 시간이 있다고 한다. 사실 책에서 다룬 모든 작품들에 음악작품을 추가하고 음악과의 연관성을 추가하고 싶으나 지면상 줄인다. 이번 24일에는 아쉽게 선약이 북콘서트에 참가 못하지만 언젠가는 세상과 예술에 대해 같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으리. 그전에 독자들의 요구가 있다면 책에서 나온 작품들과 같이 들으면 좋은 음악들 추천부터 계속 이어가는 게 먼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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