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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칼럼 淸風明月] 이제 다시 시작이다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10.15 21:09
  • 수정 2019.10.1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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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 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 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 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조국 올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느닷없는 사퇴는 공수처 설치, 검 경 수사권분리 등 검찰개혁을 외쳐온 정의로운 민주시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했다. 또한 한없이 측은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다양한 생각과 생각들이 부딪치며 서로 자신의 주장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소위 조국사태는 2개월 넘게 악의의 세력과 정의의 세력을 편갈라 대립하게 했다. 똥묻은 개들이 겨묻은 개를 집단으로 물어뜯고 할퀴며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 초기 대다수 국민들의 신뢰를 받으며 추진하던 평화 번영 통일의 부푼 희망은 내팽개쳐졌다. 국민들 가슴 속 감정적인 분노만 이글거렸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권처럼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가  만연했다.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복지부동이 심화하는 조직도 있었다. 적폐를 청산하랬더니 적폐를 더 공고히 하는 조직도 생겨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절로 되돌아가보자. 그 당시 촛불의 꿈은 순수하고 숭고했다. 그 순수하고 숭고한 힘이 국정농단 세력을 처벌하고 정권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촛불혁명이었다.
촛불의 힘은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정권 초기에는 무언가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벅찬 기대와 희망은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라졌어야할 자유한국당 등 국정농단 세력이 시퍼렇게 살아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로 발목을 잡는 행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은 답답해 했다.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악의 세력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조직이 얼마나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는 조직인지 모르던  국민들까지 누구나 쉽게 알게 되었다. 언론개혁, 교육개혁, 사법개혁..... 수많은 개혁과제 중 검찰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과거 여러 정권이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검찰개혁은 이제는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개혁 과제가 되었다.
여기서 검사의 표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임은정 검사를 생각한다. 이런 검사들이 많이 나오면 검찰개혁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이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에 맞아 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몸을 불살라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모진 비바람 속에서 온 몸으로 민주주의 싹을 지켜낸 우리 시대의 거인에게서 그 어두웠던 시대의 상흔을 씻어내며 역사의 한 장을 함께 넘기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법령이므로 무죄이고,

내란선동죄는 관련 사건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관련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정권교체를 넘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폭동을 선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 논고문은 민청학련사건 박형규 목사 재심청구 당시 담당 검사였던 임은정 검사의 논고문이다. 유려한 문장도 문장이려니와 이 논고문 속에는 임은정 검사의 역사인식과 사상과 철학이 녹아 있다. 이런 검사로 가득찬 검찰이라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현재처럼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검찰조직이라면 차라리 검찰이 없는 대한민국이 더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었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퇴임한 지금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은 더 힘차게 타오르리라 믿는다. 2년전 정권을 바꿨던 순수한 촛불의 꿈은 결코 사라질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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