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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식구

서석훈
  • 입력 2013.05.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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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윤 한 로

울 밑
꽈리 누나

길섶풀
까마중 형

오늘도 빨강 코
씀바귀 아부지

뉘엿뉘엿 해는 지고
올갱이 식구들

아차차
니저발여고자

진한 초록 사발
익모초 엄마




시작 메모
내 인생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로 이 사설시조를 든다. 시골 아낙네 같은데 서방은 병이 들었고 찢어지게 가난해서 약이나 의원은 쓸 수도 없고, 하릴없이 달래 나물 따위나 뜯어 종로 장터에 내다 팔 수 밖이. 시원한 수박 화채나 한 대접 해 먹이려 이것저것 다 샀는데 아차차, 잊어버렸네, 그만 당원 사는 걸 잊어버렸구나. 수박에 숟가락 꽂아 놓고 한숨짓는구려. 어쩌자고 그걸 잊어버렸나, 애틋하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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