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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40] 박병호, 8년이 지났어도 갚아줘야 할 빚 남아

기영노 전문기자
  • 입력 2019.10.07 07:37
  • 수정 2019.10.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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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홈런···친정팀에 통쾌한 일격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선수가 홈에서 벌어진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터트려 자신을 트레이드 한 친정팀에게 통쾌한 일격을 가했다.

박병호는 10월 6일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벌어진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0대0 상황에서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153km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결승홈런을 터트렸다.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정규리그 4위 팀인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이례적으로 1~3차전 선발투수(윌슨, 차우찬, 켈리)를 모두 발표하면서 3위 팀 키움에 도발했기 때문에 키움으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만약 키움이 LG에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했다면, 삼성 라이온즈 감독시절 한국시리즈 4연패의 류중일 감독의 작전에 말려들 뻔 했다. 그러나 박병호의 천금 같은 한방이 준플레이오프 분위기를 키움 쪽으로 돌려놓았다.

박병호에 일격을 당한 LG 마무리 고우석 선수는 플레이오프에서 ‘공을 단 한 개 던지고’ 패전 투수가 된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

박병호는 LG트윈스에게 버림받은 대표적인 선수였다.

박병호는 성남고등학교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차세대 거포로 인정을 받았었다. 성남고 시절,화순고등학교와 휘문고등학교의 2경기에 걸쳐서 4연속 홈런을 친 것은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비록 2경기 연속이지만 고등학생 선수가 4연 타석 홈런을 친 셈이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트윈스는 박병호의 가능성을 보고 1차 지명했다.

박병호는 LG에 입단 한 후 포수에서 수비부담이 적은 1루수로 전향 했다. 그 후 상무를 거쳐서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여전히 가능성만 보였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미흡했다. 2군에서는 홈런을 펑펑 터트리면서 메이저리그 홈런왕 출신 베리 본즈의 이름을 본 따서 ‘구리 본즈’(LG 2군 훈련장이 구리에 있었다) 또는 ‘2군 본즈’로 불리었다.

그러나 1군에만 가면 홈런은커녕 2할 타율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그래서 별명도 ‘박 병X’, ‘국 거 박’이었다. 국 거 박은 ‘국민거품 박병호’의 줄인 말이었다.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31일 넥센(키움) 히어로즈에 심수창과 함께 2대2로 트레이드 되었다.

LG가 넥센의 송신영과 김성현 투수를 얻기 위해 박병호, 심수창에 15억원을 더 얹어 주었다는 사실이 7년이 지난 2018년에 밝혀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LG트윈스는 국내프로야구 38년 동안 최고의 홈런타자인 박병호를 내주고, 2년 정도 연한이 남은 불팬 투수(송신영)와 승부조작으로 물러난 김성현 투수를 받았고, 거기에 15억원 까지 얹어준 셈이었다.(김성현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1년 4월24일 삼성전과 5월14일, 5월29일 LG전 3회에 걸쳐 승부조작을 시도하고 총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의 처벌을 받고 프로야구에서 영구제명 되었다)

그러나 박병호 선수로 볼 때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LG 트위스 팀이 자신을 좀 더 가다리지 않고, 내버린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박병호는 2011년 8월, 넥센 히어로즈 팀으로 오자마자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다, 후반기에만올린 성적이 185타수 49안타(0.265) 그 가운데 홈런이 12개였고, 장타(2루타 10개, 3루타 2개)가 12개였다. 49개 안타 가운데 장타가 절반에 가까운 24개였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53개의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기도 했다.

박병호는 2016, 2017년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위스 팀에 2년 간 머물렀고, 2018년부터 다시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해 43개의 홈런을 치며 2위에 머물렀으나, 2019년에 33개의 홈런으로 5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박병호는 2019 시즌 친정팀 LG 트윈스 팀을 상대로 16경기(9승7패로 키움 우세)에 모두 출전해서 2할6푼1리(4홈런)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10월6일 있었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통쾌한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려 친정팀에게 원한을 조금이나마 갚아 주었다.

10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10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박병호 선수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후 고척 돔 기자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기자 ; (LG 마무리 고우석 투수) 어떤 공을 기다렸나.

박병호 ; 우석이가 강속구 투수이기 때문에 초구에 패스트볼을 던질 줄 알았다. 그리고 무조건 방망이를 돌린 것이다.

기자 ; 류중일 감독이 미디어 데이 때 한 말(이례적으로 1~3차전 선발투수를 예고한 것)을 의식했나?

박병호 ; 준플레이오프는 5전3선승제 인데, 3차전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끝낸 다는 말이기 때문에 자극을 받은 건 사실이다.

기자 ;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처럼 야구아나운서 출신 부인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나?

박병호 ; (배)현진 씨와 (이)지윤이 누나(박병호 부인이 박 선수보다 4살 연상이다)를 비교하지 말아 달라.

기자 ; 같은 야구 아나운서 출신인데.

박병호 ; 지윤 누나는 여군장교 출신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기자 일동 ; 여군 장교 아나운서 출신에 홈런왕 부인이면 비교대상이 거의 없네......

 

P.S 프로야구에는 불문율(不文律)이 하나 있다. LG 트윈스 팀에서 방출 당하면 오히려 ‘떡을 해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 프로야구에는 LG 트윈스 팀에서는 별 볼일 없다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되어 가서 성공을 한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 선수는 2008년 LG에 입단 했다가 팔꿈치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출 된 후 경찰청에 들어가려 했으나 탈락, 일반 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넥센(키움) 히어로즈 팀에 입단, 2014년 ‘201개의 KBO의 연간 최다안타’를 기록하는 등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자리 잡았다.

정의윤 선수는 LG에서 10년 동안 유망주 소리만 들었었다. 단 한번도 3할 타율에 두 자리 숫자 홈런을 치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5년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되자마자 3할2푼(14개홈런)을 기록하더니, 2016년 3할1푼1리에 27홈런을 기록하는 LG 때와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다.

그밖에 박경수(kt) 선수는 2003년 LG에 입단, 2004년까지 군 입대 기간(2011~13)을 제외한 10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리 숫자의 홈런을 치지 못했었다. 2008,2009년 2년 연속 8개씩의 홈런을 친 게 ‘커리어 하이기록’이었다. 그러나 2015년 kt로 오자마자 22개의 홈런을 폭발시키며 강타자로 거듭났다. 그밖에 이대형(kt), 김태군(NC), 이진영(kt), 이용규(한화) 등 LG 팀을 나와 대성한 선수는 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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