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영의 고려아리랑 13] 제1회 타슈켄트 국제도서전 참관기
[최희영의 고려아리랑 13] 제1회 타슈켄트 국제도서전 참관기
  • 최희영 전문기자
    최희영 전문기자 yryr1998@hanmail.net
  • 승인 2019.10.06 12: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도서전 ‘한국관’에 연일 많은 인파 북적북적
▲2일부터 4일까지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도서전에는 한국을 비롯,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 18개국에서 참가했다. Ⓒ최희영
▲2일부터 4일까지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도서전에는 한국을 비롯,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 18개국에서 참가했다. Ⓒ최희영

[타슈켄트=최희영 기자]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란다. 또 한 나라의 현재를 보려면 백화점엘 가보란다. 그리고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엘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랬다. ‘타슈켄트국제도서전’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 나라의 미래와 만났다. 이번 도서전은 우즈베키스탄 역사상 처음 열린 도서전이었다.

지난 2일 개막돼 4일 폐막한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에는 18개국이 참가했다. 우즈베키스탄 출판사 36개도 참가했다. 연초 이 나라 여행서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를 출간한 탓에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 한국관을 꾸려달라는 당부였다. 즉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아달라는 부탁이었다. 부랴부랴 4개 출판사를 출전(?)시켜 겨우 체면을 유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소규모 출전이었지만 한국관의 인기는 최고였다. 특히 <시사북스> 책이 큰 인기였다. 43년 동안 외국어 교재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재를 펴내 온 오랜 노하우가 중앙아시아 독자들에게도 먹혔다. 한류 바람과 함께 스며든 한글공부 열풍 때문이다. 또는 한국어 공부만 잘 하면 취직도 잘 된다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현실 감각 때문이다. 참고로 대졸 일반직원의 급여는 300달러에서 500달러 사이다. 하지만 한국어만 잘 하면 최소 700달러 이상으로 뛴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맏딸(사진 오른쪽 가운데)이 이 나라 미디어부 장관과 함께 한국관을 찾아 미르지요예프 평전을 쓴 조철현 작가(사진 오른쪽 맨 좌측)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희영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맏딸(사진 오른쪽 가운데)이 이 나라 미디어부 장관과 함께 한국관을 찾아 미르지요예프 평전을 쓴 조철현 작가(사진 오른쪽 맨 좌측)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희영

<우즈코이코노미>가 출품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평전 1, 2권의 반응 또한 좋았다. 한국작가가 자기네 나라 대통령 책을 펴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기한 표정들이었다. 개막식 직후에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맏딸(Saida Mirziyoyeva)이 우즈베키스탄 미디어부 장관(Komil Allamjonov)과 함께 한국관을 찾아 아버지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덕분에 많은 언론들도 한국관을 찾아 취재했다.

<도서출판 세그루>는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1, 2권과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을 출품했다.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는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순이다. 덕분에 이 책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책들은 특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국어와 일본어 선생님들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 궁금한 내용들을 설문으로 조사해 풀어주는 형식으로 제작한 책이라 현지 출판사들의 저작권 계약 문의가 많았다.

<라운더바우트>는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와 《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 두 종을 출품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오랫동안 노동자로 일하다 귀국했다는 한 독자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두 책 모두를 반겼다.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의 좋은 여행지들을 한국독자들에게 자세히 소개해 준 고마움이 크다며 ‘엄지척’으로 인사했다.

“한국에서 이 책 사서 읽었어요. 저도 한국에서 살아요. 한국 남자와 결혼했어요. 지금은 셋째 아이 낳을 때라 잠시 들어와 있어요.”

한국관 부스를 찾은 한 여성은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를 보자마자 크게 반겼다. 그러면서 그는 시댁 식구들과 아이들에게 자신의 체면을 살려준 고마운 책이라며 웃었다. 즉, 우즈베키스탄도 대단한 나라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들은 척을 안 하던 시댁 어른들과 남편에게 이 책을 사다 줬더니 그제야 우즈베키스탄과 자신을 다시 보더라는 얘기였다.

“한국남자와 사는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에게도 방법을 알려줬어요. 한국작가가 쓴 우즈베키스탄 책인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하고 좋은 나라인지 잘 담겨 있으니까 여러 설명 말고 이 책 사다 드리라고 했더니 친구들도 좋아했어요. 내가 책 많아 팔아드렸으니까 이거 한 권 주세요. 여기 식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살갑게 청하는 표정이 예뻐 책 한 권을 선물했다. 그랬다. 책은 이렇듯 때론 해열제다. 혹은 진통제다.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물론 현재의 힐링에 도움 되는 소화제가 되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도서전을 찾은 누르맏젼(Komilov Nurmatjon) 씨는 책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인류 최고의 피로회복제라는 말도 했다.

▲시계방향 순으로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시사북스' 부스 모습과 엄태성 시사북스 대표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세그루' 책 전시 모습, 한류스타 사진과 전통악기로 꾸민 한국홍보관 모습 등이다. Ⓒ최희영
▲시계방향 순으로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시사북스' 부스 모습과 엄태상 시사북스 대표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세그루' 책 전시 모습, 한류스타 사진과 전통악기로 꾸민 한국홍보관 모습 등이다. Ⓒ최희영

2일부터 4일까지 한국관을 찾은 독자 수는 대략 1000명가량 됐다.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우리 책과 만나면서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가장 대중적인 질문은 ‘한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답은 <시사북스> 측이 맡아줬다. 한국역사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그 답은 <우즈코이코노미> 측이 맡아줬다.

“내년 2회 도서전 때는 한국 출판사들이 대거 참가하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한 성과였어요. 행사 첫 날 300장 명함 한 통이 바닥났어요.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기가 상당히 높고, 우리 출판사 책으로 공부했다는 학생들도 많이 만나 아주 보람 있었습니다.”

이승욱 시사북스 팀장은 많은 출판사들이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접근 방법을 몰라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운더바우트>가 이미 일찍부터 이 지역에 대해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니 계속해서 타슈켄트국제도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달라고 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관을 찾은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에 응하는 최희영 작가 모습. 최 작가가 펴낸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는 이번 국제도서전을 치르는 데 있어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책을 본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 최 작가에게 한국관을 꾸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한국 출판사들도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게 됐다. Ⓒ최희영
▲한국관을 찾은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에 응하는 최희영 작가 모습. 최 작가가 펴낸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는 이번 국제도서전을 치르는 데 있어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책을 본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 최 작가에게 한국관을 꾸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한국 출판사들도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게 됐다. Ⓒ최희영

 

2005년부터 세계 국제도서전을 취재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주빈국으로 초대했던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때는 한국 대표 작가 60여명과 한 달 동안 현지에 머물렀다.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도서전은 물론 매년 6월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과 비교할 때 타슈켄트도서전은 여러모로 부족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봤다.

특히 은희경, 신경숙, 박완서 등 한국작가 세 사람의 소설을 우즈베키스탄어로 번역 출간한 가푸르 굴롬(G'afur G'ulom) 출판사 같은 경우는 출판 종수도 많고 책의 수준 또한 높았다. 이 출판사로부터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를 번역 출간하고 싶다는 제의가 왔다. 한국작가는 우즈베키스탄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 점이 궁금하다고 했다. 우즈베크어로 번역 출간되면 이곳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아 무척 고무됐다.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관을 꾸미는 데는 타슈켄트세종학당(학당장 허선행)과 현지 여행사 코아투어(대표 신현권)의 여러 협조가 있었다. 특히 타슈켄트세종학당이 제공해 준 한류스타 사진이 큰 인기였다. 한국관 한 켠에 일종의 한국 홍보부스를 만들고, 그곳에 이민호 등 여러 명의 한류 스타 사진을 붙였는데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인파가 연일 북적였다.

또 코아투어가 현지 여직원 한 사람을 지원해 한복을 곱게 입혀 안내를 맡겼다. 한복 또한 인기였다. “3일 동안 함께 사진 찍은 사람이 1,000명쯤은 될 거예요.” 폐막식 뒤 한복을 정리하던 이로다(Iroda) 씨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듯 책을 매개로 만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이제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됐다. 문화사적 역사다.

영화(8월)와 방송(9월) 프로젝트에 이어 책을 들고 다시 찾은 타슈켄트는 어느덧 완연한 가을로 들어섰다. 조만간 여행 프로젝트로 다시 찾을 타슈켄트를 떠나며 지금 가는 길이 귀국길인지, 아니면 한국으로 잠시 여행 가는 길인지 순간 작은 착각마저 일렁였다.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컨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