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 우리 조무래기들의 우상이었던 Y 
[ 7 ] 우리 조무래기들의 우상이었던 Y 
  • 김홍성 시인
    김홍성 시인 ktmwind@naver.com
  • 승인 2019.10.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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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부터 Y는 조무래기들의 우상이 되었고, 어느덧 형들의 패거리에 속해서 놀았다. 어느 날, Y는 우리를 그 골목에 집합시켜 놓고 자기 고추를 보여 주었다. 그 사이 몇 번이나 시멘트로 문질러서 피를 냈는지 Y의 고추 끝은 산딸기처럼 울퉁불퉁했다.
ⓒ김홍성 

 

삼촌네 약방에서 옆으로 한두 집 건너에 사진관과 다방이 있었다. 그 둘 사이에 좁은 골목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곧장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깊숙이 꺾이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골목이 꺾인 모퉁이에는 늘 오줌이 질펀했으며 가끔 뱀이 똬리 튼 것 같은 똥덩어리들도 지독한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골목 끝에 허름한 빈집이 있었다. 우리가 형이라고 불렀던 큰 아이들이 그 집을 본부' 삼아 드나들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은밀한 장난을 하며 놀았다. 큰 아이들로 이루어진 패거리들은 어른들의 감시를 피해 못된 짓을 할 으슥한 장소를 본부라고 불렀다. 

 

형들은 우리 조무래기들이 본부에 접근하면 골탕을 먹여서 내쫓았기 때문에 조무래기들은 누구나 그 골목에 들어가기를 꺼렸다. 어느 날, 우리 조무래기들의 대장인 Y가 우리를 그 골목에 데리고 들어갔다. Y는 형들과도 곧잘 어울렸으므로 Y와 같이 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형들은 조무래기들을 처마 밑에 한 줄로 길게 세웠다. 건너편 처마 끝에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우리들 발치에 고드름이 떨어져 깨지고 있었다. 형들이 Y를 줄 앞으로 불러내어 고추를 꺼내라고 명령했다. Y는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바지 앞섶을 여민 핀을 빼 입에 물고 고추를 꺼냈다. Y의 고추는 우리보다 훨씬 컸고, 귀두가 벗겨져 있어서 오줌 눌 때마다 은근히 자랑하던 터였다.

 

형 하나가 벽에서 떼 낸 시멘트 조각을 손에 들고 Y의 번데기 없는 고추를 툭툭 건드려가며 군대 교관처럼 말했다. 대한민국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어렸을 때부터 고추를 단련하여 강하고 흉물스럽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요지의 교육이었다.

그 형은 Y에게 시멘트 조각을 건네고서는 그걸로 귀두를 문지르라고 했다. 세게 문지르든 살살 문지르든 그것은 알아서 하되, 피가 날 때까지 문질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Y는 군말 없이 명령을 따랐다. 구두 솔로 구두를 문지르듯이, 시멘트 조각의 앞면으로 귀두를 살살 문질러댔다. 그러자 Y의 고추가 두 배로 커졌다. 좋았어, 좋았어.......형들이 Y의 고추를 보면서 대견하다는 듯 칭찬하고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고추를 꺼내라고 명령 했다.

 

우리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고추를 꺼내는 동안 형들은 벽에서 시멘트 조각을 뜯어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우리 어린 조무래기들은 사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Y가 시범을 보인대로 따라했다. 그러나 피가 나도록 문지른 아이는 Y 뿐이었다.

 

그 날 이후부터 Y는 조무래기들의 우상이 되었고, 어느덧 형들의 패거리에 속해서 놀았다. 어느 날, Y는 우리를 그 골목에 집합시켜 놓고 자기 고추를 보여 주었다. 그 사이 몇 번이나 시멘트로 문질러서 피를 냈는지 Y의 고추 끝은 산딸기처럼 울퉁불퉁했다.

 

Y는 그 딸기를 손으로 감아쥐고 주물럭거리면서 무슨 밀교의 주문 같은 단어를 소곤소곤 되풀이했다. 그러자 Y의 고추가 눈에 뜨이게 빳빳해졌다. 어때? 근사하지? 하면서 Y는 우리들도 따라하라고 했다.

 

Y는 다시 딸기를 주물럭거리면서 소곤소곤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우는 중에 침을 꿀떡 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이윽고 우리 조무래기들도 한 놈 두 놈 Y처럼 소곤소곤 주문을 외웠다.

 

시비시비시비시비시비 시바시바시바시바시바

시비시비시비시비시비 시바시바시바시바시바

 

Y는 그 골목에서 시비 교또는 '시바교'를 창시한 어린 교주였다. 지린내 나는 음침한 골목 깊숙한 곳에서는 이따금씩 어린 교도들이 숨어서 소곤소곤 주문 외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Y는 뭔가 남다른 데가 있는 아이였다. Y가 우리 조무래기들의 대장이었던 시절의 한 토막 기억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Y는 죽은 개구리의 하얀 배 위에 풀잎 두 줄기를 열십자로 걸쳐 놓고 침을 모아 한 방울 떨어뜨렸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살아나라! 살아나라! 살아나라!
주문을 외우자 개구리가 스스로 몸을 뒤집고 일어나 풀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도 Y처럼 해 보았지만 우리가 죽인 개구리는 아무리 주문을 외우고 기다려도 살아나지 않았다. 오직 Y가 죽인 개구리만 살아났다. Y의 개구리는 죽은 게 아니라 기절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Y가 개구리를 기절 시키는 기술을 터득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Y는 우리보다 두어 살 많았다고 쳐도 기껏해야 열 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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